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제 남편은 내란범이 아니라 공안기관의 사찰로 인한 피해자입니다

윤소영|이상호의 부인

 

안녕하세요. 저는 대한민국 경기도 수원시에서 저소득층의 방과후 활동을 위한 청소년 공부방에서 일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여성입니다. 또한 저는 지난 8월 28일 내란음모라는 혐의로 체포되어 7개월 동안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이상호의 아내입니다.

 

2013년 8월 28일 새벽 십수 명의 국정원 수사관들이 저희 집을 수색하였고 제 남편을 체포했습니다. 내란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합니다. 제 남편의 혐의에 대한 언론보도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제 남편이 비밀혁명조직 ‘RO’의 조직원이며, 북한의 지령을 받아 무기를 탈취하고 주요 시설을 파괴해서 내란을 일으키려 했다고 뉴스를 들었습니다. 언론은 국정원에서 받은 정보들을 사실도 확인하지 않은 채 대대적으로 보도하였고, 이로 인해 제 남편은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내란범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이 아니라는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저는 내란범의 아내가 되어 버렸습니다.

 

남편이 체포된 후 저는 제 남편과 같은 지역에서 활동해 온 이성윤이라는 사람이 무려 3년 동안 국정원에 정보를 제공하고 협력해 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 남편처럼 지역에서 진보운동가로 활동해 온 이성윤씨가 왜 국정원에 협조를 했는지, 왜 제 남편을 내란범으로 만들었는지, 저도 제 남편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체포된 지 2개월이 지나 수원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45차례나 진행된 재판에는 제보자 이성윤씨, 국정원 수사관, 내란을 음모했다는 5월 모임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하였고, 제보자 이성윤씨가 녹음해서 국정원에 제공한 모임들의 녹음파일을 들었으며, 수많은 증거들이 검토되었습니다.

재판을 통해 이성윤씨가 국정원에 제공한 정보가 무엇인지, 그 정보가 어떻게 왜곡되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국정원은 이성윤씨가 2010년 7월경에 국정원과 접촉했다고 합니다. 그가 만난 국정원 수사관은 그의 학교 선배이며, 그와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 그에게 모임을 녹음할 수 있도록 특수녹음장비를 주었고 별도로 돈을 주기도 했다는 것을 재판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내란을 모의했다는 비밀혁명조직 ‘RO’의 실체를 증명할 증거는 제보자 이씨의 진술 이외에는 없었습니다. 심지어 제보자 이씨의 진술도 국정원에 처음 접촉했던 2010년 9월 작성된 진술과 3년 동안 협력한 후 작성된 2013년의 진술이 다르다는 것도 재판에서 확인되었습니다.

