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세미나 후기> 안녕하지 못한 우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세미나

도형|≪자본론≫ 세미나 팀원

 

 2013년 12월 10일,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고려대학교에 붙은 한 장의 자보는 2013년을 관통하는 구호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전국의 여러 대학교에서 이에 호응하는 대자보가 붙여졌으며 대학교를 넘어 고등학교, 사회 각계 계층에서도 이에 화답하는 자보가 붙여졌다. 어떻게 대자보 한 장이 이토록 거대한 열풍을 불러올 수 있었을까? 바로 불확실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팔 것은 노동력 밖에 없는 안녕하지 못한 우리들의 실상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이 안녕하지 못한 실상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것이 궁금한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은 세미나가 있다. 바로 노사과연에서 진행하고 있는 ≪자본론≫ 읽기 세미나 강좌다.

 

≪자본론≫은 맑스가 ‘정치경제학비판을 위하여’의 연장선상으로 집필한 저서로서 수많은 지식인들을 매혹시켜온 경제학의 고전이다. 여기에서 맑스는 자본주의의 근본 원리를 그 뿌리부터 논증함과 동시에 이러한 원리가 현실에서는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그 현상 형태까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그의 논증을 따라간다면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하에서 우리가 안녕할 수 없는 이유를 알 수 있게 된다. 안녕하기 위한 해법이 제시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그렇기에 노사과연 세미나를 따라간다는 것은 어째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하에서는 우리가 안녕할 수 없는지 어떻게 하면 안녕할 수 있는지 그 해답을 맑스와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세미나는 매주에 일회, 늦은 저녁시간에 노동사회과학연구소에서 진행된다. 각 세미나 팀장의 지도에 따라 읽어올 텍스트의 분량이 정해지고 그 분량에 맞춰서 발제자가 발제를 해 오면, 세미나 시간에 다 같이 발제문을 읽고 그 내용에 대해서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나 오해가 있는 부분은 팀장님이 조언해주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세미나 참가원들이 발제를 하고 토론을 하는 형식이기에 팀장님이 강의를 하고 이를 받아먹기만 하는 속칭 떠먹여주기식의 세미나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겐 맞지 않을 수 있다. 진지하게 텍스트를 대면하고 그 내용에 대해 고민하며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질문을 통해 팀장님이나 세미나조원들을 괴롭힐수록 남는 것이 많은 세미나이다.

 

이번에 내가 참가한 세미나는 ≪자본론≫ 2권 읽기 세미나였다. 학교에서 전공과목으로 수강했던 마르크스 경제학 수업이 세미나 참가의 계기가 되었다. 주류경제학도로서 부르주아 경제학 쪽에 치우쳐진 시각을 바로잡아보고자 가벼운 마음으로 수강했던 수업이었지만, 이 수업은 영화 메트릭스에서 모피우스가 내밀었던 진실을 알려주는 빨간약과 같은 수업이었다. 수업에서 실제로 직접 텍스트를 읽어보니 흔히 우리가 주위로부터 들어 알고 있던 맑스의 이론은 사실과 무척 달랐다. 그동안 우리가 맑스에게 가해온 수많은 비판들은 사실 그가 이야기하지 않은 사실 혹은 그의 말을 왜곡한 다음에 그것에 대해 비판하는 허수아비식 논증의 오류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왜곡되지 않은 진정한 맑스의 이론을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수업에서 자세히 다루지 못했던 ≪자본론≫의 다음 권도 직접 읽어보기 위해 나는 노사과연의 ≪자본론≫ 세미나에 참가하기로 결심하였다.

