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정세]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논쟁과 좌파의 대응

 

 

김병기 | 회원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일(10월 31일)이 다가오고 있다. 신임 수상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이 약속한 대로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를 강행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미 일전은 치러졌다. 안전장치(Backstop)를 빼달라는 존슨의 요청을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은 간단하게 No로 응답했다.

2016년 국민 투표에서 언론들은 이구동성으로 Remain Campaign(유럽연합 잔류)의 승리를 낙관했었다. 그러나 예상외로 Leave Campaign(유럽연합 탈퇴)이 승리했다. 영국 보수당과 자본가계급이 받아들이기 힘든 뼈아픈 패배다.

브렉시트1) 승리로 보수당은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와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로 분열되었다. 노동당은 제레미 코빈(Jeremy Corbyn) 지지자(유럽연합 탈퇴)와 토니 블레어(Tony Blair) 지지자(유럽연합 잔류) 간의 갈등이 심각하다. 진보ㆍ좌파도 브렉시트 찬성과 반대 논쟁으로 갈라졌다. 좌ㆍ우익 진영에서 논의되는 다양한 논쟁들은 크게 세 가지로 추려질 수 있다―Peoples Vote(인민 투표), 소프트 브렉시트 그리고 하드 브렉시트.

이 글은 이러한 논쟁들에 초점을 맞춘다.

 

국민 투표(Referendum)의 배경

1973년 영국이 유럽연합에 가입2)한 이후 보수당은 유럽연합 지지자(Europhiles)와 유럽연합 회의자들(Eurosceptics) 간의 갈등이 깊어졌다. 전자는 대기업 자본가들을 대표하고 유럽연합의 사람ㆍ상품ㆍ서비스ㆍ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마스트리히트 조약(Maastricht Treaty, 1992)을 지지한다. 반면에 후자는 영국의 유럽 통합에 회의적이고 유럽연합의 관세 동맹에도 부정적이다. 이들은 주로 백인 중산층과 장년층 그리고 인종 차별주의자들의 지지를 받는다.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영국 독립당(United Kingdom Independence Party, UKIP)이라고 있다. 당 대표는 나이젤 패라지(Nigel Parage)인데, 반(反)유럽연합과 반(反)이민을 주장하는 극우 민족주의 정당이다. 유럽연합으로부터 영국의 주권(Sovereignty)을 되찾는 것이 목적이다. 2010년 총선에서 100만 표, 2015년 총선에서는 400만 표를 얻어 보수당을 놀라게 했다. 보수당 지지표가 대거 이동한 결과다.

그 당시 수상 데빗 카메론(David Cameron)은 범(凡)보수 진영의 지도력 확보를 위해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유럽 통합 회의자들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영국 독립당을 저지할 필요가 있었다. 브렉시트 찬성ㆍ반대라는 국민 투표를 정치적 승부수로 던진 이유다. 브렉시트 반대 승리를 확신했었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카메론은 물러났고 반이민 강경파인 내무부 장관 테레사 메이(Theresa May)가 수상으로 등극했다.

 

브렉시트 찬성은 인종 차별주의자인가?

브렉시트 찬성자는 인종 차별주의자(Racist), 외국인 혐오자(Xenophobia), 극우 민족주의자로 낙인찍히곤 한다. 브렉시트 반대 언론과 지지자들의 일방적인 비난으로 다수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런 부정적인 편견은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브렉시트 찬성ㆍ반대에는 진보ㆍ보수 그리고 좌ㆍ우파가 모두 섞여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반대에는 보수당 온건파, 노동당 우파, 자유주의자(Liberalist), 뜨로쯔끼주의자, 사회민주주의자 등이 참여했다. 브렉시트 찬성에는 보수당 강경파, 극우 정당, 노동당 좌파, 사회주의노동자당, 영국 공산당 등이 참여했다. 이렇게 좌ㆍ우와 진보ㆍ보수가 혼재되어 있었다.

