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7. 5. 유인물> 아이들을 두 번 죽일 수 없다!

20140705

 

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도시, 안산에 있다.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외치는 우리가, 청와대가 아니라, 청계광장이 아니라, 왜 여기에 모여 있는가. 우리의 대오는 5만에서 3만으로 다시 1만으로, 급기야 수천으로 초라해져 버렸다. 왜 분노는 사그라지고, 투쟁 열기는 식어 버렸는가.

첫째, 학살을 정부의 무능으로, 더구나 해경의 무능으로 돌리는 정부와 보수언론의 속임수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둘째, 학살을 청해진 해운과 유병언의 탐욕의 문제, 이른바 “탐욕의 자본”의 문제로 돌리는 데 속아 넘어갔기 때문이다.

셋째,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를 포함한 투쟁의 지도부들이 정부의 거짓말을 폭로하기는커녕, 앵무새처럼 반복했기 때문이다.

즉 정부는 해경과 유병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데 성공하고 있으며, 이에 맞서 싸워야 할 투쟁의 지도부가 오히려 정권의 “2중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참사의 원인은 정부의 무능이 아니다. 이것은 집단학살이다

 

해경이 구조를 안 하고, 구조를 막았던 무수한 증거가 있다. 배가 침몰하고 19일이 지난 5월 4일까지도, 해경은 사람을 구하라는 “구조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단지 조난 선박을 인양하라는 “구난명령”만을 내렸다.

진도관제구역에 세월호가 진입했고, 아침 8시 50분경, 관제소에서 23km 떨어진 지점에서 배가 넘어가는 순간에, 해경은 그저 모니터로 주시만 하고 있었다. 침몰이 시작되고, 무려 47분이 지난 9시 37분에야 현장에 도착한 해경은, 승객들을 탈출시키지도 않았고, “배가 완전 침수하기 직전(30여 분간)까지만이라도 아이들을 끌어올리기만 했다면 최소 몇 십 명은 더 구했을 텐데 아무런 장비도 없이 배에 올라타서 그냥 보고 있기만” 했다. 전국 각지에서 현장으로 출동한 119소방헬기는 해경이 “항공구조 종료 통보”를 하는 바람에 구조 작업을 할 수 없었고, 팽목항에 대기만하다 돌아갔다. 구조를 위해 달려온 민간 선박의 선장이 “어선을 여객선 가까이 대려 했더니 해경은 ‘방해된다’고 방송하면서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구조를 위해 통영함 출동 합의각서까지 쓰고, 해군참모총장이 출동명령까지 내렸는데도, 통영함은 출동하지 않았다. 해군참모총장보다 더 힘센 누군가가 구조를 막은 것이다. 해경은 민간 잠수사의 투입도 꺼렸으며, 민간 잠수사는 사고 발행 후 만 하루가 지난 17일 오전 8시 반경에야 처음으로 투입되었다. 중앙119구조본부에서 온 잠수사들도 “골든타임”이라는 72시간 동안 단 한 명도 투입되지 않았고, 3일이 지난 19일이 돼서야 2명을 처음 투입시켰다. 4월 23일 현재, “현장에 달려온 민간 잠수부 600여 명 가운데 실제 물에 들어간 잠수부는 30여 명뿐”이며 “민간 잠수부들은 구조를 위해 물속에 들어갈 수 있게 해 달라고 정부에 계속 요청하고 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잠수사들은 증언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단지 해경의 무능이라고 주장하며, “해경 해체”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는 대국민 사기극이다. 설사 해경에게 책임을 돌린다 해도, 그들의 무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를 안 하고 구조를 막은, 집단학살행위에 대해 처벌해야 한다. 또한 해경의 범죄행위는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의 지휘하에 이루어졌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부본부장에는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이, 그리고 교육부, 복지부, 국방부, 문체부의 장관 등과 해양경찰청장, 소방방재청장, 해군참모총장, 전남지사가 위원으로 참여했다. 최소한 이들 모두를 동일한 죄목으로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이들이 일치단결하여 그렇게 일사분란하게 끔찍한 집단학살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본부장인 정홍원 국무총리가 그렇게 명령했을 가능성도 전혀 없다. 이들이 구조를 안 하고 구조를 막았던 이유를 밝혀내야 한다. 누가 이들에게, 왜 그런 명령을 내렸는가를 규명해야 한다.

 

참사의 원인은 탐욕의 자본, 규제완화, 관피아때문이 아니다.

이것은 집단학살이다.

