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죄가 용서되는 교섭은 아니다!

정애정|삼성반도체백혈병유족 故황민웅의 아내

 

 

 

‘7월 23일 05시 15분 황민웅님은 숨을 거뒀습니다!’

의사의 사망선고가 내려졌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 2005년 7월 23일에 32세의 젊은 남편은 백혈병에 걸린 지 9개월 만에 그렇게 두 아이와 내 곁을 떠나갔다.

 

그 후 2008년 4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산재신청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남편의 억울한 죽음규명을 위해 지금까지 미친 사람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싸워왔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이번 5월 14일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이사가 ‘삼성반도체백혈병 및 난치병피해자들’에게 ‘공식사과와 보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이젠 문제해결이 다 된 것으로 생각하고 여기저기서 ‘그동안 수고 많았다! 고생 많았다! 네가 열심히 싸운 결과다!’ 등등 좀처럼 연락이 뜸했던 지인들에게까지도 축하인사가 넘쳐난다.

하지만 난 지인들의 인사에 ‘감사합니다~’ 보다는 ‘아직도 멀었는 걸요~’라고 답하기 일쑤였다.

2013년 3월부터 10개월에 걸쳐 진행한 실무협의를 시작으로, 12월 18일 첫 번째 교섭에서 교섭의 주체와 위임의 문제로 교섭이 파행 된 지금 2014년 5월까지 5개월을 합하면 15개월이란 긴 세월이 흘러갔다.

 

 

<교섭의 주체와 위임문제에 대해 삼성과 반올림의 입장차이 요약>

삼성의 주장은 -> 교섭의 주체는 피해자이니 반올림이 교섭에 함께 하려면 피해자들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

반올림의 입장은 -> 반올림은 활동가와 피해자가 함께 구성이 되어 있다.

그러므로 반올림이 교섭의 주체이니 위임은 필요 없다.

 

그러던 중 15개월 만에 교섭이 재개될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지난 4월 9일 <삼성반도체 백혈병 및 직업병피해자들과 반올림과 정의당 심상정의원실> 주최로 ‘삼성반도체 백혈병 및 직업병 문제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심의원실은 삼성전자의 공식사과와 제3의 중재기관을 통한 보상안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 등을 삼성전자에 제안한 바 있다.

이에 4월 14일 삼성전자 김준식 부사장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반도체 백혈병 가족 측 제안에 대한 삼성전자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고, 정의당 심상정위원 측의 제3의 중재기관을 통한 보상안 마련과 재발방지대책 안에 대해 경영진이 이른 시일 내에 공식 입장을 낼 것이라고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것이다.

그러자 반올림 측은 ‘제3의 중재기구에 대해서 심의원실과 의논한 바 없고, 중재기구는 반올림의 의견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삼성은 반올림과의 교섭에 충실히 임하라!’는 즉각적인 성명서로 삼성에 대응하였다.

이어서 다시 삼성전자 측은 <삼성반도체 백혈병 및 직업병피해자들과 반올림과 정의당 심상정의원실>이 기자회견을 통해서 제안한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제안한 사람들이 서로 의논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이야기하니 당혹스럽다는 식의 언론보도를 냈다.

이에 여러 단체들의 성명서 중 삼성일반노조 성명서 일부에는, 3의 중재기구는 원칙이 아니라 단지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라는 제목으로 ‘삼성족벌 이건희가, 지난 7년간 국내외 문제로 폭로 규탄한 삼성백혈병 등 직업성 질병으로 고통당하고 죽어간 노동자들의 문제를 모를 리 없고, 해결할 의지만 있다면 단 몇 시간이면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

그럼에도 단순히 반올림이 제3의 중재기구 구성안을 거부한다는 이유만으로, 삼성전자 경영진의 백혈병 문제에 대한 공식입장을 유보하겠다는 태도는 삼성백혈병 등 직업성피해노동자들과 유족의 처지와 고통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도외시하는 무책임한 작태의 극치이다.’ 라고 삼성을 향한 강한 경고에 가까운 일침을 가했다.

그로 한 달 뒤 5월 14일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는 14일 오전 서울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직원들이 백혈병 등 난치병에 걸려 투병하고 있고, 그분들 중 일부는 세상을 떠났다”며 “이분들과 가족의 아픔과 어려움에 대해 우리가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 진작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한 점 마음 아프게 생각하며,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덧붙여 권오현 대표이사는 “이 문제를 성심성의껏 해결해 나가려 한다”며 “어려움을 겪은 당사자, 가족 등과 상의하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중재기구가 구성되도록 하고, 중재기구에서 보상 기준과 대상 등 필요한 내용을 정하면 그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기관을 통해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안전·보건 관리 현황 등에 대해 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반올림은 반복해서 제3의 중재기구는 반올림의 의견이 아니며, 삼성은 반올림과의 교섭을 먼저 진행하고 교섭의 교착지점이 있으면 그때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또다시 5개월 전 위임의 문제 못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제3의 중재기구에 대해 서로의 입장만 확인한 채 5월 28일 삼성과 교섭날짜가 잡혔다.

이쯤에서 많은 사람들이 물어온다. ‘그러면 피해자들의 소리는 무엇이냐고~.’ ‘피해자들의 직접적인 소리가 없어 아쉽다’고 이야기한다. 반올림 입장에 피해자들의 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단, 피해가족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대책위 등이 없으니 단독적인 소릴 낼 수 없는 부분에서는 나또한 많은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삼성이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은 권오현 대표이사가 머리까지 숙여가며 사과하고 피해노동자들을 지금이나마 위로코자 했던 말이 단지 언론플레이가 아니라면, 위임의 문제나 제3의 중재기구 문제 운운하며, 오히려 교섭을 지연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인 문제가 된 시점에서 누구의 소유물이 아닌 사회적으로 지혜롭게 풀어갈 방법을 고민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삼성반도체 뿐만이 아니라,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삼성전자계열사 곳곳에는 직업병에 걸린 많은 피해자들이 있다. 또한 삼성의 노조를 인정치 않는 경영원칙과 위장도급 및 불법파견등 더러운 술수에 견디기 힘들어 살기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삼성전자서비스노동자들도 있다. 결코 다른 문제일수 없다.

권오현 이름으로 유족인 나를 업무방해로 고소해 조사받게 하고, 2주 뒤에는 삼성반도체백혈병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입장 발표한 것을 보더라도,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머리숙여 사과했다고 해서 삼성의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삼성반도체백혈병 문제 하나 해결하는 것으로, 삼성의 이미지 쇄신을 노리는 검은 속내가 아니라면, 삼성전자직업병문제를 그룹차원에서 해결하고 노조를 인정하고 노동자 탄압을 당장 멈추어야 한다.

이번 교섭으로 우리 부부의 한과 남편의 억울한 죽음규명이 얼마나 풀릴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혹여 삼성전자가 피해자들에게 사과와 보상을 한다 하더라도, 노동자들을 죽인 죄가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계속해서 우리는 살인기업 삼성과 주범이 처벌될 수 있도록 힘차게 싸워가야 할 것이다! <노사과연>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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