예를 든다. 노동당 대표 코빈 지지자는 노동당 좌파다. 브렉시트 찬성이다. 전 노동당 수상 블레어 지지자는 노동당 우파다. 브렉시트 반대다. 그러면 노동당 좌파가 인종 차별주의자고, 노동당 우파는 반(反)인종 차별주의자인가? 노동당 좌파는 보수고, 노동당 우파는 진보인가? 코빈이 보수고, 블레어가 진보다? 이해하기 힘든 논리지 않은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코빈이 블레어보다 진보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하나 더 든다. 영국의 공산당ㆍ사회주의노동자당은 브렉시트 찬성에 적극 참여했다. 그렇다면 그들이 인종 차별주의자이고, 극우 민족주의자인가? 보수당 온건파는 브렉시트 반대를 지지했다. 그러면 그들이 반인종 차별주의자인가? 영국 공산당보다 진보적인가? 이해하기 힘든 논리이지 않은가? 사실은 영국 공산당ㆍ사회주의노동자당이 반인종 차별주의자이고, 보수당 온건파보다 훨씬 더 진보적이다.

그럼 이런 혼돈된 인식은 어디서 오는가? 브렉시트에는 민족주의적인 가치계급주의적인 가치가 중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렉시트 찬성에는 보수당 강경파ㆍ극우 정당(이들은 극우주의자이고 인종 차별주의자인 거 맞다)과 공산당ㆍ사회주의노동당이 섞여 있는 것이다.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두 진영이 어떻게 브렉시트 찬성이라는 배에 함께 탈 수 있는가? 전자는 영국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유럽연합을 반대하고, 후자는 국제주의 노동자계급적 관점에서 유럽연합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반대라는 같은 목소리를 내지만, 반대하는 이유와 내용은 아주 다르다.

 

사회적 약자들의 다수는 브렉시트를 찬성했다

투표 결과는 이렇다. 투표율은 72%로 높다. 브렉시트 찬성 1,740만 명(52%), 반대 1,610만 명(48%). 자세한 투표 성향을 알아보기 위해 YouGov 여론 조사를 살펴보자.

영국은 네 개의 나라로 구성되어 있다. 잉글랜드(England, 53.4%)와 웨일스(Wales, 52.5%)는 과반수 이상이 브렉시트 찬성이다. 잉글랜드 북쪽과 웨일스 남쪽은 노동 운동의 역사가 깊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이다.

스코틀랜드(Scotland, 62%)와 노던 아일랜드(Northern Island, 56%)는 과반수 이상이 브렉시트 반대표를 던졌다. 스코틀랜드와 노던 아일랜드가, 브렉시트를 강행하면, 유럽연합에 남기 위해 독립 투표를 하겠다고 말하는 이유가 이해된다.

유럽 금융 자본의 도시 런던(60%)은 브렉시트 반대가 다수다. 금융 자본가들은 브렉시트 반대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육체 노동자는 어떤가 보자. 숙련ㆍ비숙련 저소득층의 64%, 중산층은 51%로 과반수 이상이 브렉시트 찬성이지만, 중상층은 43%가 브렉시트 찬성이다. 같은 육체 노동자라도 소득이 적을수록 브렉시트 찬성률이 높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대 차이는 어떤가 보자. 18–24세의 73%, 25-34세의 62%가 브렉시트 반대인 반면, 장년ㆍ노년층 대다수는 브렉시트 찬성이다. 사회 공공복지에 의존해서 살아갈 확률이 높은 연령층의 다수가 브렉시트에 찬성한다는 것은 긴축 재정을 강요하는 유럽연합의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에 대한 반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브렉시트 찬성의 49%는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첫 번째 이유로 영국의 주권 회복(Taking back control)을, 33%는 이민 정책을 꼽았다. 또한 브렉시트 지지자의 65%는 이민(immigration)을 국가에 나쁜 것으로, 브렉시트 반대자의 62%는 좋은 것으로 여긴다고 응답했다. 브렉시트 찬성자들의 다수는 이민자에 대한 반감 정서가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영국 산업연합(Confederation of British Industry, CBI)의 조사에 의하면, 평균 4,000명 이상을 고용하는 대기업들의 78%는 브렉시트에 반대한다. BBC 방송국이 기업가 2,200명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수출업자의 33% 그리고 국내 기업의 43%가 브렉시트에 찬성한다.

