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정세] 사회변혁의 기치하에 반(反)문재인 정권 전선의 형성으로!

 

문영찬 | 연구위원장

 

 

 

1.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 심화와 자본가계급의 보수화, 반동화

 

자본주의의 위기가 깊어 가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자본주의 주요 국가의 경제는 침체의 추세가 심화되고 있다. 유일하게 호황을 보였던 미국 경제도 하락 추세에 접어들어 대통령 트럼프는 연방은행에 대해 금리 인하 압력을 넣고 있고, 중국 또한 미국과의 무역 갈등 속에서 생산, 투자, 소비, 수출 등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하여 세계 무역 자체가 위축되고 있는데, 이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대해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하여 한국 경제를 깊은 침체의 늪으로 몰고 있다. 한국은 11개월 연속 수출이 마이너스 증가를 보이고 있고 물가는 0% 증가를 보이고 있어서, 한국 경제가 장기적인 침체에 빠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전망을 낳고 있다.

지금의 세계적 차원의 경제 위기의 전개는 단순한 순환적 공황의 양상을 넘어서고 있다. 그것은 IT 산업, AI(인공지능) 등으로 대표되는 생산력의 급속한 발전이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으로서, 생산의 사회적 성격과 취득ㆍ전유의 사적ㆍ자본주의적 성격 간의 모순, 즉 자본주의의 근본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탈출구는 새로운 시장의 발견이 될 터이지만, 지난 30여 년에 걸친 세계화의 구호 속에서 세계 시장 자체는 이미 포화 상태에 접어든 지 오래이다. 그리하여 현재의 위기를 탈출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근본 모순의 극복,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의 철폐, 계급 대립의 철폐뿐이라는 것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한편 문재인 정권의 치적으로 꼽혔던 남-북 관계, 북-미 관계의 진전 또한 현재 정체의 국면에 처해 있다. 미국의 경우 이북의 비핵화를 통한 한(조선)반도에서의 헤게모니 강화를 추구하는 데 반해, 이북의 경우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조건으로서 한(조선)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추구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이한 전략적 목표로 인해 대화의 발전이 쉽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문재인 정권은 한-미 동맹에 기초한 한(조선)반도 평화를 주장하고 있어서 한(조선)반도 평화 체제 구축과는 거리가 멀다. 왜냐하면 한-미 동맹은 미 제국주의의 헤게모니가 관철되는 기제로서 제국주의 동맹이며 또한 군사적 의미를 내포하는 전쟁 동맹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세계 경제 위기, 그리고 한(조선)반도 정세 자체는 한국의 정세의 직접적 구성 요소가 아니라 한국의 정세에 영향을 끼치는 ‘조건’이다. 그리고 한국의 정세 자체는, 이러한 외부적 조건에 영향을 받으면서 또한 경제적 토대에서의 위기 여부에 의해 영향을 받으면서 형성되는 각 계급들의 상호 관계가 주요한 것이며, 거기에 더해 각 계급과 국가 권력과의 관계가 포함되어야 한다. 만약 경제 위기 자체를 정세로 보고, 경제 위기의 여하에 따른 대중 투쟁의 폭발 등으로 정세 분석을 해 간다면, 그것은 경제주의적 정세 분석에 지나지 않는다. 경제적 위기는 정세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지만, 경제적 위기 자체가 정세는 아니며 그러한 위기에 기초하여 형성되는 계급들의 상호 관계가 바로 정세의 실체이다.

