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권두시] 인터내셔날가(한국어 새번안)

 

 

외젠 뽀티에(Eugène Pottier)

번안ㆍ해제: 이상배(편집위원)

 

 

 

인터내셔날가의 탄생

 

1848년, 하나의 선언이 발표된다. 이전까지 희미한 그림자만 비추던 유령이, 비로소 땅 위에 발을 딛고 공공연한 세력이 되어 역사의 무대로 올라섰다. 과학적 공산주의의 깃발을 움켜쥔 노동자계급의 등장이었다.

 

1871년, 프랑스에서 노동자에 의해 지배되는 최초의 자치 정부인 빠리 꼬뮌의 성립이 선포되었다. 이들은 노동조합에 의한 공장 운영, 야간 노동 폐지, 노동 시간 단축, 주거 보장, 무상 의무 교육 실시, 교육 과정에서 종교적 강요 제거, 여성과 외국인의 시민권 보장 등 선진적 정책들을 시행했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성장은 곧 자본가계급에 큰 위기감을 던져 주었다. 프랑스 자본가들은 몇십 년 전 자신의 손으로 무덤에 파묻었을 뿐 아니라, 얼마 전까지 총구를 겨누던 봉건 군주와 손을 맞잡고 빠리를 향해 진군했다. 노동자들의 거센 저항에도 불구하고 자치 정부는 결국 72일 만에 무너지고 만다.

 

인터내셔날가(L’Internationale)는 빠리 꼬뮌에 적극적으로 참가했던 철도 노동자 외젠 뽀티에(Eugène Pottier, 1816-1887)가 쓴 시로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에는 이것을 프랑스 공화국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의 곡에 맞춰 불렀다. 이 노래의 제목은 단순히 국제적이란 뜻이 아니라, 국제주의 노동자 정치 조직이었던 인터내셔날1)을 상징하고 있다. 빠리 꼬뮌과 관계된 여러 내용과 함께 이 노래도 인터내셔날에 전해졌지만, 곧 각국의 엄중한 탄압에 의해 인터내셔날 활동이 흐지부지되면서 한동안 잊혀지고 만다.

 

1886년, 미국에서 헤이마켓 사건이 일어난다. 하루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파괴하기 위해, 폭탄 테러를 빌미로 노동 운동가 7명에게 사형이 선고되고 그중 5명의 형이 집행되었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노동 운동이 더욱 활성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8시간 노동제는 전 세계 노동자의 공동 요구이자 투쟁으로 발전했다.

 

1889년, 헤이마켓 사건을 계기로 인터내셔날이 다시 결성되었다. 제2 인터내셔날은 5월 1일을 노동자계급 투쟁의 국제적 기념일로 선포했다. 동시에 인터내셔날가를 대표곡으로 선정하게 된다. 이보다 조금 이른 1888년, 프랑스의 가구 세공인 삐에르 드 가이터(Pierre De Geyter, 1848-1932)가 현재 부르는 것과 같은 곡을 붙여 주었다. 이로써 인터내셔날가는 전 세계 노동자의 단결을 드러내는 주요한 상징 중 하나가 되었다.

 

 

한국(조선)어 인터내셔날가의 역사

 

인터내셔날가는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에 처음 한국(조선)어로 번안되었다. 쏘련 건국 이후 코민테른(제3 인터내셔날)의 국제적 영향력이 확대되던 시기이다. 그 때문인지 한국(조선)어 번안곡은 원곡에 해당하는 프랑스어 가사가 아닌, 러시아어 가사를 기준으로 번안된 흔적이 강하게 남아 있다. 안타깝게도 일제 강점기 동안 사회주의자들과 함께 명맥을 이어 온 이 노래는 일제 식민지 해방 이후 오히려 더 큰 시련을 겪게 된다. 분할된 한(조선)반도 이남에서 미군정 신탁 통치와 한국(조선) 전쟁을 거치며 노동자계급과 사회주의자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이 가해진 것이다. 이 여파로 몇십 년간 노동자계급 운동과 조직은 말살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고 자연스레 인터내셔날가도 잊어버린 노래가 되었다.

