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과연남부디리파드(E.M.S. Namboodiripad)
번역 : 이병진(양심수, 회원)
Ⅱ 정치현장의 대중
이미 살펴보았듯이 새로운 반제국주의를 고조시킨 원천은 성장하는 인도 자본가계급과 인도 경제를 움켜쥐려는 영국자본가들 간의 갈등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이 시기 등장한 운동의 유일한 원천은 아니었다. 그것과 동등한 혹은 보다 더 중요한 원인은 상층 계급과 일반 인민 사이의 갈등이었다.
영국과 인도 자본가들의 성장과 함께, 노동계급 역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세계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성장의 초기 단계에서 인도 노동자들은 지극히도 잔인한 착취의 조건에서 힘들게 일해야 했다. 예를 들어, 20세기 초기에는 공장에서 일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12시간 7분이었다. 어떤 공장들에서는 14시간까지 일했다. 봄베이에서는 노동자들이 12시간 이상 일해야 했다. [전기를 사용한 몇몇 공장에서는 14시간 30분에서 15시간이었다. 브로치(Broach)는 14시간 30분, 아그라(Agra)는 13시간 45분에서 15시간 15분, 러크나우(Luchnow)는 13시간 45분, 숄라뿌르(Sholapur)는 12시간 30분에서 13시간 30분, 델리는 13시간 30분에서 14시간 30분, 그리고 암리트사르(Amritsar)와 라호르(Lahore)는 13시간에서 13시간 45분이었다. (자료는 공장노동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낮은 임금과 더불어, 빚의 부담 그리고 도급업자들과 중간 관리자에 대한 종속이 노동자들의 불만과 소요를 불러왔다. 때때로 그들은 파업에 의존해야만 했다.
조직화된 방법은 아니었지만, 봄베이와 아메다바드(Ahmedabad)에서 일어난 파업들의 세부 내용이 위에서 인용한 공장노동위원회 보고서에 있었다. 또한 그 위원회 보고서는, 임금이 오른 사례와 봄베이와 아메다바드 노동자들의 여러 요구들을 사용자가 인정하게끔 강제한 일, 그리고 아그라와 마드라스 같은 지역에서의 파업들을 서술하였다.
이처럼 많은 사례에서 노동자들은 ― 영국자본가들, 관료들 및 영국 언론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 인도 자본가들과 직면해야 했다. 그렇게 인도와 영국 자본가들 간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다른 한편에서 인도 자본가들과 노동자 간의 충돌들 역시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농업 부분에서도 계급 투쟁이 나날이 격화되고 있었다. 자본주의 발전의 자연스러운 결과로서 농업부분에 대한 자본 투자가 보편화되었다. 그러나 이 자본 투자는 유럽이 그랬던 것처럼 농업의 근대화에 기여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근대 농업에서 이용되는 기계와 새로운 기술에 필요한 산업영역에서의 근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편으로는 지배자들이 그런 근대화가 일어나지 못하게끔 의식적으로 방해하였다.
자본은 토지소유권을 구매하려는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부자들이 높은 이자율로 중소농에게 돈을 빌려주고,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그들의 토지를 팔도록 강제하는 일이 관례화되었다. 그 결과 신흥부자들이 대지주가 되었다. 이에 반해서 중소농은 무토지 소작민이 되었다. 그렇게 봉건 대지주들과 그 소작인 간의 모순이 지속되었지만, 거기에는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려는 신흥 부자들과 자신들의 토지를 빼앗기는 농민들 간의 또 다른 모순이 시작되었다. 두 모순들은 하루 하루 날카로워졌다.
더욱이 봉건적 지배보다 더욱 뿌리 깊은 카스트 지배와 관련된 토지를 소유한 봉건 군주들, 쇠퇴하는 농촌의 산업들, 토지 개혁 혹은 과거 농업에 종사하던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실업자들을 고용하는 데 필요한 공업화의 부재와 같은 모든 것들이 농촌에 사는 인민들의 삶을 더욱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영국이 도입한 세금제도와 세금 징수에 있어 잔혹한 방법이 다수 농촌 인민들의 궁핍화를 이끌었다. 기아, 전염병, 죽음이 일반화되었다.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노력 대신에 정부는 가장 비인간적인 역할을 지속하였다.