 

다수의 노동조합은 브렉시트를 반대한다

육체 노동자, 실업자, 반(半)실업자, 사회 복지ㆍ연금 수령자 등 사회적 약자 대다수는 브렉시트를 찬성했다. 그런데 노동조합 다수는 브렉시트를 반대했다. 왜일까?

영국이 유럽연합에 가입한 1973년 이후 노동당, 노동조합, 진보ㆍ좌파들의 다수는 유럽연합에 부정적이었다. 유럽연합의 반(反)노동ㆍ반사회주의, 친(親)자본ㆍ친제국주의 성격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영국 노조는 유럽연합에 우호적으로 변하게 되었는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980년대 영국 노동조합은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 수상(1979–1990)의 국영 기업 민영화, 긴축 재정, 노조 탄압 및 노동 시장 유연화 등에 맞서 영웅적인 투쟁을 했으나, 패배했다. 패배주의 늪에 빠진 이때부터 노동조합은 유럽연합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보호막 즉 노조와 그들의 노동 조건을 보호해 줄 병풍이 필요했던 거다.

뒤이어 등장한 노동당 토니 블레어(Tony Blair) 정부(1997–2007)도 반(反)노동자 정부였다. 이름만 노동당 정부였다. 블레어가 외친 신노동당(New Labour)과 제3의 길(Third way)은 노동당의 대처리즘(Thatcherism)이었다. 그는 노동당을 부르주아 노동당으로 변질시켰다. 즉 이름은 노동당이지만 실제로는 자본가당이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노동조합은 유럽연합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노동당의 전통적 지지자들이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를 뜨겁게 지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6년 국민 투표에서 노동당의 공식 입장은 유럽연합 잔류 즉 브렉시트 반대였다. 코빈 대표는 개인적으로 브렉시트 찬성이지만, 블레어의 영향하에 있는 노동당 의원들의 절대 다수는 브렉시트 반대였다. 그러나 의회 밖의 수많은 코빈 지지자들은 브렉시트에 찬성했다. 코빈이 소극적 반대 운동을 했던 이유였다. 브렉시트 찬성으로 투표 결과가 나오자, 노동당 의원들은 코빈이 찬성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노조들은 브렉시트 찬성을 외치는 극우 정당과 보수 강경파들이 반노동ㆍ친자본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브렉시트가 되면 노동 조건이 후퇴하게 될 거라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많았다.

유럽연합에 우호적인 자유주의 매스컴들이 유럽연합을 친노동자적으로 묘사하는 것 역시 노동자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자본가와 이익을 공유하는 타락한 노조 지도자들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노조 입장을 들어 보자.

 

우리는 유럽연합이 보장하는 연휴, 출산 휴가, 48시간 노동,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동등한 대우 등과 같은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브렉시트에 반대한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나면 그런 노동권들이 보장되기 힘들다. 유럽연합에 남는 것이 떠나는 것보다 이익이 더 많다.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노조 입장을 들어 보자.

 

유럽연합은 반노동자적이고 개혁될 수 없다. 우리는 브렉시트를 찬성한다. 유럽연합은 대자본가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고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노조의 이유는 이해되지만, 옳은 입장은 아니다. 자본가의 품에 안긴다고 노동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자본가와 제국주의자의 친구 토니 블레어는 브렉시트 반대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노동당을 자본가당으로 변질시켰던 정치인답다. 노조가 브렉시트 반대를 지지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자본가와 제국주의의 이익을 방어해 주는 것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경구를 되새겨 봐야 한다.

 

Peoples Vote(인민 투표)는 국민 투표를 다시 하자는 주장이다

인민 투표(Peoples Vote)는 Remain Campaign(유럽연합 잔류)의 복사판이다. 국민 투표(Referendum)를 다시 하자는 주장이다. 백만 명을 대표한다는 대학생 대표들이 의회에 청원서를 보냈다. 취업 불안감이 심하니 국민 투표를 다시 하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온라인 청원서에 수백만 명이 서명했다.