 

1970년 전태일 열사의 분신을 계기로 다시금 자주적인 노동자계급 운동이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민주노조라 이름 붙은 노동조합이 하나둘 결성되었고, 파업과 쟁의를 통해 그 수와 역량을 불려 나갔다. 1980년대에 이르러 인터내셔날가는 역사의 새 주인이란 이름으로 다시 번안되어 한국의 노동자에게 소개되었다. 굶주림과 추위 속에 우린 울었다로 시작하는 이 번안곡은, 아쉽게도 계급 투쟁에 대한 원곡의 구체적인 내용들이 거의 사라지고 매우 추상화된 내용으로 대체되어 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상징되는 시기를 넘어 폭발적으로 증가한 민주노조는 전국을 아우르는 조직체 건설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1989년, 인터내셔날은 40여 년 만에 한국에서 자신의 이름을 되찾게 된다. 김정환 시인이 역사의 새 주인의 가사를 조금 더 다듬어 한국에서 가장 익숙한 깨어라 노동자의 군대로 시작하는 번안곡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지금껏 사회주의자와 노동자들은 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새번안의 이유

 

인터내셔날가의 원곡인 프랑스어 가사는 총 6절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각의 절구는 노동자계급의 변혁 지향성, 자주성, 국가관, 권력 쟁취 및 부르주아의 기만과 착취에 저항하는 노동자의 입장이 정리되어 있다. 현재 사용되는 한국어 번안곡은 이 중 1절, 2절과 6절을 부분적으로 차용한 것이다. 번안된 부분이 온전하지 못함은 물론, 각 절 서두의 일부분만 재해석하고 이외의 부분을 모두 누락하고 있다. 이렇게 불완전한 상태의 인터내셔날가는 곧 반공주의 탄압에 거세당한 한(조선)반도 노동자계급 투쟁의 역사가 남긴 결과물이지만, 동시에 노동자계급의 변혁적 성장과 국제주의를 좀처럼 진전시키지 못하는 현재의 문제를 불특정한 미래로 미뤄 두는 수동적 태도가 반영되고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노동자계급에게 필요한 세계관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된 온전한 형태의 인터내셔날가 번안을 계획하게 되었다.

 

새번안은 프랑스어 가사를 기준으로 삼아, 운율이 살아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근접하게 내용을 옮겨 내고자 노력했다. 다시 말하자면 번안된 가사를 노래로 부를 수 있어야 하기에, 단어나 문장의 순서를 바꾼 부분과, 한국어 사용자의 입장에서 의미 전달에 보다 적합하다고 보이는 단어나 문장으로 바꾼 부분들이 존재한다. 또한 프랑스어 가사를 기준에 두되, 이전에 번안된 한국(조선)어 가사들을 참고하여 일정 부분 연관성을 남겨 두고자 했다.

 

 

프랑스어 가사와 비교

 

아래에 프랑스어 가사의 번역본을 함께 수록한다. 대부분의 구절은 번안된 가사를 원곡 가사와 비교해 보면, 의미를 이해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수정한 부분이 몇 군데 존재한다.

 

1절

Debout, les damnés de la terre

일어나라,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아

Debout, les forçats de la faim

일어나라, 굶주림의 노예들아

La raison tonne en son cratère

이성의 불길이 분화구에서 타오르니

C’est l’éruption de la fin

이것은 마지막 외침이 되리라

Du passé, faisons table rase

과거는 깨끗한 판으로 덮일지니

Foule esclave, debout, debout

억압받은 민중들아, 일어나라, 일어나라

Le monde va changer de base

세상은 바야흐로 밑바닥부터 뒤바뀌고

Nous ne sommes rien, soyons tout

아무것도 아니었던 우리들이 전부가 되리라

 