언론에서는 내란음모의 증거로 사제폭탄, 무기를 거론하였지만 재판에서 폭탄이나 총, 칼이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습니다. 내란을 하겠다는 실행 계획도 없고, 결정한 일도 없으며, 북한의 지령을 받은 증거도 없었습니다. 제 남편은 이석기의원의 강연을 듣고 토론한 것밖에 없습니다. 45차례의 재판을 꾸준히 모니터했던 기자들도 내란음모를 했는지 불분명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제 남편은 27년 동안 노동운동과 사회복지 활동을 해왔습니다. 군사독재 시절부터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운동을 해 온 제 남편은 해고와 감시, 사찰을 받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서 열심히 살아온 사람입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등록금을 마련하려고 1986년에 삼성전자에 취직했고, 회사 관리자들의 비인격적인 대우와 폭력 때문에 이를 개선하려고 ‘나눔회’라는 노동자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다가 해고되었습니다. 해고 후 다른 회사에 취직했지만 삼성에서 해고된 노동자라는 게 알려지면서 또 해고되었습니다. 남편이 노동자 단체인 ‘수원기독노동자연맹’에서 일할 때, 경찰이 동료 노동자들을 체포하여 폭행하고 심지어 프락치 활동을 강요하는 경우가 있었고, 노조를 만들려는 회사의 관리자들이 단체 사무실 주변에 차량을 대놓고 감시했고, 심지어 기무사 요원들이 몰래 수시로 사무실을 수색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일들로 인해 남편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경련과 쇼크 증세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감시와 사찰은 민주정부에서도 계속 일어났습니다. 2006년 삼성에 근무하는 분이 노동조합 설립 문제로 제 남편과 의논했는데, 며칠 후에 이 분이 집에 감금되었다며 도와달라고 해서 가보니 삼성 관리직원들이 있어서 마찰이 벌어지고 파출소에 연행되었습니다. 삼성은 노조를 만들려는 이 분의 방에 녹음기를 설치해 다른 집에 연결해서 몰래 도청했고, 죽은 사람의 핸드폰을 불법 복제해서 만든 핸드폰을 갖고 다니며 이 분을 미행했다고 합니다. 제 남편은 이런 일에 대해 계속 삼성 직원들과 싸웠습니다. 2009년 쌍용자동차 해고 저지 투쟁을 하는 중에 평택에서 사람들을 몰래 촬영하는 어떤 사람을 붙잡았는데, 알고 보니 기무사 요원이었고 그 요원의 카메라에는 서울 한 지역의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후보였던 사람의 사진들이 무수히 있었습니다. 기무사 요원이 민간인을 사찰한 것이었습니다.

제 남편은 2013년 1월 국정원 직원이 자신을 감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며칠 동안 계속 자신을 미행하던 사람을 쫓아가 누구냐고 물으니까 도망가서, 쫓아가 붙잡고 파출소(경찰)에 데려간 일이 있었습니다. 미행했던 사람은 국정원 직원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제 남편은 왜 국정원 직원이 자신을 미행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더 불안했습니다.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아 매일 불면증과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제 남편은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내색도 하지 않고 참고 견디기만 했다는 것을 저는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러던 중 2013년 5월 12일 열린 이석기 의원의 강연 모임에 참석했는데, 전쟁위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토론하는 자리에서 제 남편은 평소 겪었던 감시, 사찰, 의문의 죽음들을 떠올리며 예비검속에 대비하기 위한 방법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는 토론이 끝난 후에 자신이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다른 참가자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국정원이 내란을 모의한 자리였다고 주장하는데, 서로 다른 생각을 토론하는 자리가 내란을 모의한 자리가 될 수 있을까요?

 

제 남편은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노동운동을 오랫동안 해왔으며 진보정당에도 참여해서 노동자들의 정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왔습니다. 또한 그는 1997년 IMF로 인한 대량 실업이 발생한 후 실업 극복과 사회 복지 활동을 해왔습니다. 무료공부방을 열어 저소득층 자녀들의 학습을 지원하고 무료급식도 제공했으며, 실업극복센터를 만들어 취업상담과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사업들을 해왔습니다. 이런 경력을 인정받아 수원시에서 운영하는 사회적 경제지원센터의 센터장을 맡아 2년 동안 일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체포되면서 실직하게 되었습니다.

 

제 남편이 내란범이 아니라는 것은 45차례의 재판에서 드러났습니다. 오히려 없는 사건을 만들기 위해 국정원은 3년 동안 제보자 이씨를 통해 진보정당의 활동을 사찰, 감시했고 제 남편을 사찰했습니다. 제 남편은 내란범이 아니라 공안기관의 사찰로 인한 피해자입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내란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제 남편은 징역 7년,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았고, 이석기 의원은 징역 12년,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았으며, 다른 동료들도 비슷한 형량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내란음모가 계획의 세부에까지 이르지 않았고’,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제 남편의 말을 내란음모라고 한 것입니다. 신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강연과 토론을 한 것으로 내란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한마디로 정치재판입니다.