유럽연합 잔류에 동참했던 자유주의 언론 BBC와 ≪가디언(Guardian)≫ 등은 대서특필로, 억만장자들은 넉넉한 후원금으로 화답했다. 2018년 10월 그리고 2019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수십만 명이 브렉시트 반대 가두 행진과 수백만 온라인 서명으로 정치권에 재투표를 요청했다. 그런데 이상한 논리다. 브렉시트 반대 수십만 명 행진과 수백만 명 서명이 1,400만 브렉시트 찬성표보다 더 귀중하고 중요하다는 것인가?

인민 투표(Peoples Vote)를 지지하는 브렉시트 반대 좌파는 이런 주장을 한다.

 

정부는 국민 투표에서 결정된 브렉시트를 집행하는 데 실패했다.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 안(案)은 의회에서 부결되었고 다른 안은 의회에 없다. 스코틀랜드는 브렉시트가 되면 독립 투표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의회가 꽉 막혀 있고 정치적 상황이 변했을 때 재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민주주의적 권리이고, 자연적인 과정이지,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은 아니다. 브렉시트처럼 국민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의제는 더더욱 그렇다. 재투표를 지지하는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의 문장을 인용한다. 국민에게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브렉시트 찬성 좌파는 이런 재투표 입장을 유해하고 분열적인 우익 프로젝트(poisonous and divisive right-wing project)라고 비판한다.

보수당과 노동당은 재투표 요청을 아직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치적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 어쨌든 같은 사안으로 국민 투표를 두 번 한다는 것 자체가 도덕적 명분을 얻기 힘든 것이고, 설사 재투표를 하더라도 브렉시트 찬성을 뒤엎고 반대가 승리한다는 확실한 보장도 없다. 브렉시트에 반대표를 던졌던 사람들도 민주주의 대원칙하에서 찬성이라는 투표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는 견해가 넓게 퍼져 있고, 지난 5월 유럽 총선에서도 브렉시트당(Brexit Party)이 보수당과 노동당 득표수를 압도하는 최다 득표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또한 설사 뒤엎는 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투표 불복 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 흔한 말로, 일 대 일 무승부니 삼세번으로 결판내자고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걸리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브렉시트 반대 좌파는 Peoples Vote에 동참하지 않는 렉시트(Lexit)3)를 비판한다. 렉시트는 브렉시트 찬성 좌파다.

 

브렉시트 찬성은 보수당 강경파와 극우 정당들이 주도하고 있다. 브렉시트는 영국 인종 차별주의와 극우 민족주의의 정치적 표현이기 때문에 영국 사회의 우경화에 기여한다. 트럼프와 유럽의 모든 극우 정당들이 브렉시트를 찬성하고 있는 것을 보라. 브렉시트는 빈부 격차 확대 즉 민중들의 빈곤과 실업난을 가중시킬 것이다. 브렉시트 정국에서 반노동ㆍ친자본의 유럽연합 공격에 집중하는 것은 잘못이다. 인종 차별주의ㆍ반이민을 강조하는 강경 보수 극우 세력에 반대하는 싸움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혁명적 사회주의 국제주의(Revolutionary Socialism Internationalism)로부터 민족적 사회주의(National Socialism)로 전이(Transition)한 것이다.

 

렉시트(Lexit)는 응답한다.

 

브렉시트 찬성표는 야만적인 긴축 정책과 빈곤에 대한 대중들의 분노다. 브렉시트로 보수 진영의 분열이 깊어지고 있다. 브렉시트는 영국 사회의 진보ㆍ좌경화에 기여할 것이고, 이것은 진보ㆍ좌파에게는 긍정적이고 좋은 기회다. 브렉시트로 영국ㆍ유럽 제국주의는 약화된다. 브렉시트로 인한 보수당과 자본가계급의 내분으로 조기 총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제레미 코빈의 노동당이 이길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실업난ㆍ대중 빈곤ㆍ인종 차별주의의 근원적 뿌리는 유럽연합에 있다.

