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

 

 

천연옥 | 민주노총 부산본부 비정규위원장, 회원

 

들어가며

2014년 2월 24일 오전 10시, 신라대학교 음대 앞에서 집회를 한 40명의 청소노동자들이 예음관 2층에 있는 신라대 이사장실 앞 복도에서 농성을 시작할 때에는, 이 투쟁이 79일이나 지난하게 진행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2012년 6월에 부산지역일반노조 신라대 현장위원회를 결성하고, 2012년 9월에 8박 9일 파업을 통해 임단협을 쟁취한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은, 길어도 한 달 정도 투쟁하면 직접고용을 쟁취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마저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개별 자본가들 간의 경쟁이 격화되고, 자신들의 위기를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그리고 노골적으로 자본의 이윤을 지키기에 혈안이 된 박근혜정권, 이러한 경제적, 정치적 조건 속에서, 무언가를 더 쟁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금이나마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눈물겨운 투쟁은 79일이나 계속되었고, 현장에 복귀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사장실 앞 농성을 시작한 이유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은 2012년에 9일간의 파업투쟁을 통해 당시 영신이라는 용역업체와 임단협을 체결했다. 임금인상과 정년 58세에서 65세로 연장, 청소 외의 업무 금지, 연차휴가 실시, 설·추석·여름휴가 상여금 각 20만원은 2013년부터 적용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2013년 신라대학교는 영신과 계약을 해지하고 최저낙찰제로 새로운 용역업체를 선정하려고 하였다. 한진중공업 투쟁에 용역깡패를 투입한 전력이 있는 장풍이라는 용역업체가 1순위로 낙찰되려고 하자 2월 한 달을 총장실 점거투쟁을 진행하였고, 결국 장풍이 입찰을 포기하고 나가자 2순위인 사회적 기업 안심과 신라대는 청소용역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은 고용과 임단협 승계투쟁을 하여 안심과 임단협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신라대는 시말서 작성, 업무배치, 연차휴가 사용까지 간섭하면서 용역업체가 단협을 지키지 못하도록 방해하였다. 결국 안심은 9월부터 신라대와 계약해지를 요구, 기숙사는 주홍시스템이란 용역업체로 교체되었고, 기숙사 이외의 건물 청소만 안심이 담당하고 있었다. 2014년이 되어도 신라대는 청소용역에 대한 입찰공고를 하지 않았고, 청소노동자를 직접고용을 하되 현재 일하는 조합원을 다 해고하고 신규채용하겠다는 말을 흘렸다. 2월 말이 되자 신라대는 주홍과 수의계약을 체결하였고, 주홍은 고용과 임단협 승계를 거부하고 개별적 채용방침으로 면접과 입사서류를 요구하였다. 이에 격분한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은, 신라대가 주홍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청소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라고 요구하면서 이사장실 앞 복도 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해마다 힘들게 투쟁하여 용역업체와 임단협을 체결하여도 원청인 신라대가 업체를 변경,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버리는 현실, 해마다 같은 싸움을 되풀이하는 데서 벗어나기 위해서.

사범대 옥상 고공농성을 시작하다

이사장실 앞 농성이 진행되고 있던 2월 27일, 주홍은 기존의 임금에서 상여금 반납, 연차휴가 및 동계, 하계휴가반납, 업무범위 확대라는 조건을 수용하면 채용하겠다고 하였고, 조합원들은 노조 결성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당연히 거부하였다. 주홍은 27일 밤 10시, 자신들의 조건을 수용하지 않았으므로 고용을 거부한다는 문자메시지를 40명의 노동자들에게 보내왔다. 28일 오전 10시, 일반노조 사무국장과 신라대 현장간부 9명은 사범대 옥상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사무국장과 현장대표를 제외하면 8명은 여성노동자들이었다. 경찰과 학교 측은 계속해서 퇴거를 요청했고, 급기야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는 대학정문을 경찰이 봉쇄하고 차량과 개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버스마저도 학생증을 검사하는 따위의 검문을 하여 연대단위의 방문을 막으려고 애를 썼다. 3월 3일 입학식부터 경찰의 봉쇄는 풀렸고, 3월 4일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신라대 본관 앞에서 주홍과 계약파기하고 직접고용하라는 기자회견을 하였다.