 

이른바 <조ㆍ중ㆍ동> 등 보수언론과 노동단체들은 한목소리로 주장한다: 자본의 탐욕으로 인해 과적을 하고, 비용절감을 위해 컨테이너를 배에 묶지도 않았다. 규제완화 때문에 폐기되어야 할 낡은 선박이 운행되었으며, 무리한 증축을 허용하여 배의 무게중심이 높았다. 그래서 변침을 하면서 배가 침몰했다. 이것이 참사의 원인이다.

그러나 이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이다. 검경합동수사본부조차도, 침몰하던 세월호에 해경이도착한 9시 30분부터, 106도 뒤집힌 10시 17분까지 47분 사이에 선체에 진입했다면 탑승객 전원을 구조할 수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즉 배가 침몰했지만,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다면, 참사는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위에서 참사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은 배가 침몰한 원인일 수는 있다. 그러나 참사의 원인이 아님은 분명하다.

보수언론이 이러한 사기극을 벌이는 이유는 명백하다.참사에 대한 책임을 청해진해운과 유병언에게 뒤집어씌우기 위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다.

 

투쟁 대오가 분열되고 있다

 

노동단체가 저들의 잔꾀에 넘어간 결과는 심각하다. 그동안 집회에서 노동단체 발언자는 비정규직이니 규제완화니 민영화니 하면서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었다. 노동단체 참가자와 대중들은 물과 기름처럼 전혀 어울리지 못했다. 아이들이 죽어 가는데, 정부는 손 놓고 있었다. 그 참혹한 광경을 생중계로 보다 보다 못해서 대중들은 뛰쳐나왔다.

그런데 노동단체들은 “탐욕의 자본” 어쩌구저쩌구하면서 얼토당토않은 “근본적이고 심오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청계광장에 함께 모여는 있었지만, 한편은 배가 침몰한 원인(일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래서 사실상 청해진해운과 유병언을 참사의 원흉으로 규탄하고 있었다. 다른 한편은 구조를 하지 않는 정부를 규탄하고 있었다.

내용적 분리는 조직적 분리로까지 악화되고 있다. 민주노총이 6월 19일 발표한 “또 침몰할 것인가 다시 일어설 것인가”라는 “위원장 호소문”에서, 6월 28일 총궐기와 7월 동맹파업을 호소하며 말한다: “[세월호: 인용자] 참사의 배경이 된 규제완화, 민영화 정책은 그대로 강행되고… 경제성장이 우선이라는 선전은 가장 탐욕스러운 정치였으며, 그 정치가 바로 세월호 참사의 원인입니다.”

“규제완화, 민영화 정책”이 참사의 원인에서 배경으로, 참사의 원인이 탐욕의 자본에서 탐욕의 정치로 바뀌기는 했다. 그러나 결론은 다르지 않다. 정부의 경제성장을 위한 선전 즉, 규제완화, 민영화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라며, 역시 배가 침몰한 원인(일 수 있는 것)에 대해 투쟁하자고 동맹파업을 호소한다.

여기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첫째, 배가 침몰한 것에 대해서는 노동자 누구도 분노하지 않고, 따라서 행동하지 않는다. 배가 침몰해서 참사를 당한 측은 청해진해운과 유병언, 그리고 선박보험회사밖에는 없고, 그래서 거기에 분노할 사람도 이들밖에는 없다. 그러니 투쟁이 힘 있게 진행될 수가 없는 것이다.

둘째, 그나마 투쟁이 진행된다면, 금속노조의 통상임금, 전교조 법외노조판결, 보건의료노조의 의료민영화 등 자신의 현안문제 때문이다. 세월호 투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투쟁이다. 민주노총이 거기에만 집중한다면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로 모여 있는 투쟁의 결집력은 약화되고, 사실상의 조직적 분열이 초래되는 것이다. 현재 세월호 투쟁은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 노동계는 1998년부터 장기간 진행된 후퇴로 거의 빈사 상태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역량이 분산된다면 각개격파당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세월호 투쟁과 노동계의 투쟁이 상승 국면에 있다면 결과는 이와는 다를 것이다. 서로 다른 투쟁이기는 하지만, 노동계가 박근혜 퇴진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는 만큼, 서로 단일한 정치적 목표로 하나로 결집하며 더 큰 힘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이기 때문에 심각하다.

셋째,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배가 침몰한 원인(일 수 있는 것)을 참사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박근혜 정부를 위기에서 구해 주는 행위이다.