 

렉시트는 브렉시트 반대 좌파를 유럽연합의 계급적 성격을 도외시하는 자유주의 좌파(Liberal Leftists), 계급 협조주의자(Class Collaborationist) 노선이고, 친(親)긴축 정책 신자유주의자(Pro-austerity neoliberals)와 함께하는 입장이라고 비판한다.

Peoples Vote를 주장하는 좌파의 입장은 자유주의 부르주아 입장과 비슷하다. 극우와 보수 강경파를 비난하면서 그 해결책으로 유럽 자본가와 제국주의자 클럽인 유럽연합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은 좌파적이기보다 우파적이다. 분리해서 지배하는 자본가의 품에 안겨 노동과 인종 차별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은 모순이 많다. 말은 사회주의, 행동은 제국주의라는 사회 제국주의(Social Imperialism)의 이중성도 엿보인다.

 

소프트 브렉시트는 국민 투표에서 결정된 브렉시트가 아니다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는 유럽연합과 협상된 을 가지고 질서 정연하게 탈퇴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테레사 메이 수상의 협상안은 소프트 브렉시트다.

그러면 그것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한 이유는 뭘까? 두 가지로 얘기될 수 있다.

첫째, 메이 협상안은 절충적인 가짜 브렉시트다. 투표 결과를 존중해서 형식적으로는 브렉시트를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유럽연합과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는 것이다. 즉, 이름뿐인 브렉시트다. 핵심 내용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유럽연합 법규와 관세 동맹을 지키면서 영국은 유럽 단일시장에 남아 있는 것이다. 금융ㆍ산업 자본가계급의 이익이 고스란히 담긴 협상안이다.

그런데 보수당에는 유럽연합과 완전한 결별을 주장하는 그룹들이 있다. 유럽연구그룹(European Research Group, ERG)과 유럽 통합 회의자들(Eurosceptics)이다. 유럽연구그룹은 자유시장 근본주의자(free-market fundamentalist)다.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그들은 소프트 브렉시트 메이 수상 협상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둘째는 메이 협상안에 있는 안전장치(Backstop) 조항이다.

이는 아일랜드 공화국과 노던 아일랜드에 관련되어 있다. 16세기에 잉글랜드가 아일랜드를 정복하고 북부 아일랜드에 잉글랜드 신교도들을 이주시켰다. 1949년 남부 아일랜드가 아일랜드 공화국으로 독립하고, 북부 아일랜드는 영국 자치령이 된다. 아일랜드 분단의 시작이다.

신교(개신교, 잉글랜드 이주민)와 구교(카톨릭, 아일랜드인) 간의 잦은 갈등과 폭력 사태로 불안한 상황에서 1972년의 피의 일요일피의 금요일이 발생했다. 긴 협상 끝에 1998년 벨파스트 평화 협정이 체결된다. 이 평화 협정은 노던 아일랜드에서 71%, 아일랜드 공화국에서 94% 찬성표를 얻어 승인되었다.

안전장치 조항이 없는 협상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다음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게 되면 영국 자치령인 노던 아일랜드도 자동적으로 탈퇴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노던 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공화국 사이에는 물리적인 국경선, 즉 하드 보더(Hard Border)가 생기게 된다. 이것은 평화 협정 위반이다.

하드 보더는 노던 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공화국 사이에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많다. 안전장치 조항을 집어넣은 이유다. 즉, 영국이 탈퇴하게 되더라도, 노던 아일랜드는 유럽연합에 남는다. 그러면 아일랜드 공화국과 노던 아일랜드 사이에는 지금처럼 자유로운 왕래를 보장하는 소프트 보더(Soft Border)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노던 아일랜드에 기반을 둔 민주통합당(Democratic Unionist Party, DUP), 유럽연구그룹, 그리고 유럽 통합 회의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노던 아일랜드가 유럽에 합병될 수 있다. 영국이 유럽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들다. 아일랜드인들의 의사를 물어보는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민주통합당은 2017년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한 메이 정부의 연정 파트너다. 안전조항을 빼지 않으면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협박한다. 민주통합당의 정치적 뿌리는 노던 아일랜드 신교에 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공화국과 노던 아일랜드 통일에 반대하고, 노던 아일랜드를 영국에 완전히 통합시키려고 하는 극우 정당이다. 그래서 브렉시트를 찬성한다.