shilla

부산지역일반노조는 신라대 농성장에서 모든 회의를 하면서 주 1회 집중집회를 배치하였고, 옥상 고공농성장과 이사장실 앞 농성장 두 곳을 사수하였다. 신라대 현장위는 주홍이 청소용역을 하고 있는 부산의 CGV 건물 모든 곳에 집회신고를 하고 돌아가면서 대시민 선전전을 진행하였다. 신라대학교 안에 하나 둘씩 연대단위의 지지현수막이 걸리기 시작했다. 3월 24일 신라대학교는 ‘퇴거 및 업무방해 등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접수하면서 언론과 연대단위의 면담요청을 거부하고 청소는 용역계약을 했고, 용역업체와 노동자 간의 문제이지 신라대가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였다. 옥상농성에 들어갔던 간부들 중 여성노동자 5명은 19일 만에 내려왔다. 옥상은 농성자들이 풀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도록 되어있어 이사장실 앞 복도 농성과 달리 화장실마저도 옥상에서 해결하고 모든 먹거리도 밑에서 줄을 달아 올려주어야 했기에 중년의 여성노동자들이 19일이나 버틴 것도 대단한 것이었지만, 모든 현장간부가 옥상에 있으니 현장에서 투쟁을 지도할 집행부가 없는 것도 문제였다.

투쟁이 장기화되자 3월 30일, 옥상농성단 5명은 단식에 들어갔다. 3월 31일, 오전 10시에 본관 앞에서 ‘신라대 청소노동자 직접고용 실현을 위한 부산지역 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을 하였고,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같은 날 17시에 신라대 운동장에서 간부결의대회를 열었다. ‘신라대 대책위’는 지원방문을 조직하고 선전, 홍보활동을 강화하면서 돈을 모아 페인트와 천을 샀다. 조합원이 직접 제작한 40여개의 현수막이 형형색색으로 신라대 캠퍼스를 수놓았고, 3월에 공동파업을 진행한 공공운수노조연맹 서울경인지부 소속의 대학청소노동자들의 지지현수막 10여개가 도착하였고, 홍익대 분회장, 고려대 분회장 등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지지방문을 하기도 하였다. 4월 9일 옥상농성 41일차, 단식농성 11일차에 여성간부 3명이

건강악화로 의사의 권고에 따라 옥상에서 내려와 이사장실 복도 농성에 합류하고 옥상은 일반노조 사무국장과 현장대표, 남성노동자 단 2명만이 남게 되었다. 4월 28일 예음관 농성 64일차, 옥상농성 60일차, 옥상 단식농성 30일차에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신라대대책위는 신라대 본관 앞에 천막을 치고 릴레이 동조단식에 돌입하였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임원, 각 산별대표자, 단위사업장 대표자와 간부, 대책위 소속 지원단체들이 현장 조합원과 조를 짜서 릴레이 동조단식을 진행하였다. 5월 9일은 당시 투쟁 중이던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동자들과 함께 후원주점을 민주노총 부산본부 주차장에서 열었는데, 이 후원주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과의 연대투쟁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5월 들어 총장을 만나기 위해 본관농성과 총장집 앞 출퇴근 피켓팅을 진행하였으나 허사였고, 단식이 길어지면서 끝장투쟁전술을 논의하던 차에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가 신라대를 방문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국회의원들이 면담을 요청하면 총장도 나타날 수밖에 없겠고, 그러면 총장을 만나서 해결을 요구하는 전술을 준비했다. 5월 13일 예음관 농성 79일차, 옥상농성 75일차, 옥상단식농성 45일차, 릴레이 동조단식 16일차에 을지로위원회의 중재로 신라대청소노동자들의 서러운 투쟁은 접을 수밖에 없었다.

신라대학교, 노조가 아닌 을지로위원회와 합의하다

shilla contract

위의 협약서의 내용대로, 노조와 합의를 거부하던 신라대학교는 결국 을지로위원회와 합의를 하고,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은 이사장실 앞 복도, 옥상, 릴레이 동조단식을 위한 천막 등의 여러 농성장을 정리했고, 옥상에서 45일이나 단식투쟁을 했던 두 명이 내려 왔다. 원청사용자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의 노동법과 이를 무기로 버티던 신라대학교는 결국 정치권의 중재라는 빌미로 노조에 굴복한 것이다. 이것은 내용적인 측면이고, 형식적으로는 을지로위원회라는 정치권에 기대어 노조가 교섭의 주체를 양보한 것이고, 그래서 이것이 진정한 승리라고 표현하기도 참 애매한 상황이었다. 모두들 “이렇게라도 정리해서 다행이다. 단식하는 사람들부터 살려야지” 하는 심정이었다. 그리고 ‘신라대대책위’를 통해 일상적으로 연대했던 진보당, 노동당, 정의당의 정치적 존재감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