현재의 한국의 정세는, 대중들의 촛불의 열망에 따른 개혁인가 아니면 반동인가를 둘러싸고 조국 정세를 경과한 상태이다. 조국 정세는 문재인 정권의 ‘개혁’의 실체, 계급적 성격을 일정하게 폭로했는데, 대중들은 조국 씨를 통하여 소위 ‘개혁’을 운위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특권층으로 살아가는 모습에 분노했고 그를 통하여 한국 사회에서 계급의 문제가 중심적인 문제임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대중의 요구를 정직하게 반영한다면 쟁점은 개혁인가 아니면 변혁인가로 되었을 터이지만, 부르주아 정치는 대중의 요구를 비틀어서 쟁점을 반동이냐 개혁이냐의 구도로 만들었다. 자유한국당, 부르주아 언론들, 검찰이라는 국가 기관은 대중의 요구를 반동적으로 비트는 데 선두에 섰고, 그리하여 현상적으로는 쟁점의 전도에 성공한 듯이 보인다. 그리하여 조국의 낙마에 대해 문재인은 ‘통합과 민생’을 화두로 던졌다. ‘통합’은 자본가계급 내의 자유주의적 분파와 반동적 분파가 서로 싸우지 말고 협력하자는 것이며, ‘민생’은 경제 살리기를 내세워 노동 존중이라는 가면을 벗어 버리고 노골적으로 자본가계급의 편을 들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하여 조국 정세의 경과는 자본가계급의 보수화, 반동화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세의 전개에 대해 노동자계급은 거의 개입하지 못하고 단순한 시민으로 분해되어 서초동 혹은 여의도에서 촛불을 드는 것으로 그쳤다. 그리고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본사 점거 농성, 철도 파업과 대우조선의 파업 등이 있었다. 또한 노동자계급 전체적으로는 경제 위기에 대한 자본가계급의 공세의 하나로서 노동법의 개악에 맞서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지만 그를 위한 전선은 좀처럼 힘 있게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이 보수화되는 현실, 그리고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자본가계급 내의 반동적 분파가 강화되는 현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촛불 시위의 시효가 다하고 있다는 것, 소위 ‘개혁’을 통한 한국 사회 개조의 전망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 노동자계급은 더 이상 ‘개혁’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사회변혁의 깃발을 들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왜 그런지를 노동자계급의 전술의 원칙과 관련지어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2. 노동자계급의 전술 원칙에 접근하기 위한 전제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직후 문재인 정권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제로화를 선언했고, 노동 운동 진영, 진보 진영에서는 사회 대개혁의 요구를 제출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의 그러한 선언은 지금 시점에서 공염불에 불과했다는 것, 기만이었음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그 외에 수많은 개혁의 쟁점들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실시된 것이 없고, 특히 노동 문제에서, 그리고 민주주의 문제에서 문재인 정권은 철저히 기만적이고 보수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전교조의 합법화 문제가 그러하고 국가보안법 철폐를 비롯한 민주주의 진전에서는 단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다. 또한 세월호의 진상 규명은 착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개혁’을 통한 한국 사회의 개조라는 촛불의 염원은 기만당하고 배신당하는 경과를 밟아 온 것이다.

그러면 문재인 정권 초기에 제출되었던 사회 대개혁의 요구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 어떠한 입장을 가져야 하는가? 사회 대개혁의 요구가 제출되었던 것은 촛불에서 드러난 민중들의 사회 개혁의 요구를 수렴하여 반영하고 그를 통해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처지를 개선하며, 특히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에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자는 것 때문이었다. 그러나 조국 정세에서 드러난 두 가지 특징, 즉 문재인 정권의 개혁의 기만성과 그 한계가 일정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조국 정세의 귀결로서 자본가계급이 전반적으로 보수화, 반동화되면서 개혁을 통한 한국 사회의 개조의 전망이 사리지고 있다는 점은, 사회 대개혁의 슬로건이 시효를 다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물론 정의당은 조국 낙마 직후 다시금 사회 대개혁의 힘찬 발걸음을 하자고 했고, 민주노총 또한 여전히 사회 대개혁의 요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정세의 변화를 읽지 못하면서, 개량주의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가리킬 뿐이다.

