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침한 독방
내가 먹는 찬 그릇
묻어 온 고추씨 하나
흙도 없는 마룻장 한구석
솜뭉치를 흙을 삼아
조심조심 놓아 심고
자고 나면 물을 주어
정성껏 가꾸면서
애지중지 살펴 주니
감쪽같이 솟아났네
차츰차츰 새파랗게
움이 색색 자라더니
새싹은 땅에 박고
낡은 씨는 머리에 이고
방긋방긋 자라나네
너를 벗삼아
첫사랑의 설레임처럼
밤낮으로 쳐다본다
그믐밤에도 달은 있었다
출처: 김수룡, ≪당신을 땅에 묻고≫, 김수룡 선생을 사랑하는 사람들 펴냄, 1996. p.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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