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동지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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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철 동지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원정화 여간첩 사건도 조작되었다는 ≪한겨레≫ 신문의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런 사회적 관심과 여론을 보면서 제 사건의 진실도 제대로 밝히려는 사회적 여론도 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전망과 기대를 갖고 수사기록 재검토를 하여 수사과정과 재판과정에서 제대로 밝히지 못했던 진실을 밝힐 토대를 만들고 싶어요.

현재 제 형사재판사건 기록물은 (A4상자 4개) 박재홍 변호사님이 보관하고 있습니다. 먼저, 천주교인권위원회와 사건 재검토에 관해서 상의하시고 박변호사님께 자료들을 인수받으셔서 천주교 인권위에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박재홍변호사님께도 편지를 드려 도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석방모임 내부에서도 제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과 진실을 공유하여 왜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하며 국가정보원이 어떻게 간첩사건을 기획하고 조작하는지 이해하고 파악해야 합니다. 또 다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제 사례가 공론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큰 동력과 호응을 얻지 못하겠지만, 천주교 인권위원회와 석방모임이 사건 기록을 재검토하고 분석연구를 시작한다면 좋은 출발점이 되리라 봅니다.

최상철 동지와는 1달에 1회 (전화) 소통을 계속 유지하겠습니다. 그동안 권말선 시인님의 도움으로 저의 근황과 서신들을 카페 게시판에 공유를 하였는데, 권시인님이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통합진보당)하시면서 무척 바빠지셨어요. 그래서 석방모임 카페에 저의 근황과 편지글을 올리는 게 어려워졌습니다. 그 일을 대신 해 줄 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직접 석방모임 회원분들과 소통할 순 없지만, 저에게 관심갖고 편지 보내시는 분들의 생각과 근황을 함께 공유하면 서로 격려도 되고 일체감도 생길 거라 생각해요.

저는 그래서 계속 그런 소통을 해가고 싶어요. 최상철 동지는 ‘간사’ 일을 맡고 계셔서, 석방모임 카페까지 챙기기는 것은 너무 희생이 큽니다. 다른 연대단체(구노회, 양심수후원회 등등)에서 도와주거나, 순수하게 개인 회원분들이 맡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주일에 1회씩 저와 서신교류를 하면서 저와 석방모임 카페를 연결시켜주실 분이 필요합니다. ○○○님 같은 분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는데 어느 순간부터 편지도 없고 그분의 소식도 잘 모르고 있습니다. 꼭 ○○○님이 아니어도 그런 일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부탁을 드리고 싶네요.

석방모임카페가 소통의 기능을 발휘하면 석방모임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제가 직접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으니, 카페가 어떤 상황인지 잘 몰라 답답하군요.

최상철 동지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이번 주말에 레닌의 ≪제국주의론≫을 다시 읽었습니다.이렇게 정독을 한 것이 20년 만이에요. 지금 다시 읽어보아도 마치 최근의 정세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생생하고 실감이 납니다. 인도에서 읽었을 때에는 자본의 집적과 독점자본주의의 발전 그리고 그런 독점자본주의 국가들의 세계 시장 재분할로써 제국주의라는 독점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분석틀로서만 이해했습니다.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사회-배외주의, 기회주의자들과 투쟁하는 레닌의 진정성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레닌은 사회주의를 말로만 떠들면서 실제로는 부르주아와 소부르주아에 굴복하고 타협하는 기회주의자들을 냉철히 비판하였음에도 왜 쏘련은 레닌의 지도사상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했을까? 단지 흐루쇼프 같은 수정주의자들의 배신 때문이었을까? 지난 역사의 일들을 곱씹으면서 그런 생각을 합니다. 레닌도 지적했지만 독점자본주의의 현상이 어떠하든 그 본질과 독점자본주의 속성은 지금까지 그대로이므로 레닌의 문제의식과 그의 사상은 오늘날 우리에게 여전히 의미있고 세상은 올바른 방향으로 전진할 거라 확신합니다.

독점자본주의 체제는 근본적으로 생산과정의 사회화가 고도화되면서도 생산시설의 사유화라는 모순에 부딛혀 결국 부패(부유화) 할 것이라는 레닌의 분석에 깊이 공감을 합니다. 그러나, 최 동지도 알고 계시듯이, 독점 자본가들 역시 그들의 취약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끊임없이 그들의 본질을 숨기고 교묘히 은폐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마어마한 국가차원의 폭력으로, 저들의 본질을 까발리려는 시도와 운동들을 억압하고 탄압하고 있지요. 그런 억압과 탄압도 어느 임계점에 가서는 폭발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런 신념을 갖고 억압적인 감옥 생활을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항상 저를 믿고 응원해주셔서 고마워요.

 

또 소식드리겠습니다.

 

이병진 올림

2014년 3월 30일

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Apr 21st, 2014 | By | Category: 독자편지, 정세와노동 | 조회수: 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