유럽연구그룹과 연정 파트너인 민주통합당의 거센 반발 속에서 메이 수상의 소프트 브렉시트 안이 통과될 묘수는 없다. 결국 테레사 메이는 물러나고,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유럽연구그룹의 리더 보리스 존슨(Boris Jonson)이 수상직을 이어받았다.

그럼 존슨 수상의 약속처럼 하드 브렉시트가 되면, 아일랜드 문제가 해결될까? 대답은 No다. 영국이 하드 브렉시트로 떠나면 자치령인 노던 아일랜드도 떠나게 된다. 그러면 북ㆍ남 아일랜드 사이에는 자유 왕래가 보장되는 소프트 보더(Soft Border)는 사라지고, 자유 왕래가 보장되지 않는 하드 보더(Hard Border)가 생기게 된다. 남ㆍ북 아일랜드 분쟁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그러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다른 민족을 억압하는 어떤 민족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경구처럼 영국이 노던 아일랜드 자치령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면 노던 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공화국은 재통일되고 영국도 자유롭게 소프트 또는 하드 브렉시트를 할 수 있다.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는 인민 브렉시트(Peoples Brexit)다

협상 없이 유럽연합을 떠나는 것이 하드 브렉시트다. 그래서 노 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라고도 한다. 하드 브렉시트로 대중에게 유명해진 두 정치인이 있다. 보리스 존슨과 나이젤 패라지다.

신임 수상인 존슨은 런던 시장을 역임한 뒤에 메이 정부에서 외무부 장관을 했다. 메이 전(前) 수상의 유럽연합 협상안은 소프트 브렉시트라고 비난하면서 장관직을 내던졌다. 정치적 도박의 성공으로 수상직에 올랐다.

패라지는 유럽연합을 반대하는 영국 독립당(UKIP)이 2015년 총선에서 400만 표를 획득했을 때 당 대표였다. 영국 독립당을 떠난 뒤, 2019년 1월에 창당된 브렉시트당(Brexit Party) 대표로 5월 유럽의회 총선을 이끌었고, 보수당과 노동당을 압도하는 표차로 1등을 했다.

영국에 할당된 73석 중에서 브렉시트당 29석, 노동당 10석, 보수당은 4석을 가졌다. 집권 여당인 보수당이 4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것은, 2016년 브렉시트 찬성이라는 투표 결과를 제대로 집행하지 못한 정치적 무능력에 대한 국민들의 질타라고 해석된다.

그럼 보수 강경파들이 주장하는 브렉시트의 정치적 메시지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영국의 주권 강화다. 이들은 브렉시트를 해야만 유럽연합의 간섭과 규제로부터 벗어나서 영국인의 자유로운 결정으로 나라를 운영할 수 있다는 거다. 여론 조사에 의하면,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졌던 유권자들의 첫 번째 이유가 주권(Sovereignty)이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유럽연합의 법규와 규정들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영국의 중앙 혹은 지방 정부가 어떤 경제 정책 또는 사회 프로젝트를 결정할 때, 유럽연합의 규정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영국처럼, 프랑스ㆍ독일을 비롯한 서유럽에서 극우 정당 유럽 통합 회의론자들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대중적 지지를 받는 데에는 이런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브렉시트를 위해 이들은 유럽연합과 이민자를 공격한다. ― 유럽연합의 간섭과 규제 때문에 나라를 제대로 운영하기가 힘들다. 유럽연합의 회원국이기 때문에 국경 통제를 할 수 없어, 이민자들이 몰려온다. 매년 천문학적인 금액을 유럽연합에 회원 분담금으로 내기 때문에 나라 재정이 어렵다. 실업난, 임금 삭감ㆍ동결, 주택 문제, 사회 복지와 교육ㆍ의료 같은 공공복지 축소 등은 모두 이민자 때문이다. 등등등.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좌파 연대조직 렉시트(Lexit)의 입장은 어떤가?