위의 협약서에 기초하여 부산지역일반노조와 용역업체 주홍시스템은 기존 용역업체와 체결한 임단협을 승계한다는 합의서, 조합원들의 고용승계와 근로조건에 대한 합의서, 2014년 임금인상에 관한 합의서 등을 5월 16일에 작성하고 현장에 복귀하게 되었다. 그러나 79일이라는 투쟁기간에 생긴 이탈자의 문제가 결국 남은 불씨가 되고 말았다. 신라대에서 청소하는 노동자의 인원은 47명, 그중에 비조합원 7명을 제외하고 40명이 투쟁을 시작하였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초기에 이탈한 3명, 그리고 투쟁과정에서 사 측과 내통하며 온갖 반조직직 행위를 하여 투쟁전선에 혼란과 분열을 조장하다가 결국 이탈한 7명이 있었다. 노조는 끝까지 투쟁한 30명의 명단을 확인하고 이들을 고용승계한다고 용역업체와 합의하였다. 그리고 부족한 인원 10명에 대해서 조합이 소개한 자로 채용한다고 합의하였다. 그후 1명의 인원에 대해 설왕설래 하다가 노조가 소개한 9명이 신규채용되었다. 그러나 7명의 비조합원 가운데 2명이 한국노총에 가입(그중에 한 명은 노조 결성 후 1년이상 장대표를 했던 사람이었다)하여 있었는데, 이탈자 7명이 한국노총에 가입하여 자기들도 고용승계 대상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하였다. 이 갈등이 표면화 된 것은 임금지급일인 6월 10일, 용역업체는 신규채용한 9명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회사사무실로 찾아가 항의하니 한국노총 7명을 채용하기로 해서 9명에 대한 신규채용은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이었다. 결국 지금 신라대 현장에는 끝까지 투쟁해서 고용승계된 30명, 노조의 소개로 신규채용된 9명, 비조합원 7명, 한국노총을 등에 업고 들어온 이탈자 7명이 매일 매일 갈등을 일으키며 일을 하고 있다. 사 측은 9명에게 일을 못하게 하지도 않으면서 구두상으로 일을 해도 월급은 못준다고 한다. 노조에서는 좀 더 두고 보다가 체불임금으로 고소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마치며

직접고용이라는 요구는 한국사회에서 도달하기 힘든 꿈이었을까? 그렇게 힘들게 투쟁해서 용역업체의 약속위반으로 다시 투쟁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직접고용이 된 곳의 노동자의 삶은 어떠한가? 신라대 투쟁과정에서, 부산 영도구에 있는 고신대는 용역업체와 기존 계약이 끝나자 청소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고, 청소노동자들을 회유, 협박하여 결국 민주노총을 탈퇴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현장에서 노조라는 무기도 없이 하루 하루를 감내하고 있다.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의 운명은 ‘투사’ 아니면 ‘노예’로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눈물겹게 자각한다. <노사과연>

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0개의 댓글

연구소 일정

2월

3월 2024

4월
25
26
27
28
29
1
2
3월 일정

1

일정이 없습니다
3월 일정

2

일정이 없습니다
3
4
5
6
7
8
9
3월 일정

3

일정이 없습니다
3월 일정

4

일정이 없습니다
3월 일정

5

일정이 없습니다
3월 일정

6

일정이 없습니다
3월 일정

7

일정이 없습니다
3월 일정

8

일정이 없습니다
3월 일정

9

일정이 없습니다
10
11
12
13
14
15
16
3월 일정

10

일정이 없습니다
3월 일정

11

일정이 없습니다
3월 일정

12

일정이 없습니다
3월 일정

13

일정이 없습니다
3월 일정

14

일정이 없습니다
3월 일정

15

일정이 없습니다
3월 일정

16

일정이 없습니다
17
18
19
20
21
22
23
3월 일정

17

일정이 없습니다
3월 일정

18

일정이 없습니다
3월 일정

19

일정이 없습니다
3월 일정

20

일정이 없습니다
3월 일정

21

일정이 없습니다
3월 일정

22

일정이 없습니다
3월 일정

23

일정이 없습니다
24
25
26
27
28
29
30
3월 일정

24

일정이 없습니다
3월 일정

25

일정이 없습니다
3월 일정

26

일정이 없습니다
3월 일정

27

일정이 없습니다
3월 일정

28

일정이 없습니다
3월 일정

29

일정이 없습니다
3월 일정

30

일정이 없습니다
31
1
2
3
4
5
6
3월 일정

31

일정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