그리고 새세대 지도자들 또한 교양 있는 인민계층 가운데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교사, 변호사, 언론인 그리고 기타 다양한 계층들에서 돈 버는 인민들,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앞서 지적한, 세계 혁명의 영향이 이들 사이에서 퍼져나갔다. 영국 관료들의 오만함이 인민들의 자존감에 상처를 냈다. 책과 잡지들이 영국 자본가들과 고위관료들의 착취와 억압을 낱낱이 밝히자 그들은 분노하였다. 독립과 민주주의 투쟁을 위한 자기 희생에 대한 자극이 그들에게 새로운 삶을 주었다.
그런 것들이 급진적 정치 출현의 밑바탕에 깔린 것들이었다. 발-빨-랄 삼두정치 지도하에 출현한 ‘극단주의’ 정치운동의 숨은 힘은 도시와 농촌 지역의 중간층과 가난한 인민들이었다. 이점이 신세대 급진주의 정치지도자들과 초기 국민회의 지도자들과의 차이점이었다.
록 마냐 띨라끄(Lok Manya Tilak)는 급진주의 지도자 중에 가장 저명하였고 나라에 봉사하려고 모든 것을 내려 놓았던 초기 민족지도자들 중에 으뜸이었다. 지배자들에 저항하는 그의 거듭된 영웅적 투쟁으로 그는 지배자들이 증오하는 목표물이 되었다. 그의 학식과 깊은 이해력 때문에 외국 지식인들조차 그를 존경했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권력에 취한 관료들을 절대 반대했다. 때로는 건강을 해치는 모질고 모진 감옥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는 앞 세대의 지도자들이 성취해내지 못했던 것을 이루어 낼 수 있었다. 그는 농촌과 도시지역의 가난한 인민과 중간계급이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가 되었다.
그의 정치 인생이 시작되었을 때조차, 띨라끄는 새세대의 특징을 분명히 드러내 보였다. 띨라끄는 두 개의 잡지를 발행하며 예리한 펜을 휘둘렀다. 그의 모국어인 마라띠어(Marathi)로 발행한 ≪께사리(Kesari)≫ 그리고 영어로 발행한 ≪마라따(Maratta)≫이다. 그는 관료들의 권력 남용을 폭로하고 인도 독립의 명분을 알리기 위하여, 이 잡지들의 칼럼을 활용하였다. 발행 초기에도 띨라끄와 그의 동료 아가르까르(Agarkar)는 마하라자(Maharaja)주의 작은 지역인 바로다(Baroda)의 디완(Dewan)이 저지른 악행을 폭로하는 글을 출판하여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근대 민족운동의 역사에서, 언론인의 징벌은 흔하지 않았다.) 그 사건에서 공공에의 기여로, 띨라끄와 아가르까르는 징역을 마치고 출소한 이후 인민들이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는데, 그러한 것은 인도의 정치 일대기 중에 거의 최초의 사례였다. 그와 같은 일은 라나데, 나로지, 페로제샤 메따(Pherozeshah Mehta)그리고 고깔레(Gokhale) 같은 유명한 지도자들조차 결코 꿈꿀 수 없었다.
그런 일이 인도 국민회의가 결성되기 전인 1882년에 일어났다. 거의 40년 가까이 띨라그가 행했던 조국에 봉사하는 희생적인 업적은 그 이후 그의 생에 뿐만 아니라 인도 역사에도 기록되었다.
1896~97년 동안 마하라쉬트라에 기근이 들었다. 띨라끄는 정부가 인민들로부터 냉담하게 세금을 징수하려고 혈안이 되었을 때, 기근 피해 지역 규제령을 근거로 기근에 시달리는 비합법적인 법집행을 공개적으로 폭로하고 반대하였다. 그는 조직적인 방법으로 비합법적인 세금 징수에 저항하라고 인민들에게 요청하였다. “만약 여러분들이 돈이 있다면, 세금을 내십시오. 그러나 여러분의 가축, 땅 그리고 재산을 팔아서까지 세금을 내야 할 법적 책임은 없습니다”라며 농촌 지역의 일반 인민들에게 조언하였다.
오래지 않아, 전염병이 지역 전체에 퍼지자 또 다른 고통이 마하라쉬트라 인민들에게 닥쳤다. 정부는 그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치료제를 제공하였고 병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일반 인민들과 전혀 관계없는 경찰과 군대에게 구호활동을 시켰다. 한편 이들은 ‘유행병 구조대’를 조직했는데, 그들은 인격적인 고려없이 집안에 마구들어갔고 여성과 아이들을 희롱하고 괴롭혔다. 이것에 강력히 반대하여, 띨라그가 관료들의 더러운 짓을 두려움없이 폭로했다. 그는 경찰이나 군인들이 집에 들어와 무례한 짓을 하면 인민들에게 자위적인 행동을 할 권리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였다.