민족주의적 입장에서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보수 강경 극우 정치와 달리 렉시트는 계급적 입장에서 브렉시트를 지지한다.

브렉시트는 영국 노동자와 민중들에게 좋고 자본가에게는 나쁘다. 노동자와 자본가의 이해관계는 적대적이기 때문에, 자본가에게 유리한 것은 노동자에게 불리한 것이다. 자본가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노동자에게는 손해가 되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기본적으로 유럽 자본을 대변하는 자본가 보스(Boss) 클럽이기 때문에 반사회주의, 반노동자, 반민중적이다. 브렉시트는 영국ㆍ유럽 제국주의의 약화를 가져오고, 동시에 영국 정치 지형의 추(錘)가 보다 왼쪽으로 기울어지게 한다. 또한 유럽연합은 내부 개혁이 어려운 비민주적인 조직체다.

유럽연합에 대한 이런 입장은 렉시트뿐만 아니라 유럽 좌파들 다수가 공유하는 입장이다.

브렉시트는 유럽 자본의 굴레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브렉시트를 하면, 유럽연합의 간섭과 규제가 없어지기 때문에 중앙 또는 지방 정부에서 진보적이고 사회적인 사회ㆍ경제 정책들을 시행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생긴다. 특히 유럽 좌파들이 가장 싫어하는 규제 조항, 즉 유럽연합 회원국에 진보적 정권이 들어서도 국가의 기간산업을 국유화할 수 없다는 조항이 사문화된다. 그러므로 브렉시트는 진보ㆍ좌파적 사회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제 조건이자 좌파적 정치 로드맵의 중요한 첫걸음이다.

보수 강경파의 하드 브렉시트와의 차별화를 위해 렉시트는 자신들의 하드 브렉시트를 인민 브렉시트(Peoples Brexit)라고도 한다. 핵심 구호는 YES BREXIT! NO RACISM! NO XENOPHOBIA!!

 

정리하면서

영국은 세계 제5위의 경제 강국이자 유럽연합의 빅3 ―독일, 프랑스, 영국― 중의 하나다. Peoples Vote, Soft Brexit, Hard Brexit 중에서 영국이 어떤 선택을 최종적으로 할 것인가에 따라 세계의 정치 지형이 변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영국 자본가계급의 플랜 A인 재투표(Peoples Vote) 또는 플랜 B인 Soft Brexit로 정리된다면, 급작스러운 변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는 국민의 다수가 브렉시트를 지지했기 때문에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다수가 소수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정치 체제라는 민낯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또한 국민의 뜻을 대변한다는 의회가 사실은 지배계급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진실이 생생하게 폭로될 것이다. 브렉시트를 찬성했던 다수 노동자와 민중의 부르주아 정치 제도에 대한 경멸과 불만이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진보ㆍ좌파의 활동 공간도 넓어질 것이다.

영국의 보수 지배 세력이 원치 않는 Hard Brexit가 된다면 영국과 유럽 제국주의는 약해질 것이다. 유럽연합은 미국ㆍ일본ㆍ중국 등과 경쟁하는 경제 블록으로서의 존재감이 크게 약화될 것이다. 한 발은 유럽연합에, 한 발은 미국에 양다리를 걸쳤던 영국 제국주의는 두 발 모두를 미국 제국주의에 올인할지도 모른다. 영국 민족주의와 대처리즘 부활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영국 강경 보수 세력이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사회를 뒤흔드는 브렉시트 정국 속에서 진보ㆍ좌파는 브렉시트 찬성과 반대로 갈등의 골이 깊다. 그럼에도 진보ㆍ좌파는 유럽연합이 친자본ㆍ반노동, 그리고 친제국주의ㆍ반사회주의라는 인식은 공유하고 있다.