사실 사회 대개혁의 요구가 힘을 가지고 노동자계급에게 유용하려면 그 조건으로서 첫째, 문재인 정권의 소위 ‘개혁’에 기대는 것이 아닐 것, 둘째, 노동자계급 주도의 변혁적 투쟁을 통해서 이루어질 것, 셋째, 사회 대개혁이 한국 사회의 변혁의 전망에 종속될 것이 필요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사회 대개혁 요구 투쟁은 문재인 정권과 개량주의 세력 간의 협조를 가리는 가림막으로 작용하여, 사회 대개혁에서 변혁성이 거세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이러한 점이 주체의 측면에서 사회 대개혁 요구 투쟁의 오류와 한계라면, 이제는 정세의 측면에서 객관적 현실의 측면에서 사회 대개혁의 요구가 낡은 슬로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즉, 촛불 시위의 반영으로서 사회 대개혁의 요구는 촛불의 시효가 다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제는 낡은 슬로건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의 전개에 대해 노동자계급은 더 이상 ‘개혁’의 슬로건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전망과 투쟁을 제출해야 하며, 그것은 곧 사회변혁의 슬로건이고 사회변혁의 전망, 사회변혁 전략의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노동자계급의 과학적인 전술의 수립을 방해하는 한 요소로서, 정의당 대표인 심상정 씨의 자유한국당 부활 저지를 주요한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들 수 있다. 심상정 씨는 정의당의 대표 선거에서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의 부활 저지를 주요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사실상 민주당의 2중대를 하겠다는 것을 공공연히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현실 정세에 대한 대단히 주관주의적인 해석에 기초한 것이다.

먼저 자유한국당을 부활시키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를 보아야 한다. 적폐 청산을 최소한으로 축소시키고, 민주주의를 단 한 걸음도 진전시키지 못하고, 세월호의 진상의 은폐에 대해 사실상 동조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 스스로가 자유한국당을 부활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만약 사법 개혁의 요구에 대해 철저히 개혁적 조치를 취했다면 검찰의 지금과 같은 모습은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점은 문재인 정권의 계급적 한계, 그리고 보수성이, 민중들에 의해 이미 거부되었던 자유한국당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그들에게 정치적 시민권을 부여하고 심지어 정치적 동력을 부여하는 원천임을 말해 주는 것이다. 민주당, 그리고 문재인 정권은 계급적으로 보면 민주주의를 진전시켜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전진을 초래하기보다 스스로 권력을 자유한국당 등의 반동파에 넘겨주는 길을 기꺼이 택하는 세력이다. 이는 노무현 정권이 이명박 집권의 길을 닦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리고 전술적 측면에서 보면 자유한국당 부활 저지를 초점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은 엉터리 전술이다. 그것은 노동자계급이 자유한국당 부활 저지라는 부르주아 정치의 구도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도 부르주아 정치의 졸이 되라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부활 저지를 통해 노동자계급이 정치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가? 지금 누가 국가 권력을 쥐고 있는가? 노동자들의 경제 투쟁에서도 “진짜 사장이 나와라”라고 요구하는 것은, 자본가와 맞붙을 때만 투쟁의 의미 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이러한 점들을 보면 심상정 씨의 주장은 노동자계급을 정치적으로 해체하여 부르주아 정치의 제물로 삼자는 반동적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은 대중의 요구를 비틀어서 왜곡하는 부르주아 정치에 대해 노동자계급의 해방의 정치, 사회주의 정치를 대치시키는 길을 가야 한다. 쏘련 붕괴 후 꺾여진 사회주의 기치를 재정립하는 것, 사회변혁 전략을 다시 가다듬는 것, 변혁의 전망을 갖는 노동자계급의 전술 원칙을 정립하는 것, 이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변혁 운동을 재정립하는 것 등이, 노동자계급이 추구해야 하는 정치의 길이다.

자기 중심을 갖지 못하는 소부르주아 정치 세력은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희생하여 자신의 정치적 기득권을 제고하려 한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은 이러한 소부르주아 정치 세력과 단호히 선을 그으면서 노동자계급의 독자성을 제고하고, 이데올로기적ㆍ정치적 헤게모니를 구축하는 길을 가야 한다. 심상정 씨가 위와 같은 주장을 한 것은 의회 선거가 자신들에게는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에게 의회 선거, 심지어는 대통령 선거 또한 모든 것이 아니다. 노동자계급은 의회 등의 선거에 참여하는 전술을 펼 수도 있고, 때로는 그러한 길을 가야만 한다. 그러나 자신의 존립을 선거에 의지하는 것은 그 세력이 이미 변혁의 전망을 상실했거나 아니면 변혁의 길로 갈 가능성이 사라지고 있는 세력이라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현재 내년 총선을 둘러싸고 진보 진영 내 합법 정당들 내에서 선거에 대비하여 규모를 키우는 문제가 일정하게 논의되고 있다. 물론 선거에서 일정한 의미 있는 결과를 내오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변혁의 전망과 분리된, 단순한 정치공학적인 이합집산이라면 그 길은 실패의 길일 수밖에 없다. 80년대 이후 수많은 합법 정당들의 명멸은, 선거를 둘러싼 운동 진영 내 이합집산이 운동 역량의 성장이 아니라 운동 역량의 소진, 소멸을 가져왔다는 것을 잘 말해 준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은 선거 공간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객관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것을 넘어서서 선거 혹은 의회를 통한 정치적 발전의 길을 도모하는 것은, 노선상에서 개량주의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은 물론, 운동 역량의 소진을 가져올 것이다.

