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기고]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조국통일과 사회진보에 기여하는 민족대단결

 

 

범민련 남측본부 편집국

 

 

 

이 글은 지난 8월 14일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운영위원회 명의로 발표된 조국통일운동, 이제 달라져야 한다는 글에 대한 범민련 남측본부 편집국의 소고입니다.

이 글은 반박의 성격이기보다는 민족 문제와 통일 운동에 대해 평등해방 계열 동지들과 소통과 이해의 기회를 갖자는 데 뜻이 있습니다.

 

 

자주성이란 사람답게 살며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실현해 나가는 사람들의 지향

 

우리가 발 딛고 사는 곳에는 세상을 보는 여러 다른 관점과 방법론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반에 뿌리박혀 있는 차별과 억압을 없애고 정의와 양심, 참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바라는 지향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사회적 예속과 억압을 반대하며 자주성 실현을 위해 저항하며 살아 나갑니다. 여기에서 모든 사람들이란 자주성을 옹호하고 실현하는 사람들, 평범하게 말하면 역사의 주인입니다.

자주성을 위해 투쟁해 나간다는 것에는, 노조 할 권리, 노동3권, 차별받지 않을 권리, 집회ㆍ출판ㆍ사상의 자유, 장애인의 차별 금지와 이동권 보장, 여성에 대한 이중 삼중의 사회적 질곡 개선, 진보 정당 결성, 자유로운 통일 논의와 활동, 경자유전, 영세 소상인들의 생존권, 온갖 특혜와 갑질 근절, 외세의 내정 간섭 반대, 진보적인 정권 수립과 경제 제도의 지향, 친미ㆍ친일 역사 청산과 역사 바로 세우기… 이루 말할 수 없이 많고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주성을 위해 투쟁하는 민중의 저항이 이렇다 보니 당연하게도 자주성을 억압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정부 관료, 삼부와 권력 기관, 자본가, 사회 각 분야의 테크노크라트들은 기술 혁신과 경제 발전과 사회 운영의 시스템의 변화를 끊임없이 추구합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소수에게 권력과 경제적 이득을 집중시키는 한편 동맹이나 국익이라는 말로 포장하여 외세와 외국 자본을 이롭게 합니다.

아파트를 끝도 없이 짓지만 서울 지역 자가보유율이 50%도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개방과 수출, 편법과 정경유착 특혜로 재벌 곳간은 불어나지만 노동자 서민들의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은 더욱 커지는 것과 같습니다. 한마디로 이들은 경제 총량을 키우고 온갖 법을 양산하지만 서민들의 삶의 질을 진보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민족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합니다

 

요즘은 돈 많이 벌고 지위와 명예가 높아지는 것보다는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게 행복하다는 방향으로 가치관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그 누구의 대리 만족이나 보상을 위해 공부하고 출세해야 하고, 원치 않는 삶을 선택해야 했던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개개인 사람들은 스스로의 판단과 힘으로 결정하고 살아 나가면서 개인의 운명 문제를 풀어 나갑니다.

 

계급의 운명 문제는 빼앗기고 억압당하던 처지에서 당당히 사회의 주인으로 존중받고, 응당한 지위를 보장하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즉 정치권력과 사회 경제 제도의 주인이 누구인가, 성격이 어떠한가에 따라 계급의 운명은 확연히 달라집니다.

또한 민족의 운명도 있습니다. 민족의 자주적 발전, 민족적 주권에 관한 문제를 말합니다.

 

제국주의의 생명선이자 생존 방법은 침략과 수탈입니다. 이 과정에서 대리 정권을 만들고 내부를 분열 이간질시키는 교활한 신식민지 수법도 생겨났습니다.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아시아 등 전 세계 약소민족들 대부분이 참혹하고 야만적인 식민 통치를 강요당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외세의 개입으로 민족이 분단되고 사상과 사회 제도마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민족은 자기 민족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전인미답의 복잡한 길을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민중과 민족은 나라를 단위로 각자의 운명을 개척해 나갑니다. 운명 문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정치적 주권(정권) 문제가 나라를 단위로 세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반도에서는 사회주의 남진을 봉쇄하려는 미국과 미일 제국주의의 대륙 진출을 저지하기 위한 소련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우리 민족은 둘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물론 모스크바 3상 회의의 결정을 왜곡하고 좌우 극한 대립을 조작하여 이승만 단독 분단 정부를 만들어 놓은 미국이야말로 민족 분단의 결정적인 주범입니다.

