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범 열사를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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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영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장 인터뷰 ―

 

 유재언|회원

 

 지난 10월 30일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에 AS기사로 일하던 최종범씨는 스마트폰 메신저 단체대화방에 이런 메시지를 올린다.

 

“저 최종범이, 그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 전태일님처럼 그렇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유언이었다. 이 메시지를 남기고 최종범씨는 10월 31일 자신의 차 안에서 연탄을 피우고 숨진 채로 발견된다. 하지만 그 날 10월 31일, 다음 날 11월 1일 공중파3사의 뉴스에서 보도되었던 기사들은 대충 이렇다.

 

“국정원 대선 개입 관련 뉴스들, 류현진 입국 기자회견,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갔다, KT비자금 수사관련 뉴스, 안철수 신당창당 움직임, 박근혜 대통령 서유럽 순방,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한 예정, 막걸리의 날…. 불치병도 고치는 메디컬 한류…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최종범 열사를 그렇게 보냈다. 그리고 지금은 12월이다. 아직 그의 시신은 냉동고에 있다. 이럴 수는 없다.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저들의 만행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또 하나의 가족’이란 이름으로 노조도 인정 안 하는 저들의 사과를 받아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만 최종범 열사가 마음 편히 이곳을 떠날 수 있다.

 

위영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장을 만나서 故최종범 열사에 대한 얘기, 삼성의 노조탄압, 그리고 동지들의 투쟁 상황 등을 들을 수 있었다.

 

–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소개해 달라.

 

7월 14일 창립총회를 열였고 처음에 500여명이 시작해서 지금은 약 1,300여명의 조합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만들어지기 시작한 거는 내가 부산동래센터에서 노사협의회 위원장으로 활동할 때 우리 노동환경이 굉장히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도 안 지키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우리들이 하는 일이 AS업무니까 전화 와서 기사 보내 달라, 그러면 가는 일이잖은가. 근로기준법에 8시간 일을 한다면 1시간은 휴게시간이 보장되어 있는데, 심지어 우리들은 점심시간도 없었다. 근로기준법을 지키는 게 하나도 없었다. 사 측에게 이런 문제들의 개선을 요구해도 들어주질 않았다. 결국 싸워나가며 하나하나 해결해 나갔다. 그러다보니 우리들의 활동이 다른 서비스센터에 소문이 났다.

 

– 소문이라…물론 좋은 소문임이 분명할 것 같다.

 

부산동래센터는 점심시간도 준다더라, 격주로 쉰다더라. 아침에 당직하면 수당도 준다더라, 그런 소문들이 났다. 그러다보니 다른 노사협의회 위원장들의 전화가 왔다. “우리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그러면서 위원장들끼리 만남을 가졌다.

 

– 구체적으로 노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었나.

 

이마트의 불법파견문제를 접하고 우리가 일하는 곳이 더하면 더했지, 이건 정말 문제가 있는 거다. 그리고 민변과 접촉하면서 이건 불법파견문제가 아니라 묵시적인 근로관계에 문제의식을 갖게 됐고, 전국적으로 노조라는 그림을 그리게 됐다. 그렇게 계속 만나다가 (노조 출범하기 전) 노사협의회 때 점심시간 보장, 수당, 휴식일 보장 등 그런 수준의 활동 등을 하고 있을 때 우리들이 80%정도를 관철시켰다. 물론, 이건 부산동래센터만 그랬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까도 말했듯이 이 일이 다른 센터에 소문이 나니까 사 측에서 부산동래센터를 폐쇄시켜버렸다. 거기 근로위원이었던 나와 심장섭씨 두 명의 노동자를 해고시켜버렸다. 그러자마자 우리는 노동조합을 결성한 것이다.

 

– ‘무노조 경영’을 자랑하는 삼성다운 처사라고 생각된다.

 

삼성의 그 원칙을 직원들이 깨려고 하니까 해고를 시킨 거다.

 

– 해고된 상황이라 센터노동자들과 접촉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 활동 등을 어떻게 해 나갔는지 궁금하다.

 

그때는 노사협의회 시절에 이미 8개에서 10개 센터 노동자들과 접촉이 있었고, 네이버의 ‘밴드’라는 것이 있다. SNS의 한 형태인데 이걸로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조직을 해 나갔다. 정보도 공유하고.

 

– 스마트폰, 더군다나 삼성스마트폰을 활용해서 노조를 만들다니 흥미롭다.

 

삼성 서비스센터 노동자들, 특히 외근 노동자들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업무 수행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모두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삼성의 노동자들이 삼성 스마트폰을 갖고 삼성의 계열사이기도 한 네이버의 ‘밴드’를 활용해서 노조를 만들어 나갔다는 것이다.