 

 

3. 노동자계급의 전술 원칙의 정립에서 고려해야 할 쟁점들

 

정치적 측면에서, 그리고 경제적 측면에서 지금은 사회변혁의 기치를 높이 들어야 할 때이다. 지금 세계적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경제 위기는 자본주의의 근본 모순을 전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고도화되고 있는 생산의 사회적 성격, 첨단화되고 있는 생산들, 거대화되고 있는 생산수단들, 사회화되어 있는 생산수단들이 단지 자본가의 소유여야만 한다는 것 때문에, 생산력이 거대하게 낭비되고 대중의 빈곤을 부르고 사회적 격차와 불평등을 극단화하고 있는 현실 앞에서, 자본주의를 넘어서야만 이 모든 문제와 쟁점들이 풀린다는 것은 서서히 명백해질 것이다. 이 모든 문제들의 근원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는 대중들에게 공공연히,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그를 통해 대중을 결집시키는 길을 가야 한다. 자본주의의 근본 모순이 전면화되고 있는 자본주의 위기의 시대에 노동자계급은 사회주의의 깃발을 들고 변혁의 길을 가야 함을 호소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전략적 차원의 판단의 문제라면, 한국의 현재의 정세는 전술적 차원에서 사회변혁의 기치를 요구하고 있다. 촛불의 열망이 줄곧 배신당하는 길을 걸어오면서 조국 정세의 결과 ‘개혁’을 통한 사회 개조의 전망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사회변혁의 기치가 제기될 때만 노동자계급의 계급적 단결을 도모할 수 있고 민중들을 결집시킬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은 민중 배신 정권이라는 것, 독점자본들의 카드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 미제에 대한 굴종을 통해 한(조선)반도 평화의 전망을 가리고 있다는 것 등을 폭로하면서, 사회변혁의 기치하에 반(反)문재인 정권의 전선을 형성해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진보 진영 내에서 여전히 개량의 기치를 내거는 세력, 즉 정의당 등의 개량주의 세력과 선을 명확히 긋는 것이 필요하며, 노동자계급 스스로는 변혁의 전망을 구체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왜 개량이 아니라 혁명인가, 사회변혁의 내용은 무엇인가’라는 대중의 물음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의 내용, 한국 자본주의의 모순들에 대한 분석, 한국 자본주의의 신식민지적 성격, 세계 질서를 규정하는 현대 제국주의와 관계 등등에 대해 준비된 내용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쟁점들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 현 단계에서 노동자계급의 계급적 단결을 위해 긴요한 것은 민족 문제와 계급 문제의 통일성에 대한 인식이다. 왜냐하면 이 쟁점이 노동자계급을 통일 운동 진영과 계급 운동 진영으로 분열시키고 있는 주요한 쟁점이기 때문이다. 80년대 운동에서 비롯된 이 쟁점, 사실은 80년대 운동의 한계를 반영하고 있는 이 쟁점, 지금의 운동에서 과학이 실종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이 쟁점에 대해, 이제는 일정하게 답이 나와야 할 때이다. 이것은 단지 이론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 정세의 요구에 비추어 보았을 때도 그러하다.

