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자본론≫세미나를 끝내고

박우현 | 세미나 팀원

 

2013년 3월. 선배의 추천(혹은 강요?)을 받아 노사과연 자본론 읽기 세미나의 문을 두드렸다. 대학원 사학과에서 한국 근대사를 공부하기 시작한 나는 그 중에서도 경제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선배는 그렇다면 자신이 발 딛고 있는 견해와 입장에 관계없이 자본론을 억지로라도 읽어볼 것을 추천했다. 맑스 그리고 자본론에 관한 해설서들은 시중에 많이 나와 있었고 그것을 읽으면서 대부분은 그게 맑스 자본론의 전부라고 생각하곤 한다. 나도 그랬다. 처음 이 세미나를 시작했을 때 수많은 자본론 해설서들과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 말은 위의 그런 해설서들이 틀렸다거나 문제가 많다거나 하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런 것들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해설서를 통해서는 안개 속에 갇혀 있는 것처럼 어렴풋하게만 보이던 맑스의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가 안개가 걷히면서 “아..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었구나”라는 깨달음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이었다.

 

세미나는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반부터 진행되었다. 발제를 담당한 사람이 그 주의 분량을 요약하고 질문을 정리해오고 그 발제를 진행한 뒤 자유롭게 질문 시간을 가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석사과정을 이수하면서 1년 반의 외부세미나를 매주 참석하는 것은 처음의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근대 자본주의 속에서 살아가지만 아직 중세 봉건사회의 농노적 질서가 잔존하고 있는 대학원 사회에서의 갑작스럽게 닥치곤 했던 일거리들은 외부 세미나를 빼놓지 않고 참석하는 것을 어렵게 했다. 세미나가 마무리 된 지금 처음 생각보다 자주 결석했던 점이 아쉽다. 이는 자본론을 제대로 읽어가지 못했던 기간들과 중첩되어 현재 내가 자본론에 대한 이해가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주요한 원인이다. 물론 이 책이 한 번에 이해되는 책일 수 없는 만큼 석사과정을 졸업한 뒤에 다시 한번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자세히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이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나는 과거 혹은 현재 세상에서 일어나거나 일어났던 많은 사안에 대한 나의 생각들이 많이 변화했음을 느끼고 있다. 먼저 그 사안이 어떤 분야이든 근본적인 원인을 고민해보는 버릇이 생겼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어떤 분야이든 그것을 그 분야의 독특한 현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보편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게 된 것 같다. 자본론을 읽어나가면서 나도 모르게 근대 사회의 많은 문제들의 궁극적인 원인은 결국 자본주의라는 이 체제에 있다는 것을 체득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라는 체제는 단순히 경제문제에 국한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는 곧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이건 정치문제, 저건 경제문제 그리고 이건 사회문제라고 하듯이 구분지어서 마치 서로가 아무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본론을 공부하며 그것에 기반해 생각하다보면 근대사회의 모든 문제들에 근원에는 자본주의 체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과 같이 문제를 각기 나눠서 마치 서로 연관이 없는 것처럼 사고하는 방식은 근대사회의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자본주의 체제가 만들어 놓은 계급관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은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변화는 역사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도 나도 모르게 반영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자본론을 읽어보는 것은 비단 경제사라는 역사 중에서도 일부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현재 한국사학계의 경향은 경제사 연구가 다소 경시되거나 무관심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경제적인 문제를 결여한 채 사회, 문화에 관한 연구를 시도하는 것이 소위 뜰 수 있는 주류적 흐름이다. 그러나 자본론 세미나를 마친 뒤 내린 결론은 경제사 사회사 문화사의 구분이라는 것이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역사를 왜곡하는 사고방식이라는 것이었다. 사회현상을 분석해도, 문화현상을 분석해도 그 근원에는 자본주의라는 체제가 관여하고 있고 그 자본주의가 낳은 계급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때문에 경제사가 아닌 다른 연구를 하는 후배들한테도 요즘 기회가 되면 자본론 세미나를 추천해보고 있다. 하지만 진지하게 듣는 후배는 그다지 없는 것 같은 것이 현실이다. 자본론을 읽고 나니 나는 잔소리가 더 심해진 선배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자본론 세미나를 추천하는 것은 계속 하고자 한다.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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