 

– 무노조를 자랑하는 삼성에서 노조 설립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삼성이 무노조를 지향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대규모로 노조가 만들어진 적이 없었다. 대부분 (노조가 만들어지기 전에) 초전박살을 내버리기 때문이었는데 그것을 뚫고 노조를 설립한 것이고, 또 노조 만들 때 막상 삼성이 노조에게 대응하기가 껄끄러웠던 부분이 우리가 처음 걸고 넘어진 것이 위장도급 문제였다. 그때 이미 언론이 위장도급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언론이 위장도급에 관심이 없었다면 노조를 만들려고 했을 때 원청이 바로 개입을 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위장도급 문제에 대해서 방어전선이 구축된 상황이라 삼성 측에서 개입하기가 어려워졌고 그 사이 우리는 서울에 올라와서 창립총회를 개최한 것이다.

 

– 위장도급 문제가 정말 심각한 것 같다. 다른 회사의 사례를 보면 계약조건도 문제고, 원청에서 매뉴얼, 방침 같은 것이 내려지고 매출 할당량이 있고, 그 할당량을 못 채우면 패널티를 하청의 지부장에게 부과하는데 그 지부장은 그 패널티를 담당 기사들에게 전가한다고 들었다.

 

삼성도 당연히 비슷한 것이 있다. 삼성은 일단 CS(고객만족도 : Customer Satisfaction)를 가장 중시하는데 협력사들과 당일 처리는 80%이상 하고, CS는 96점 이상 받아야 한다고 계약을 한다. 기사들의 서비스(수리 업무 등)가 끝나고 나서 ‘콜’이라는 것이 오질 않나. 거기서 96점 미만이 되면 사 측에서 기사들에게 심각한 인권침해가 가하는 것이고 업무 외 시간에도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일들이 일어났다.

 

– 그러니까 서비스 점수를 매겨서 그 기준에 따라 통계를 내서 그 기준에 못 미치면 쪼고 심지어 사생활까지 침해한다는 것인데 가슴 아픈 일이지만 최종범 열사 얘기를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아니, 우선 최종범 열사가 어떤 분이었는지 알고 싶다.

 

이 얘기는 꼭 하고 싶다. 최종범 열사는 그 누구보다도 삶의 욕구가 강한 사람이었다.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다. 동료 기사들보다 수입이 더 많은 그야말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었다. 우리 서비스센터가 부지런하지 않으면 돈을 못 버는 그런 시스템이다. 왜냐면 월급체계가 건당 수수료를 챙기는 그런 것이기 때문에 어쨌든 일을 많이 해야 한다. 많이 해야 돈을 많이 가져갈 수 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최종범 열사는 우리 기사들 사이에서 수입이 상위권에 속했다.

 

– 최종범 열사의 유서에 전태일 열사를 언급하셨는데 가슴이 많이 아팠다.

 

최종범 열사는 노조 활동도 열심히 했던 동지였다. 금속노조 충남지부에서 교육을 받다가 전태일 열사에 대해 알게 됐는데, 그분의 뜻을 공부하고 다른 동료들에게도 알리면서, 우리도 노조를 만들면 우리에게도 희망이 생기는 거 아니겠냐며 조직활동을 열심히 했었다.

 

– 그 정도로 열악했던 환경에서 열심히 일하시며 희망을 키우던 분이었는데 안타깝다. 다시 노동 환경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은데…

 

우리 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은 성수기와 비수기 때 수입의 차이가 크다. 비수기에는 한 달 수입이 150만원도 안 된다. 더군다나 유류비, 통신비 등이 지원도 안 되고,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가 필요한데, 그것도 자기 돈으로 차를 구입해야 한다. 그래서 이것저것 다 계산해 보면 100만원도 못 번다. 그래서 그 수입으로 살 수 없으니까, 비수기 때는 빚을 내서 살다가 성수기 때 (비수기 때보다 많이) 벌면서 빚을 갚아 나가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가난이란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없게 된다.

 

– 그런 식으로 성수기와 비수기 때 차이가 심한데, 또 서비스 문제로 점수 언급하며 노동자들을 괴롭히니 정말 견디기 힘들 것 같다. 그런데도 최종범 열사는 수입이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일을 많이 잘하고, 일거리를 잘 따왔다는 얘기일 텐데, 이번에 알려지기로는 이번에 최종범 열사도 서비스 문제 때문에 사장에게 폭언을 들었다고 알고 있다.

 

그건 ‘고객은 왕’이라고 가르치며 삼성 노동자들을 길들이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방식에 희생되는 노동자들의 한 사례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우리는 고객에게 두들겨 맞아도 어떤 조치를 취할 수가 없다. 그랬다간 회사에서 당장 쫓겨나니까. 최종범 열사에게 일어난 일은 한마디로 진상 고객을 대하다가 일어난 일이었다. 특히 삼성이니까 뭐 해 준다더라, 소리 지르면 다 해준다더라. 이런 소문들이 (진상 고객들에게) 만연해 있다. 그 날 최종범 열사가 업무 도중에 허리에 손을 얹은 모습을 보고 그 고객이 건방지다고, 너 술 먹은 거 아니냐고 화를 내기 시작하고 최종범 열사는 술 안 먹었다고 얘기했지만 그 손님은 나가라고 소리 지르고 결국에는 컴플레인을 건 거다. 그런데 우린 이걸 VOC(고객의 소리: Voice Of Customer)라고 하는데 여기에 A, B, C등급이 있다. C급은 일반적인 항의, B급은 언론에 유포하겠다고 항의하는 것, A급은 이미 언론에 유포가 되어버린 것이다. 최종범 열사 케이스는 C급이었다.