 

노동계는 어떻게 투쟁해야 하는가

 

첫째,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에서 역할을 강화하여야 한다. 현 시기에, 박근혜 정권과 대적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오직 세월호 투쟁에서만 나올 수 있다. 저들의 치명적 약점이 여기에 있다.  7월 동맹파업을 거론이나마 할 수 있는 힘이 어디에서 나왔는가? 세월호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투쟁은 아직 정권을 충분히 무력화시키지 못했다. 만약 이 투쟁이 무너진다면, 다른 투쟁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노동자들도 사람이다. 구조를 안 하고 구조를 막아선 정부에 시민들처럼, 아니 그들보다 더욱 분노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에게 당한 것이 더욱 많기 때문이다. 그 분노를 그 자체로 조직하여야 한다.

둘째, 현안문제를 그 자체로 투쟁해야 한다. 이것은 노동자들의 일상적이고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에 투쟁해야 한다.

7월 동맹파업을 세월호 투쟁과 결합시키는 방법은, 박근혜 퇴진이라는 서로 같은 정치적 목표로, 연대하는 것이다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억지로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은 역효과를 가져올 뿐이다.

 

법이 없어서 아이들이 죽었나?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특별법을 통과시키는 것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별법에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한 사회 만들기, 피해자 지원 등의 내용을 넣고, 그 법을 통과시키는 것을 운동의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국회의원 서명사업, 정당 대표들/청와대 면담, 전 국민 서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대중 집회도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를 압박하려고 배치하고 있다.

우리는 이 방법은 틀렸다고 자신 있게 주장한다. 국정조사가 새누리당의 거부로 중지되는 것을 보라.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새정연을 보라. 설사 천신만고 끝에 법이 통과된다 해도, 여기저기에 손을 대서 누더기법이 될 것이다. 대통령의 거부권도 있다. 또 생각해 보자. 법이 없어서, 아이들이 죽은 것이 아니다. 선원들도 선원법을 어겼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라는 법이 없어서, 정부가 구조를 하지 않고 구조를 막은 것이 아니다.

더구나 입법청원투쟁에만 집중하는 방식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대중들이 구경꾼이 된다. 국회에서 작업을 하는 소수의 명망가들을 위해서, 서명하고 집회에서 구호를 복창하고, 그리곤 집에서 조용히 기다리면 된다. 그 이상 할 것이 없다. 분노는 점점 사그라지고, 관심은 멀어지고, 우리의 힘은 점차 약화된다. 결국 새로운 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고사하고, 정부가 국민을 우습게 알고, 있는 법도 멋대로 어길 수 있게 만들어 주게 된다.

 

광범한 선전 사업에서 시작하자

 

투쟁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저들의 여론 조작에 넘어가 혼란스러워하는 대중의 의식을 또렷하게 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정부의 무능이 아니라, 자본의 탐욕이 아니라, 정부가 살인마임을 분명하게 각인시켜야 한다.

전국적으로 특별법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서명운동을 반드시 선전 작업과 결합시켜야 한다. 서명을 하는 수십만 수백만의 사람에게, 정부의 거짓말을 폭로하고 진실을 알리는 유인물을 배포해야 한다.특별법의 내용을 설명하며 운동의 요구와 목표를 확산시켜야 한다. 토론회, 문화행사, 신문 광고 등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전국적 선전을 진행해야 한다. 이것은 폭넓은 운동의 기반을 만드는 작업이다.

 

전투적 지도부를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국민대책회의”는, 대중들이 외치고 있는 “박근혜 퇴진”을 목표로 걸지도 않고 있다. 국회입법청원투쟁을 중심에 놓으며 대중투쟁을 고사시키고 있다. 노동계는 박근혜 퇴진을 걸고 있고, 상대적으로 전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본심이 무엇이든 세월호 투쟁이 아닌 투쟁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대책회의에서 희망을 찾기 어렵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박근혜 퇴진을 위해 비타협적으로 싸우려는 사람들로, 새롭게 전투적 지도부를 구성하여 한다. 그럴 때만이 광범한 선전사업도 가능하다. 국민대책회의와 민주노총을 다시 투쟁하게 만들 수도 있다.

세월호 사태가 정부의 집단학살임이 명명백백하게 입증된다면, 그 자체로 현 정부는 유지될 수 없다. 박근혜를 포함한 정부의 책임자들은 살인혐의로 법정에 서야 할 것이다. 바로 그래서 현 정부 아래에서는, 국정조사로도, 특별법 제정으로도, 결코 진실을 밝힐 수 없다. 저들이 자살을 할 만큼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도 결코 물러설 수 없다. 아이들을 두 번 죽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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