통일 운동 진영의 상당수는 한국 자본주의 발전의 고도화라는 현실을 외면한다. 그리하여 계급 모순이 한국 사회에서 전면화하고 있다는 것을 주관적으로 외면하고, 미 제국주의의 한국 사회에 대한 규정력만을 강조한다. 그러나 외적 모순은 내적 모순을 통해 관철되는 법이다. 즉, 미 제국주의의 한국 자본주의에 대한 신식민지적 규정력은 한국 사회 내의 계급 대립, 자본가계급의 노동자계급에 대한 억압과 착취 질서를 통해 관철된다. 민족 모순은 계급 모순을 통해 관철되는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계급은 민족 감정 때문에 미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미 제국주의가 한국 사회에서 자본가계급의 노동자계급에 대한 억압과 착취 질서를 지탱하는 하나의 주요한 축이기 때문에 미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쟁점을 지금 제기하는 것은 노동자계급의 정파적 분열이 현실의 계급적 단결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 그리고 민족 모순과 계급 모순의 통일적 인식의 결여가 노동자계급의 변혁적, 과학적 전술의 수립을 방해하고 개량주의적 전술을 초래한다는 점 때문이다. 그런데 민족 모순과 계급 모순의 통일성의 인식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변혁 전략이 정립되기 위해서는, 과학적이고 풍부한 전술이 정립되기 위해서는, 민족 모순과 계급 모순의 내적인 연관에 대한 구체적 분석이 필요하며, 이는 한국 자본주의의 계급들의 상호 연관, 모순 구조, 국가 권력과 계급들의 관계 그리고 현대 제국주의의 규정력이 한국 사회에 관철되는 기제 등에 대한 실사구시적인 접근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러한 지점들을 딛고서 노동자계급은 변혁 전략 수립의 길로, 과학적 전술의 수립의 길로 갈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변혁 전략에 대한 문제의식을 기초로 당면 전술의 문제로 넘어가 보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합병 반대 투쟁에서,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이제는 자본주의를 넘어설 것을 선동해야 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합병은 공황에 대처하는 자본의 전략의 하나로서 자본의 집중을 통한 위기 극복 전략이며 이는 정규직,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는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를 전제로 하며 이러한 생산력의 발전, 확대가 노동자의 생존을 압살하는 것은 바로 자본주의 때문이라는 것, 생산수단이 자본가의 소유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선동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생산수단을 노동자계급에게 귀속시키는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해야 함을 선동해야 한다. 그런데 당면 투쟁에서의 최소 목표로는 경제 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하여 극복하는 자본의 전략에 대한 반대, 고용 등 생존권의 보장 등의 요구 투쟁을 해야 한다.

톨게이트 노동자의 경우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의 감소에 대해 그것은 자본주의에서 생산력 발전의 필연적인 추세이지만 이러한 생산력 발전이 노동자의 해고로 나타나는 것은 바로 자본주의 자체 때문임을 선동해야 한다. 자본가가 생산수단을 장악, 소유하고 있다는 그 이유 때문에 생산력 발전이라는 진보가 노동자에게는 해고 등 억압과 생존권 박탈로 다가온다는 것을 선동해야 하며 따라서 생산수단을 노동자계급에게 귀속시키는 사회주의 사회가 건설되어야 한다는 것을 선동해야 한다. 그리고 당면 투쟁의 최소 목표로는 생존권의 보장, 고용 보장 등의 요구 투쟁을 해야 한다.