이것이 그가 두 번째로 감옥에 갇힌 이유였다. 그는 “인민들의 폭력을 선동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띨라끄를 두 명의 공무원 살인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둘 중 한 명은 영국인이었는데, 그는 전염병에 감염된 지역의 구호활동에서 악행으로 악명을 떨쳤다. 그 사건을 담당했던 판사는 띨라끄가 살인에 관계되지 않았다고 밝혀냈다. 그러함에도 띨라그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판사는 영국지배자들에게 충성하지 않고 애정도 없는, 띨라그의 정치적 활동은 처벌받아야 된다고 판결하였다.
띨라끄의 생에서 일어난 이 두 사건들은 새세대 급진주의 지도자들이 대중들과 가까이 관련을 맺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 당시에는 조직화된 노동조합 또는 농민조직이 없었다. 그러나 발-빨-랄 삼두정치의 지도력 아래 발전하는 운동은 산업노동자들과 농민들을 포함하여 대중들을 정치무대 속으로 끌어당겼다. 급진주의자들은 ‘스와데시’, ‘스와라지’를 포함하여, 민족 교육 그리고 관료들과 착취자들에 의한 억압에 저항하는 행동강령을 만들었다. 산업노동자들, 소작민들 그리고 도시와 마을에 사는 기타 가난한 계층들의 인민들이 고무되었다. 점차 노동계급이 파업을 무기로 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투쟁이 임금인상 투쟁과 노동시간 단축 그리고 기타 즉각적인 경제적 요구들을 뛰어넘었다. 그들이 정치 파업을 일으켰다.
1908년 띨라끄가 세 번째 감옥에 갇히는 징역형을 선고받자 인도 역사에서 최초의 정치파업이 일어났다. 당시 그 파업은 일반적인 정치적 쟁점을 내걸었다. 레닌이 언급한 것처럼, 그것은 “인도 노동계급의 성숙함에 대한 공개선언”이었다. 또한 띨라끄의 유죄판결은 투쟁의 새 형식인 하르딸1)을 낳았는데, 이후 독립 투쟁에서 중요하게 자리매김하게 된다. 재판장의 판결이 있던 날, 수많은 인민들이 법원에 군집하였다. 법원은 띨라끄를 그들과 차단시키려고 잽싸게 빼돌렸다. 인민들은 그런 행위에 대해 강력히 저항했다. 상점과 시장이 닫히고,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했으며 검은 휘장을 달았다. 노동자들, 학생들 그리고 상인들은 강력한 항의를 표현하기 위해 동맹을 맺어 행동하였다. 벵갈 인민들은 벵갈 분리 때 이미 이런 방법의 투쟁을 발전시켜나갔다. 띨라끄를 향한 인민들의 존경과 애정을 드러내기 위해 마하라쉬트라에서 채택된 것들이 인도 전체를 특징짓는 운동을 낳았다.
띨라끄와 그의 동료들이 역할을 하며 만들어진 인민들의 저항은 정당하게도 높이 자리매김 되었다. 이러한 지도자들은 정당하게도 역사가들 뿐만 아니라 인민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여기에서는 특별히 언급이 필요한 한 가지가 있는데, 그런 지도자들이 보여준 용기와 자기 희생이 덜 중요하다는 것이 결코 아니라, 인민들이 계급의식으로 조직적으로 행동하는 힘으로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 위대한 지도자들은, 그 힘을 구체화할 수 있고 그것을 조직화된 형태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초기 세대의 지도자들과 그들의 차이점이었다. <노사과연>
1) hartal. 편집자주: 인도를 포함한 여러 남아시아 지역의 언어에서 파업을 뜻하는 단어이다. 힌디어에서 부끄 하르딸(bhukh karta)은 단식 투쟁을 뜻한다. 이 당시 전면총파업, 철시, 관공서, 관공서 폐쇄와 시민 불복종등을 포함한 완강한 형태의 투쟁이 벌어졌다. 1953년 실론(현 스리랑카)에서도 맑스주의 정당이 하르딸이라는 이름으로 총파업을 조직하였고 1940~60년대 말레이시아에서도 빈번하였다. 오늘날에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인도에서는 대중적인 형태로 남아있다.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