사상과 제도가 다르게 살아온, 게다가 미국 주도의 연합 세력이 포함된 전쟁을 거치면서 민족 간의 반목과 대립은 극단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70여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민족의 분단은 제국주의 패권의 지속을 의미하며, 미국은 신자유주의와 대북 적대와 패권 지배 유지를 위한 무소불위의 전가의 보도인 한미 동맹을 내세우고, 주한미군과 경제 종속과 정치 개입을 통해 이남은 미국의 승인 없이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예속 상태로 되었습니다.

 

 

민족대단결의 원칙과 기준

 

이러한 역사적 정치적 연원으로부터 민족 문제 해결에서 민족자주가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되었으며, 민족자주에 동의하는 모든 사람들이 사상과 정견과 소속을 뛰어넘어 민족대단결을 이루어 힘 있는 사람은 힘으로, 지식 있는 사람은 지식으로, 돈 있는 사람은 돈으로 조국통일에, 민족 문제 해결에 기여하자는 구호가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민족대단결의 개념이 몰계급적이고 몰역사적이며 비과학적이며 반민중적인 개념이라는 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여기에는 원칙과 기준이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대단결 구호가 생겨난 시기는 일제 식민 통치 시기였습니다.

1919년 3ㆍ1 만세 운동은 일제의 잔혹한 탄압도 있었지만, 비폭력 운동, 청원 운동에 의존하던 부르주아 민족주의 운동의 상층 인사들의 투항과 변절이 3ㆍ1 만세 운동을 좌절시킨 근본 이유였습니다.

사대매국노, 악질지주, 반동관료 등을 제외하고 민족해방과 자주독립에 동의하는 모든 사람은 반일의 깃발 아래 모두 모이자는 것이 일제 강점기의 민족대단결이었습니다.

 

민족주의는 민족의 이익을 중시하는 이념이지만 여기에는 민족주의 운동의 주체와 방법론에 따라 부르주아 민족주의냐 근로민중의 민족주의냐로 크게 나뉩니다.

근로민중의 민족주의는 민족의 자주권을 중심으로 근로민중이 주체가 되어 근로민중의 자유와 권리와 해방을 지향하는 이념이자 행동 좌표입니다.

민족주의의 핵심은 민족자주 이념과 근로민중의 중심이라는 주체 문제이며, 이를 명확히 할 때만 비로소 사회 역사의 진보에 올바르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민족대단결은 민족자주에 동의하는 광범위한 애국애족 세력이 근로민중을 중심으로 사상과 정견과 소속을 초월하여 형성하는 가장 광범위한 민족적 단합을 말합니다.

 

 

노사과연 운영위원회 명의의 글은 “온 민족이 하나되자라는 것은 피착취ㆍ피억압자에게 착취자와 단결할 것을 요구하는 외침”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항미원조(抗美援朝)의 구호 아래 참전한 중국 인민지원군의 대대적인 공세에 궤멸과 후퇴를 거듭해야 했던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은 급기야 1950년 11월 30일 핵무기 사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였습니다. 그리고 1958년 주한미군의 전술 핵무기 배치 이후 한반도는 단 한시도 미국의 핵전쟁 위협으로부터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오랜 군사 철권 독재 시기를 거쳐 등장한 김대중ㆍ노무현 대통령은 마침내 6ㆍ15 공동 선언과 10ㆍ4 선언을 통해 우리 민족의 자주적 평화적 통일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내었습니다. 이명박근혜 10년의 남북 관계 경색기를 거쳐 촛불 항쟁에 힘입어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은 4ㆍ27 판문점 선언과 9ㆍ19 남북 군사 합의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남북 화해와 단합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 통일 문제에 역사적인 기여를 했지만 그 어떤 정권도 예외 없이 사대예속과 굴욕적인 한미 동맹에 포박되어 왔습니다.