영국의 부르주아 정당ㆍ단체ㆍ언론ㆍ경제 단체ㆍ금융 및 산업 자본가 등 모두가 브렉시트를 반대했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들은 브렉시트에 찬성했다. 그들의 찬성표를 보수 지배 세력에게 계급적으로 반대하는 조직된 반란표로 볼 수는 없다. 다만 브렉시트를 하면, 꽉 막힌 그들의 삶이 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 속에서 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영국 진보ㆍ좌파에게는 그 희망을 실천과 조직으로 담아내야 하는 과제와 책임이 주어져 있다. 이런 입장 속에서 브렉시트 찬성ㆍ반대 노선의 옳고, 그름을 짚어 봐야 할 것이다.  노사과연

 

 

[참고 자료]

Robert Griffiths, Countdown to Brexit?. <https://www.communist-party.org.uk/images/Countdown_to_Brexit.pdf>

Robert Griffiths, EU, Brexit and class politics. <https://www.communist-party.org.uk/images/pdfs/CPB-Europe-2018–.pdf>

Robert Griffiths, EU and Brexit. <https://www.communist-party.org.uk/images/pdfs/EU_and_Brexit_QA_The.pdf>

Brexit betrayal reveals the sham of bourgeois democracy. <https://www.cpgb-ml.org/2019/04/03/news/brexit-betrayal-reveals-the-sham-of-bourgeois-democracy/>

“‘Neither Brexit nor austerity―the Peoples Assembly and the yellow vest movement in Britain. <https://www.cpgb-ml.org/2019/03/29/news/brexit-austerity-peoples-assembly-yellow-vest-britain/>

Yes to Brexit; No to xenophobia. <https://www.cpgb-ml.org/2016/11/10/leaflets/yes-brexit-no-xenophobia/>

Will Boris bottle Brexit?. <https://www.cpgb-ml.org/2019/08/02/news/will-boris-bottle-brexit/>

The Peoples vote is Britains Euromaidan. <https://www.cpgb-ml.org/2018/10/22/news/the-peoples-vote-is-britains-euromaidan-eu-brexit/>

British Government struggles with contradictory aims in Island. <https://www.cpgb-ml.org/2018/04/13/news/british-government-struggles-with-contradictory-aims-in-ireland/>

Tom Bramble, Earthquake shakes Europe as Britain votes leave. <https://redflag.org.au/node/5352>

Tom Bramble, Understanding the political crisis in Britain. <https://redflag.org.au/node/6647>

Kim Moody, Was Brexit a Working-Class Revolt?. <http://www.internationalviewpoint.org/spip.php?article4698>

Alan Davies, Diane Abbott, John McDonell and Emily Thornberry are correct on Brexit. <http://www.internationalviewpoint.org/spip.php?article6134>

Socialist Resistance, Put Labour at the head of anti-Brexit movement. <http://www.internationalviewpoint.org/spip.php?article5904>

 

 


 

1) 브렉시트(Brexit: Britain+Exit)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의미한다.

 

2) 영국은 1973년 유럽연합의 전신인 유럽공동체(European Communities, EC) 가입하였다. 75년에는 유럽공동체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 투표(다음 문항에 대한 유권자들의 가부를 물었다: Do you think the UK should stay in the European Community(Common Market)? 귀하는 영국이 유럽공동체(공동 시장)에 남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가 실시되었는데, 투표 결과는 찬성 67.2%, 반대 32.8%로 영국은 유럽공동체의 회원국으로 남게 되었다. 92년 2월 조인된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93년 11월 발효됨에 따라, 영국은 유럽연합(EU)의 창설 12개국 중 하나가 된다.

 

3) 렉시트(Lexit: Left+Exit).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 즉 노 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를 지지하는 좌파 연대조직으로, 영국 공산당(Communist Party Britain), 맞불(Counterfire), 사회주의노동자당(Socialist Workers Party), 영국 인도노동자협의회(Indian Workers Association GB), 사회당(Socialist Party), 쓰딸린주의 노선인 영국 공산당(맑스-레닌주의)(Communist Party of Great Britain(Marxist–Leninist)), 방글라데시노동자평의회(Bangladesh Workers Council), 노동당 리브(Labour Leave), 노동조합(기차ㆍ항만ㆍ운송노조(RMT), 기관사노조(ASLEF), 제과ㆍ식품노조(BFAWU))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노사과연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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