 

– C급이라면 가장 흔한 일반적인 고객 불만 아닌가.

 

맞다. 그 때 밤 9시라서 최종범 열사는 퇴근했는데 사장이 전화를 걸어서 “왜 내가 VOC건 때문에 사과를 해야 하느냐, 칼로 찌르든지 신나를 뿌리든지 해서 말이 안 나오게 해야지, 왜 내가 거기가서 사과를 해야 하느냐.” 이런 식으로 고함을 지르고 화를 낸 거다. 그런 사건인 거다.

 

– 이번에 삼성에서 3년 이상 활동한 노조원들을 표적사정 했다고 들었다.

 

노조가 없을 때는 이런 일이 없었다. 과거에는 분기마다 감사를 했었다. 그리고 성수기가 끝나면 한가할 때 감사를 했는데, 이번에는 성수기 때 마구잡이 조사를 했다. 일반적인 업무감사라면 통상적으로 1년간의 자료를 갖고 하는데 3, 4년 전의 일을 갖고 지적을 하거나 혹은 이미 다 처리된 일을 다시 끄집어내서 공격을 한 거다.

 

– 그럼 그런 식으로 조합원을 털어서 실제적인 패널티 그러니까 급여삭감이라든가 그런 일들이 있었나.

 

그것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탈퇴까지 요구한다. 최근에 밝혀진 S그룹의 노사전략 문건에 잘 나와 있지 않은가. 1단계가 노동조합이 미동을 하는 조직에는 노사협의회를 대항마로 키운다, 2단계가 그래도 노조가 생겼을 때는 복수 노조를 만든다, 3단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노조가 단일교섭권을 갖게 되면 교섭을 최대한 지연시키면서 표적감사를 통해서 조합원들을 회유, 협박, 이탈시키고 와해시키고 그리고 고사시키는 전략을 쓴다인데, 이번 표적사정이 정확히 세 번째 단계에 해당되고 거기에 최종범 열사가 타겟이 된 것이다. 그리고 결국 최종범 열사는 이런 열악한 노동환경, 인권탄압, 노조탄압을 알리고 싶어서 이런 선택을 한 것이다. 유언에도 있지 않은가 (자신의 죽음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 현재 삼성은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는가.

 

지금도 똑같다. “우리와는 상관없다”는 그런 입장이다. 그러나 그것이 말이 안 되는 것이, 그동안 원청이 노동환경에 깊숙이 개입을 하고 부당 노동의 배후에 원청이 있다는 증거들이 많이 있는데도, 그런 입장을 보인다는 것은 기만이고 결례다. 특히 유가족들에게 결례다. 씻지 못할 범죄를 저지르는 거다. 지금 우리의 요구사항은 유가족에게 책임 있는 사과와 보상, 그리고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삼성의 만행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고용노동부도 삼성의 편을 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땅에 정의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 정의는 자본의 정의다.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우리는 진실을 갖고 싸우는 것이니까, 반드시 진실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 정말 가슴 아픈 사연인데 언론 보도라든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못한 것 같다. 이번 일이 뉴스에 잘 안 나오고 있다. 특히 공중파 3사 뉴스에서는 거의 소식을 접할 수가 없어서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맞다. 삼성에서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 안 나오는 게 당연한 거다. 광고를 안 주겠다라든가, 그런 식으로 작업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사 측이 유족들과 직접 접촉하는 일은 없었나? 이걸 물은 이유는 대개 그런 식의 접촉이 이간질인 경우가 많아서 묻는 것이다.

 

하청의 사장을 보내서 접촉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우리 노조 측에서 유가족의 뜻이 최종범 열사의 유지를 노조와 함께 지켜나가기로 했다며, 그런 짓하지 말라고 항의 방문도 했었다. 그렇지만 사 측은 계속 그런 식으로 접촉하면서 유가족들을 회유시키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유가족들의 결의가 강하고 최종범 열사의 죽음이 어떤 뜻인지, 그리고 가슴 아프지만 이대로 장례를 치르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계속 우리 노조와 함께 하고 있다. 다시는 이 땅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종범 열사의 뜻을 기리는 것이기에, 물러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 우리도 응원하고 연대하겠다. 반드시 삼성을 굴복시키셔야 한다.

 

물러날 수 없는 싸움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계속 우리 뜻을 관철시킬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 그것이 최종범 열사가 우리에게 남겨준 것이다.<노사과연>

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Dec 11th, 2013 | By | Category: 2013년 12월호 제96호, 현장 | 조회수: 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