후렴

C’est la lutte finale

이것은 최후의 투쟁이니

Groupons-nous, et demain

모두 단결하라, 그리고 내일

L’Internationale sera le genre humain

인터내셔날은 인류의 미래가 되리라

C’est la lutte finale

이것은 최후의 투쟁이니

Groupons-nous, et demain

모두 단결하라, 그리고 내일

L’Internationale sera le genre humain

인터내셔날은 인류의 미래가 되리라

 

1절에서 굶주림의 노예들아굶주림에 목매인 이들아로 수정하였다. 생산수단으로부터 소외된 노동자들은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 필연적으로 자본가에게 고용이란 형태로 스스로에게 종속 관계의 목줄을 채워 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다. 직접적인 폭력과 신분제란 경제외적 강제에 구속된 노예와 노동자의 종속 이유가 다르기 때문에 좀 더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있는 문구로 바꾸고자 했다.

 

후렴에서 원곡은 똑같은 문장이 2번 반복되지만, 번안곡은 노래가 좀 더 고양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도록 원래의 가사를 2구절로 분할해서 앞뒤로 배치하였다.

 

2절

Il n’est pas de sauveurs suprêmes

어디에도 위대하신 구원자는 없노라

Ni dieu, ni César, ni tribun

신도, 황제도, 달변가도

Producteurs, sauvons-nous nous-mêmes

노동자들아, 우리들 스스로를 구하고

Décrétons le salut commun

공동체의 구원을 선언하라

Pour que le voleur rende gorge

그리하여 강도들의 탐욕을 환원하고

Pour tirer l’esprit du cachot

감옥에 갇힌 영혼들을 해방시키리라

Soufflons nous-mêmes notre forge

우리네 대장간에서 달구어진

Battons le fer quand il est chaud

강철이 아직 뜨거울 때 두드리자

 

2절에서 등장하는 황제는 대혁명으로 탄생한 프랑스 공화국을 제정으로 바꿔 독재자로 등극한 보나빠르트 나뽈레옹을 의미한다. 유럽에서는 세습된 신분만으로 군림한 왕과 로마를 시작으로 지지 세력의 결집을 통해 통치하는 황제의 의미가 상당히 다르다. 하지만 한ㆍ중ㆍ일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왕과 황제는 내용적으로 큰 차이가 없으므로 운율상 외글자인 으로 바꿨다. 마찬가지로 유럽에서 달변가는 주로 발언을 통해 지지를 끌어모으는 데 능한 정치인을 의미하지만, 이들은 변호인을 겸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국어 발음과 직관적인 이해가 보다 쉬운 후자를 선택하였다.

 

3절

L’État comprime et la loi triche

국가는 억압하고 법은 기만하며

L’impôt saigne le malheureux

세금은 불행한 이들의 피를 빨아먹는다

Nul devoir ne s’impose au riche

부자들에게는 어떠한 의무도 부과되지 않고

Le droit du pauvre est un mot creux

약자의 권리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C’est assez languir en tutelle

이미 감시와 탄압으로 쇠약해진

L’Égalité veut d’autres lois

평등의 정신은 새로운 법을 갈망하니

Pas de droits sans devoirs, dit-elle

의무 없는 권리 없다는 그녀의 말처럼

Égaux, pas de devoirs sans droits

권리 없이는 의무도 존재하지 않노라

 

3절에서는 그녀의 말처럼(dit-elle)이란 부분을 누락시켰다. 자유의 여신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있지만, 내용의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운율상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

 

4절

Hideux dans leur apothéose

거짓된 신화 속에 감추어진

Les rois de la mine et du rail

광산과 철도의 지배자들

Ont-ils jamais fait autre chose

그들이 노동의 결실을 훔치는 것 외에

Que dévaliser le travail?