 

사실 선뜻 노사과연의 문을 두드리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었다. 노사과연은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나름 유명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현실성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으면서 남들에게 자신의 사상만을 강요하는 독선적인 스탈린주의자들의 모임이라는 것이 세간의 노사과연에 대한 평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세미나에 참가해보니 그와 같은 평가는 잘못된 것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세미나가 진행되는 내내 팀장님이 강조하는 말이 있다. 바로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라는 것. 모든 사상적 배경을 떠나서, 세미나는 오로지 ≪자본론≫의 텍스트만을 근거하여 이루어진다. 물론 그 해석에는 자신이 믿는 신념이 개입되기도 하겠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사상을 남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 세미나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우리가 이번 세미나에서 다룬 내용은 ≪자본론≫2권에 관한 내용이었다. 1권이 자본의 생산과정을 다루었다면 2권은 자본의 유통과정을 다루고 있다. 1권에서의 우리의 목표가 자본의 생산과정을 이해하는 것이었다면 2권에서의 우리의 목표는 자본의 운동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2권 1편에서는 정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는 자본의 순환에 대해서, 2편에서는 동적인 측면에서 살펴본 자본의 회전에 대해서, 3편에서는 이 모든 것을 종합하여 사회적 총자본의 재생산에 대해 공부하게 된다. 2권은 분석적인 내용이 주가 되고 정리가 잘 되어있지 않아서 읽기가 상당히 버거웠다. 발제할 때도 1권과 달리 내용이 두서없이 연결되고 지식의 파편들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어서 무척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렇게 고생한 만큼 남는 것도 많았다. 1권에서와 달리 2권에서는 보다 가정을 완화시켜서 현실에 가까운 자본의 운동모습을 살펴보기에 무척 흥미진진했던 것 같다. 1권에서 품었던 여러 가지 의문사항들이 2권의 완화된 가정위에서 착착 퍼즐 맞추어지듯이 해결되는 과정은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주기도 하였다.

 

이제 한 학기 동안 진행된 ≪자본론≫2권 세미나를 마치면서 돌이켜보자면, 나는 이 세미나에 참가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맑스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기도 하였고, 평소에 고민하고 있었던 세미나 외적인 내용도 질문해 볼 수 있어서 굉장히 유익했던 것 같다. 하지만 ≪자본론≫ 세미나가 발제문에 대한 토론보다는 책 내용에 대한 질문 위주로 진행되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제대로 된 토론은 세미나조원들의 발제문에 대한 숙지가 미리 이루어진 상태에서야 진행될 수 있는데, 막상 세미나조원들은 당일에 처음으로 발제문을 접하게 되니 발제문에 오류가 있거나 자신과 견해가 다른 부분이 존재하더라도 이를 발견해 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발제자가 미리 발제문을 세미나 게시판에 올리고, 조원들이 이를 숙지한 상태에서 들어오게 된다면 세미나가 좀 더 재미있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다.

 

얼마 전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우연히 알바생의 처우문제에 대해 알바생과 고용주 간의 상반된 시각을 조명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낮은 급여와 처우에 불만을 품고 있는 알바생과 알바생의 성실하지 않은 태도와 어려운 가게사정을 토로하는 고용주의 입장이 소개되었고, 이에 대한 패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프로그램의 사회자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출연한 알바생마저도 가게의 어려운 사정으로 자신이 정당한 처분을 받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 수긍하고 있었다. 이렇듯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자본의 논리에 익숙해져서 그것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 자본주의의 역사적 특수성에 대해 깨닫지 못해 자기도 모르게 싸우기 이전에 패배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가 안녕해지기 위한 바로 그 첫걸음은 자본의 논리가 보편적인 진리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그 깨달음을 얻는 것은 ≪자본론≫을 읽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 노사과연의 문은 그런 깨달음을 갈구하는 우리들을 향해 언제나 활짝 열려 있다. <노사과연>

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0개의 댓글

연구소 일정

3월

4월 2024

5월
31
1
2
3
4
5
6
4월 일정

1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3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4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5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6

일정이 없습니다
7
8
9
10
11
12
13
4월 일정

7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8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9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0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1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2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3

일정이 없습니다
14
15
16
17
18
19
20
4월 일정

14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5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6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7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8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9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0

일정이 없습니다
21
22
23
24
25
26
27
4월 일정

21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2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3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4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5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6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7

일정이 없습니다
28
29
30
1
2
3
4
4월 일정

28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9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30

일정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