노동사회과학연구소

이스라엘, 가자, 그리고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

디어드리 그리스울드(Deirdre Griswold), 2014.8.28.

번역: 장진엽(회원)

* 역자: 원문은 http://www.workers.org/articles/2014/08/28/israel-gaza-manifest-destiny 참조.

Manifest Destiny [자명(自明)의 운명(설)] : (미국사) 미합중국은 북미 전역을 정치적·경제적·사회적으로 지배‧개발할 운명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는 설. 19세기 중엽에서 후반에 걸쳐 유행. 그 후로는 세계를 지배할 목적으로 되살아났다고 한다.

8월 25일 ― 최근의 휴전이 끝난 이후, 또 한 차례의 이스라엘 미사일과 폭탄이 수많은 사람들을 또 죽였다. 7월 초 이후의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수는 지금 2,092명을 기록하고 있다. 그중 4분의 3이 시민들이고 450명 이상이 아이들이다. 텔아비브(Tel Aviv) 쪽에서는 68명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했는데 4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자를 침공한 군인들이다.

이 삭막한 수치들은 미국이 지지하고 무장시킨 텔아비브 정권의 야만성을 분명히 드러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그들은 현재 42,000에이커의 경작지를 파괴했고, 인구 밀집 지역에 잔인하게 공격을 퍼부어대면서 가자(Gaz-a) 공장의 10퍼센트를 파괴했다. 이스라엘은 이것이 모두 정당방위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최근 공격을 방어벽 작전(Operation Protective Edge)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야말로 자신의 완전한 권력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굴복하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히틀러도 독일 국경에 접한 나라들을 병합할 때에 동일한 접근방식을 택했다. 오직 독일 제국주의에 의한 완전한 점령 그리고/또는 나찌가 세우고 관리하는 부역자 체제(Quisling regimes)들만이 존재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 통치자들에게 특히 마음에 걸리는 일은 2006년 가자지구에서 하마스(Hamas)가 당선된 것이다. 그때부터 이스라엘과 미국은 파타(Fatah)로 대표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하마스 사이의 갈등을 자극해, 팔레스타인의 운동을 약화시킬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 왔다.1)

미국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의미 있는 협상을 진행할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국무장관 존 케리(John Kerry)가 중개한 이른바 “평화 협상 절차”는 4월, 그것이 전 세계 나라들의 압도적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어떠한 형태로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해지면서 끝내 무산되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하마스가 서안(the West Bank)과 가자에서 연합정부를 구성하는 중에 있다고 발표한 것은 이 회담들이 실패한 뒤이다. 이후로 줄곧,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주민들의 일상적 삶이 불가능해질 정도로까지 압박을 가하고 있다. 완전히 봉쇄된 땅 조각 안에서 서서히 목 졸려 죽느니, 차라리 그들은 반격할 것을 택했다.

 

 주권을 파괴할 ‘윤리’

 

비교적 작은 국가인 이스라엘을 그토록 공격적으로 만든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스라엘의 토지 절도를 정당한 것으로 당당하게 주장하는 이데올로기는 어디에서 온 것인가? 서구 자본주의 팽창의 역사의 일부, 특히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이라는 미국의 주장을 살펴보는 것이 여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서양과 이후 일본에서의 자본주의의 발생은 더 많은 이윤을 얻고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끊임없이 생산을 확대할 필요에 의해 특징지어진다. 오래지나지 않아 이것은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천연자원의 원천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는 필연적으로 정복할 새로운 땅을 찾아나서는 것으로 이어졌다.

“신세계”에 있는 영국의 13개의 과거 식민지들이 미국으로 된 후, 발흥하고 있던 자본가 계급의 토지와 자원을 향한 갈망은 곧 서부로의 팽창을 시작했다. 그런데 원주민 민족들을 그들의 땅에서 몰아내고 학살하며, 대평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식량과 의복 등의 원천: 역자) 버팀목이었던 버팔로를 멸종시키는 것을 그들은 어떻게 정당화했던가?

팽창주의자들은 자신들 계급의 요구에 걸맞은 새로운 윤리를 만들어냈다: ‘명백한 운명’ 이론이 바로 그것이다. 그들은, 수많은 사람들을 추방하고 죽임으로써 새로운 땅을 탈취하는 것이, 신의 섭리에 의해, 그 지역에 계몽과 진보, 번영을 가져올 이들에게 부여된 권리임을 천명했다.

모든 억압받는 사람은 이 위선적인 태도 속에 담긴 진정한 동기를 알아볼 수 있다. 식민주의자들과 제국주의자들이 표방하는 계몽이라는 말은,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총과 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지(침략전쟁과 학살: 역자)와 같은 뜻이다. 식민지 개척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의 주권을 박탈하기 위해서는 가장 잔혹한 방법들을 사용할 준비가 언제나 되어 있었다.

시온주의 국가 이스라엘은 여러 면에서, “명백한 운명”이라는 선언의 확장된 의미를 활용하고 있다. 초기 식민지 개척자들처럼, 이스라엘의 지배계급은 팔레스타인 지역이 모세에게 돌아가야 할 “권리”를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탐욕스러운 행위를 종교적 외피 속에 감추고 있다. 사실상 시오니즘은, 그곳에 사는 많은 수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강제로 축출함으로써 팔레스타인에 정착민 국가를 세우기 위해, 서구 제국주의의 지원을 받은, 정치적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유럽에서 일어난 히틀러의 유대인 대량학살은 시오니즘의 지도자들에게 피난처의 필요성에 대한 강력한 논거를 제공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고향에서 살 수 없도록 억압하고 축출하며, 그들에게 집단학살적 통치를 시행하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도 안식처를 만들 수 없는 방식이다. 오히려 그들은 수세기 동안 유럽의 지배계급 사이에 만연했던 반유대주의를 유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인민들은, 극악무도한 전쟁 범죄들에 마주하여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용기와 단결을 통해, 전 세계의 평범한 인민들의 경의를 획득했다. 그들의 투쟁은 이제 이스라엘을 압제자― 그들의 가혹한 통치는 워싱턴, 월스트리트, 펜타곤에 의해 가능했다 ― 로 바라보는 수백만의 사람들을 일깨우고 있다. <노사과연>


1) 역주:  파타(Fatah)는 1956년 야세르 아라파트가 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인 마흐무드 압바스 등과 함께 결성한 정파로, 1993년 오슬로협정 체결 이후 아라파트를 수반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구성된 이래 2006년까지 자치정부의 다수를 차지했다. 파타는 이스라엘을 인정하고 협상을 통해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온건 성향의 정파로, 서방으로부터 팔레스타인 문제의 협상 상대로 인정받고 있다.

한편 하마스(Hamas)는 1987년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 조직인 무슬림형제단 출신의 인사들이 결성한 단체로,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고 무장투쟁을 통해 독립을 쟁취한다는 노선을 취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EU, 일본은 하마스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있다.

2006년 총선에서 하마스가 승리하자 파타는 내각 참가를 거부했으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재를 수용하여 2007년 3월 통합내각을 구성하게 된다. 그러나 이 통합내각은 3개월 만에 결렬되었다. 이후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압바스 자치정부의 보안군을 몰아내고 독자적으로 행정부를 구성하였으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정책으로 교전을 거듭하며 통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타는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면서 하마스와 대립하고 있다. 파타와 하마스는 최근(2014년 6월 2일)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통합정부를 출범시켰는데, 이는 7년 만의 연합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통합정부 구성을 강력히 비난하며 그것의 분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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