 

여기에 한반도 정세에 또 하나의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습니다. 북이 핵을 보유하고 장거리 로켓 기술과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등의 기술 보유로 미국 전역은 북 핵의 사정권 안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조미 간의 핵 담판을 통해 한반도 주변의 비핵화(북은 하노이 조미 정상 회담에서 괌과 하와이의 핵전력 철수까지를 요구했다)와 평화 협정을 둘러싼 세기적인 협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영변 핵 폐기를 넘어 +α를 요구한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로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지 근 7개월 만에 북은 비핵화 논의의 출발점으로서 안전 담보라는 새로운 셈법을 미국에게 요구하고 나섬으로써 대화의 새 국면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남북 관계는 외세공조 사대예속에 묶인 문재인 정부의 한계로 인해 북미 관계에 종속된 남북 관계 해결, 즉 속도 조절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합니다.

이로부터 통일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남북 관계라는 민족 내부적 문제와 외세배격이라는 민족 외적 문제를 동시에 갖게 됩니다. 이 두 영역에서 민족대단결을 말하는 기준은 민족자주의 원칙입니다. 분단과 외세 지배의 역사를 도외시한 채 무턱대고 민족대단결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치는 민족대단결이자 외세를 몰아내는 민족대단결입니다.

우리는 계급 문제에서 근로대중을 탄압하는 정권 자본가와 손을 잡는 대단결이 아니라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단호히 거부하는 민족자주의 길에서, 민족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길에서 손을 잡자는 것입니다. 외세를 몰아내지 않고서, 한미 동맹을 우선시하는 정책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그 어떤 남북 관계의 진전도 이룰 수 없기에 민족자주 민족대단결을 이루어 외세를 몰아내는 데 힘을 합치자는 것입니다. 민족대결과 외세추종에 동조하는 정권 자본가와 결코 손을 잡을 수 없는 것이 민족대단결의 기본 원칙입니다.

핵으로 무장한 강도를 집 안에 들여놓고 집이 잘되기를 바라는 것은 허황된 꿈에 지나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끝내 민족자주와 민족공조에 등을 돌리고 미국의 패권적이고 민족분열적인 지배 정책의 편에 서게 된다면 과거 정권과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하기에 지금 친미로 망한 나라 반미로 되살리고, 미국이 없으면 남북끼리 더 잘살 수 있다고 외치며 모두가 반미 투쟁에 나설 것을 호소하고 있는 것입니다.

 

민족자주 역량이 제대로 역할하지 못한다면 자본가들은 남북 관계 개선을 이윤 추구의 기회로만 활용하게 되고, 친미ㆍ친일 세력들의 반시대적 준동을 막아낼 수 없습니다.

각 계급 각 계층이 나서서 남북연대를 하고, 민족대단결의 주인으로 힘차게 설 때 민족적 이익을 최우선시해 나갈 수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와 개방경제 수출, 노동 착취와 차별에 의존하던 경제 체질을 바꾸고 내수 위주의 자립적인 민족 경제 발전을 도모하게 됩니다. 여러 분야에서 외국과 맺었던 예속적이고 불평등한 조약 협정을 폐기해 나가야 합니다. 조국통일은 근로대중의 민생민권 보장과 정치적 지위와 역할을 향상시키고 국가의 자주권을 강화시켜 나가게 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민족대단결은 조국통일과 사회진보를 동시에 추동해 나가게 됩니다.

민족대단결의 이념과 취지가 이러하기 때문에 노동자 농민 서민이 민족대단결의 중심에 서야 하며 이러한 민족대단결이야말로 민중의 자주적 권리를 옹호하는 참다운 사회를 추동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통일과 변혁은 서로 분리할 수 없는 관계이면서 동시에 독자성을 갖기 때문에 이를 변증법적으로 이해하면서 공동의 실천으로 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언제나 평등해방 계열 동지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민족의 운명과 노동자의 운명은 하나입니다.

 

끝까지 읽어 주신 데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축약하느라 다소 거친 글이 되었습니다.

서로의 견해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시대와 민중을 위해 복무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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