 

저는 박근혜 정부와 국정원이 제 남편과 통합진보당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아 국정원의 2012년 12월 대선 불법개입 문제를 무마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남편과 동료들이 체포된 2013년 8월은, 국정원의 2012년 대통령선거 불법 개입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최고조에 이른 때였습니다.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국가정보원을 통해 존재하지 않는 공안사건들을 만들어서 한국 사회에 공포를 유발시키고, 통합진보당을 비롯한 정치적 반대세력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인권을 유린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원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진보, 민주, 인권을 이야기하는 세력들을 무력화시키는 것입니다. 저는 여기에 굴복할 수 없습니다.

 

제 남편은 내란범이 아닙니다. 제 남편은 박근혜 정부와 정치적으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 제 남편은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습니다. 억울하게 구속된 제 남편이 석방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국민의 힘으로 만든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이 파괴되지 않도록 함께 목소리를 내주십시오. <노사과연>

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4개의 댓글

  • 저도 통일론에 빠졌을때 너무 성급하게 행동했던것들이 생각날 때면, 그것들을 빌미로 국정원에 끌려갈까봐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 인터내셔널가(The International)

    1. 깨어라 노동자의 군대 굴레를 벗어 던져라
    정의는 분화구의 불길처럼 힘차게 타온다
    대지의 저주받은 땅에 새 세계를 펼칠 때
    어떠한 낡은 쇠사슬도 우리를 막지 못해

    들어라 최후 결전 투쟁의 외침을
    민중이여 해방의 깃발 아래 서자
    역사의 참된 주인 승리를 위하여
    참 자유 평등 그 길로 힘차게 나가자

    2. 어떠한 높으신 양반 고귀한 이념도
    허공에 매인 십자가도 우릴 구원 못하네
    우리 것을 되찾는 것은 강철 같은 우리의 손
    노예의 쇠사슬을 끊어 내고 해방으로 나가자

    들어라 최후 결전 투쟁의 외침을
    민중이여 해방의 깃발 아래 서자
    역사의 참된 주인 승리를 위하여
    참 자유 평등 그 길로 힘차게 나가자

    3. 억세고 못 박혀 굳은 두 손 우리의 무기다
    나약한 노예의 근성 모두 쓸어 버리자
    무너진 폐허의 땅에 평등의 꽃 피울 때
    우리의 붉은 새 태양은 지평선에 떠 온다

    들어라 최후 결전 투쟁의 외침을
    민중이여 해방의 깃발 아래 서자
    역사의 참된 주인 승리를 위하여
    참 자유 평등 그 길로 힘차게 나가자
    인터내셔널 깃발아래 전진 또 전진
     
     
    전세계 노동자들의 영혼이 숨쉬고 있는 노래, 바로 이다.
    외젠 포티에의 시에 누군가의 즉흥 오르간 연주과 씌워져 탄생한 이 곡은
    파리코뮌을 시작으로, 유럽과 남미, 아시아 변혁의 과정에서 면면이 이어 내려오고 있다. 
     
    이미 100년이란 시간이 훌쩍 넘었지만. 파리코뮌의 최후 바리케이트 안에서 이 노래를 나지막히 읖조리던 한 병사의 마음과, 오늘 날 새 세상을 바라며 주먹 불끈쥐며 이 노래를 부르는 전 세계 노동자들의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으리.
     
    많은 활동가들에게 인터내셔널가는 점차 추억이 되고 있는것 같다.
    노동절, 그러니깐 메이데이마다 이 노래를 꼭 한 번은 불렀는데,
    이제는 언제 마지막으로 이 노래를 불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할 정도다.
     
    은 전 세계 노동자들의 노래인만큼, 다양한 언어와 버전들로 만들어 지고 있다.

  • 저도 민간인인데 왜 사찰당하고 있을까요? 조직스토킹이라고 불리더군요….제가 왜 사찰당하는지는 진짜 알수가 없네요 …. 가십거리도 안되는 나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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