대체 무슨 일을 하였단 말인가

Dans les coffres-forts de la bande

강도들의 금고 속에서

Ce qu’il a créé s’est fondu

그것이 녹은 채로 만들어졌으니

En décrétant qu’on le lui rende

이제 그들에게 반환을 명령하면

Le peuple ne veut que son dû

비로소 인민의 빚을 되찾게 되리라

 

4절에서는 주요한 2개의 단어를 교체했다. 광산과 철도의 지배자들 대신 공장과 은행의 지배자들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18세기 영국에서부터 시작된 산업 혁명은 증기 기관의 발명으로 촉발된 것이었고, 증기 기관차가 달리는 철도와 기관차 연료인 석탄 광산의 소유는 큰 부를 약속하는 아주 중요한 생산수단이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대륙의 철도 건설은 어쩌면 당연하지만 영국보다 수십 년 늦게 시작되었기 때문에, 빠리 꼬뮌이 일어난 시점까지도 프랑스에서 자본가를 대표하는 산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한 세기 반가량이 지난 21세기 초의 시점에서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산업을 물으면 상황이 다르다. 19세기 말 이미 트러스트로 대표되는 거대 독점자본의 등장, 그리고 포드식 생산방식의 도입은, 자본주의의 대표 산업을 대공장 기계식 제조업으로 바꿔 버린 지 오래다. 또한 앞서 말한 생산방식의 변화가 생산력의 기하급수적 증대를 불러왔고, 바로 그 때문에 과잉생산 위기를 더욱 심각하게 팽창시키며 스스로의 몰락을 부채질했다. 생산수단의 폭력적 파괴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내몰릴수록 많은 자본들은 제조업을 벗어나 금융 시장에서 투기의 방식으로 서로의 피를 뽑아 먹기에 이르렀다. 20세기 초 극단적인 파괴와 살육을 벌인 뒤에도 자본주의의 기본 양태는 달라지지 않았다. 현시점에도 자본의 가장 거대한 부분은 대공장 제조업과 금융에 몰려 있다. 그래서 이를 상징하는 공장과 은행이란 단어를 광산과 철도 대신에 사용하는 것이 보다 직관적일 것이다.

 

5절

Les rois nous saoulaient de fumée

위정자들이 우리를 중독시키니

Paix entre nous, guerre aux tyrans!

우리들에게는 평화를, 폭군들에게는 전쟁을!

Appliquons la grève aux armées

노동자들은 파업에 돌입하고

Crosse en l’air et rompons les rangs

전투를 개시하여 계급을 타파하자

S’ils s’obstinent ces cannibales

세류에 저항한다면, 이들 야만인들은

A faire de nous des héros

우리들을 영웅으로 만들게 되리라

Ils sauront bientôt que nos balles

우리들의 총알은 우리들 스스로의

Sont pour nos propres généraux

장군을 위해서만 발사된다

 

5절에서는 마지막 구절을 다소 많이 바꿨다. 이 부분은 지배계급의 기만과 종속을 벗어나 계급 간 전쟁의 전선에 선 노동자계급이, 자신의 적이 누구인지 분명하게 인식함에 따라 스스로의 판단으로 무기를 겨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원문은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는 수동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표현이라 좀 더 능동적인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변경했다.

 

6절

Ouvriers, paysans, nous sommes

직공들, 농부들, 우리들은

Le grand parti des travailleurs

위대한 노동자의 당이다

La terre n’appartient qu’aux hommes

지구는 오직 인간의 소유이고

L’oisif ira loger ailleurs

무위도식하는 자들을 위한 공간은 없다

Combien de nos chairs se repaissent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는가

Mais si les corbeaux, les vautours

하지만 만일 그 까마귀 떼와 독수리 떼들이

Un de ces matins disparaissent

아침의 어느 날 사라진다면

Le soleil brillera toujours

태양이 영원토록 밝게 비추리라

 

6절에서는 까마귀 떼와 독수리 떼들이란 표현이 너무 긴 관계로 짐승 무리들로 바꿨다.  노사과연

 

 


 

1) 제1 인터내셔날(1864-1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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