이러한 점은 노동자 투쟁의 모든 영역에서 자본과 노동의 대립의 철폐, 계급의 철폐를 선동하면서도, 당면의 투쟁에서 현장 노동자의 절실한 처지를 반영하는 최소강령 요구 투쟁을 해야 함을 의미한다. 즉, 계급의 철폐,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의 폐지라는 최대강령의 선동을 한시도 멈추지 않으면서도 현장의 절실한 요구들을 수렴하고 최소강령으로 정식화하여 그를 목표로 투쟁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전선의 형성과 관련하여 지금의 정세에서 주요한 것은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의 전선이다. 사실 그동안 자본가계급의 신자유주의 지배 전략과 운동에서 개량주의 경향이 지배적임에 따라 운동 역량은 피폐해져 갔다. 그리하여 최근에는 웬만한 대공장을 제외하면 처절하지만 고립 분산적인 투쟁의 양상이 많이 나타났다. 김용희 동지의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의 고공 농성, 그리고 기아차 노동자의 단식 투쟁이 그러하다. 이러한 양상은 단기간에 극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광범한 노동자층을 결집시키고 계급적 단결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들을 놓쳐 왔던 것 또한 주요하다. 특히 최저임금 투쟁, 노동법의 개악 저지, 그리고 개선 투쟁 등은 낮은 차원이지만 광범한 노동자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쟁점임에도, 현실의 투쟁에서는 국회 일정에 맞춘 퍼포먼스 이상이 되지 못해 왔다. 이러한 상황이 빚어진 원인 중 주요한 것은 노조 운동의 상층부가 법ㆍ제도 개선 투쟁을 계급 타협의 문제로 사고해 왔기 때문이다. 즉, 법ㆍ제도의 문제를 정권과 혹은 자본가계급과 주고받는 거래, 혹은 흥정의 문제로 사고해 왔던 것이 광범한 노동자를 결집시키고 계급적 단결을 고양할 수 있는 계기들을 유실시켜 온 주요 원인인 것이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타협의 산물로 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노동자계급의 계급적 단결을 도모하여 노동 운동의 역량, 노동자계급의 역량을 제고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보면, 올 하반기의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 전선은 현 정세의 주요 고리가 되는 전선이다. 주 52시간제를 명분으로 탄력근로제를 확대 실시하는 것은 임금의 저하와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것으로서 노동자의 광범한 층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또 단협 기간의 연장이나 노조 간부의 자격을 제한하는 것 등은 노동 운동의 현장 민주주의를 질식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현재의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이 광범한 전선을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노동자계급의 전술은 정세에 조응하는 것을 본질로 한다. 그리고 정세 분석에서 도출되는 주요한 쟁점들, 그리고 쟁점들의 상호 관계, 그리고 그 가운데 주요 고리를 추출하는 것이 정세와 전술에 있어서 기본적인 경로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술의 문제는 정세에 조응하면서도 그 방향성을 잃지 않기 위해 전략이라는 지렛대를 필요로 한다. 전략의 문제는 노동자계급이 계급 대립의 철폐를 역사적 사명으로 한다는 점, 그리고 한국 사회의 계급들의 상호 간의 구도의 문제, 그리고 한국 사회를 규정하는 분단 및 한국 사회의 계급들과 미 제국주의와의 연관성 등을 총체적으로 해명하는 가운데 서서히 형성되어 갈 것이다.

 

 

4. 현 정세와 변혁 전략의 문제

 

이와 같이 현 정세에서 과학적이고 변혁적인 전술이 정립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 변혁 전략의 문제가 요청되고 있다. 사실 한국 사회 운동에서 변혁 전략의 문제는, 80년대 운동이 쏘련의 붕괴로 말미암아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 뒤편으로 밀려나는 신세가 되었다. 사회구성체 논쟁 등 당대의 화려한 논쟁은 지금 운동 진영에서 더 이상 전개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를 대체한 것은 시민사회 진영 혹은 시민운동이라 불리는 영역에서의 ‘정책’들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정책’들은 취지를 떠나서 보면, 현실의 자본주의의 일정한 개량에 봉사하는 것 이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사회변혁의 기치를 다시 들기 위해서는 그러한 시민운동의 ‘정책’들과 선을 그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운동을 지양하여 사회변혁 운동 내에서 정책으로까지 구체화되는 변혁 전략의 노선을 구축해 가야 한다. 물론 이 길은 쉬운 길도 아니고 또 당장 실현될 수 있는 길도 아니다. 그럼에도 현재의 정세와 전선은 노동자계급이 그러한 길을 갈 것을 요청하고 있다.

레닌 당대에는 전술과 전략의 구분이 없었다. 레닌의 유명한 ≪민주주의 혁명에서 사회민주주의자의 두 가지 전술≫은 전술론의 고전으로 꼽히지만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그 상당 부분은 전략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면 전술과 전략의 차이에 대해 간단히 논해 보자. 먼저 전술은 정세에 조응하는 것을 본질로 한다. 정세는 일정 시점에서 형성되고 있는 계급들의 상호 관계와 국가 권력과 계급들의 관계를 의미한다. 그에 따라 정세는 수시로 변화하며 또 역관계의 변화에 따라 고양기와 퇴조기로 나누어지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혁명적 정세라 불리는 시기가 출현하기도 한다. 따라서 전술은 각 시기의 정세, 역관계, 계급들의 상호 관계의 변화에 따라 변화해야만 한다. 그러나 전략은 그렇지 않다. 전략은 전술로부터 뻗어 나온 것으로서 전술의 결정체, 수시로 변화하는 전술에서 일관되게 관철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런 일관성을 갖기 위해서 전략에는 이론적 부분이 들어간다. 전술이 일정 시기의 계급들의 상호 관계라는 정세에 기초한다면, 전략은 일정 단계에서 계급들의 상호 관계의 변화하지 않는, 일관된 구도에 기초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도를 찾아내고 분석하는 것이 전략에서 이론적 부분인 것이다. 계급들의 일정 단계에서의 구도는 보통 계급 대립 구도라 불린다. 일정 단계, 일정 전략적 시기에서 형성되어 있는 계급 대립 구도가 전략 결정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그러한 계급 대립 구도를 결정하는 것은, 일정 사회 내에서 자본주의가 어느 정도 발전했는지, 자본주의가 지배적 우클라드(uklad)인지 아닌지, 그 사회의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세력의 관계는 어떠한지 혹은 사회 내의 계급 대립과 제국주의의 규정력은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자본주의 모순의 발전 정도, 격화 정도가 어떠한지 등이 계급 대립 구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이론적 측면에서 전략의 문제에 대한 접근이라면, 전략은 전술로부터 뻗어 나오고 전술의 응결체라는 점에서 보면 전략에는 정치적 측면이 있다. 즉, 전술만이 아니라 전략 또한 현실의 정세에 봉사하는 성격을 지녀야 하는 것이다. 단, 수시로 변화하는 정세가 아니라 일정 단계에서 관철되는 정세의 추세에 봉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전략의 문제는 단지 이론적인 문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세와 전술과의 상호 관계 속에서 서서히 발전해 가는 성질의 것이다. 이와 같이 한국 사회에서 변혁 전략이 정립되기 위해서는 현실의 전술 속에서 검증되고 발전하는 길을 걸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략의 이론적 측면은 과학의 영역으로서 존재하며 또 과학적 논구의 대상이 된다. 우선적으로 전략은 노동자계급이 계급 대립의 철폐라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그러한 사명은 사회주의론의 영역이며 그것은 한국 사회에서 과학적 사회주의, 맑스-레닌주의가 재정립될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20세기 사회주의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통해 사회주의 진영의 역사가 더 이상 패배의 역사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21세기 새로운 사회주의 변혁을 위한 자산으로 전환될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주의 기치의 재정립의 문제인데 그것에는 정치적 성격과 이론적 성격의 문제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외에도 한국 사회에서 사회변혁 전략은 한국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전면적 분석을 전제로 한다. 한국 자본주의의 발전 정도, 그 단계와 그 속에서 맺어지는 계급들의 관계, 그 구도, 모순 구조들이 전면적으로 해명되어야 하며 이러한 계급 관계와 분단 질서와의 관련 그리고 미 제국주의와 한국 사회의 계급 대립 구도의 관계 등이 해명될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술뿐만 아니라 전략 또한 주체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사회변혁 전략이 정립되기 위해서는 당 건설의 문제, 변혁 운동의 재정립의 문제 등에서 조직적 측면에서 일정한 진전이 있을 것이 요청된다. 그렇지만 전략, 전술과 조직과의 관계를 보면, 정치는 내용이고 조직은 형식이라는 점에서, 일차적 측면, 주동적 측면은 정치의 영역인 전략, 전술의 문제에 두어질 수밖에 없고, 당 건설이나 전략적 주체의 형성은 전략과 전술이 녹아드는 현실의 계급 투쟁의 진전 속에서 서서히 이루어질 것이다.

전략에 대한 이러한 쟁점들이 제기되는 것은 현 정세가 사회변혁의 기치를 들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회 대개혁이 아니라 사회변혁의 기치를 들어야 하는 때라는 점이 전략 문제에 대한 진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변혁 전략이 없는 사회변혁이라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운동은 정세 분석과 전략과 전술의 영역, 그리고 조직과 당 건설의 영역에서, 포괄적으로 전방위적으로 한 걸음씩 전진해 나가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그러한 노력과 투쟁 속에서 전선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변혁 운동의 재정립의 길을 가야 한다.

노사과연

 

문영찬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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