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편집자의 글] 홍콩 시위 단상

 

 

김해인 | 편집출판위원장

 

 

<권두시>로 마오쩌뚱의 다시 올라 본 정강산을 실었습니다. 정강산에 다시 오르며 정도로도 번역해 볼 수 있는 重上井岡山(중상정강산)은, 1965년 5월 마오 주석이 홍군이 시작된 정강산에 다시 올라, 지난 혁명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류샤오치 등 주자파에 대한 투쟁의 의지를 담아서 쓴 시입니다. 마오 주석의 시를 읽으며, 우리도 다시 한번 투쟁의 의지를 다졌으면 합니다.

<정세>에는 모두 4편의 글을 실었습니다. 먼저 현 정세와 한국 사회의 모순 구조에서 문영찬 연구위원장은, 현 정세는 세계적 차원의 경제 위기 속에서 서서히 기존 질서가 균열되어 가고 있는 형국이지만, 한국에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투쟁은 뻗어 나오고 있지 못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계급은 전선의 형성이라는 전술적 과제에 충실하면서도 그 전선을 반자본주의의 내용으로 끌어올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주의의 기치의 재정립, 한국 사회의 변혁의 전망이라는 전략적 과제를 서서히 일정에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다음으로 2019 조국통일촉진대회 등 지난달 14ㆍ15일에 개최되었던 여러 대회에 운영위원회 명의의 유인물로 배포되었던, 조국통일 운동, 이제 달라져야 한다를 실었습니다. 이 글은, 자주 통일 운동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압축적으로 담은 글입니다. 이 글을 시작으로, 소위 민족 해방 진영과의 건설적ㆍ동지적 논쟁이 진행되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이어서, 일본 <활동가집단 사상운동>의 도마츠 가츠노리 동지가 보내온 부정해야 할 우리의 적은 둘이면서도 하나―한국으로부터의 호소에 촉발되어를 실었습니다. 한일 간의 갈등과 관련하여, 일본의 상황과 일본 운동의 입장을 담은 소중한 원고를 보내 주신 도마츠 동지께, 지면을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확신을 가지고, 자국 노동자계급의 정치적ㆍ조직적 성장에 기여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정치적 지도부를 형성해 가는 투쟁의 일익을 각자의 땅에서 담당하기 위해서, 활동가집단 사상운동과 노동사회과학연구소는 협동하여, 일본과 한국의 노동자 속에서 계속 활동해 가자!는 도마츠 동지의 말에,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더욱 분발해야 하겠다는 결의를 다져 봅니다.

그 다음으로 실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논쟁과 좌파의 대응에서 김병기 회원은, 브렉시트와 관련된 대표적 주장들인 Peoples Vote(인민 투표), 소프트 브렉시트, 하드 브렉시트의 배경과 내용을 살펴보고, 브렉시트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입장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김병기 동지가 ≪정세와 노동≫에 기고한 첫 번째 글입니다. 김 동지의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합니다.

<현장>에는 천연옥 부산지회장의 풍산 투쟁,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어떻게 볼 것인가?를 실었습니다. 이 글에서 천 지회장은, 9년째 이어지고 있는 풍산 투쟁의 경과와 센텀2지구 개발의 문제점, 그리고 대책위의 활동을 정리한 다음, 풍산 투쟁의 성격을, 특혜 개발 반대 투쟁, 재벌 반대 투쟁, 민주노조 사수, 생존권 쟁취 투쟁으로, 즉 경제 투쟁과 정치 투쟁이 결합된 투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풍산 투쟁에는 한국 사회의 수많은 문제들이 얽혀 있습니다. 따라서 천 지회장의 말처럼, 이 투쟁의 방향은 특혜 개발과 관련된 한국 자본주의의 민낯을 대중적으로 폭로하는 것, 문재인 정권의 반노동ㆍ반민중성을 폭로하고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어야 하고, 결국엔 투쟁의 당사자들이 변혁적 전망을 획득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호 편집을 마무리하던 중, 어제(9월 19일) 감사원의 ≪국방부 기관운영 감사 보고서≫가 발표되었습니다. 감사원은 보고서를 통해, 풍산이 방위 산업을 유지하지 않으면, 국방부는 관련 토지를 환수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풍산 노동자들과 대책위가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공장 부지 매각 문제를 저들도 인정했습니다. 투쟁이 큰 언덕을 넘었습니다. 여세를 몰아, 이 투쟁이 완전하게 승리할 때까지, 더욱 힘차게 싸워 나갑시다. 풍산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에 연대의 뜻을 전하며, 뜨거운 응원을 보냅니다.

<번역>에는 레닌주의의 제 문제배반당한 사회주의: 쏘련 붕괴의 배후가 이어집니다.

<회원마당>에는 먼저, 송송이 회원의 [이 달의 역사]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을 실었습니다. 송 동지는 한ㆍ일 양국 간의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의 문제는 단지 한ㆍ일 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제국주의적 세계 질서에 기인하며 그것의 시초가 된 것이 미-일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강화 조약 체결 과정과 문제점을 정리한 뒤, 현재도 미 제국주의는 자신들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를 위협하는 국가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동맹국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일본, 호주, 대만 등을 활용하고 있다며, 노동자계급은 미 제국주의 주도의 세계 질서를 제대로 인식하고, 현재 고조되고 있는 한ㆍ일 갈등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김형균 회원의 미 제국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침탈사 훑어보기(상)을 실었습니다. 김 동지는 이 글의 목적은 미 제국이 전 세계 인민의 피를 먹고 자랐다는 역사적 사실을 실증적으로 들여다보자는 것이라며, 미 제국의 탄생과 확장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저들이 어떻게 전 세계 약소국 인민들을 침탈하고 지배해 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미 제국이 어떻게 전 세계 인민들을 침탈하고 지배해 왔는지, 2회에 걸쳐 함께 살펴봅시다.

다음으로 이영훈 회원의 오늘도 세계는 안녕하지 못합니다를 실었습니다. 이영훈 동지는 이 글에서, 우리 현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분노의 마음을 표현한 만큼, 표현의 수위가 다소 높거나 거친 부분도 있습니다만, 현실에 대한 청년 노동자의 당연한 분노를 표현한 것이라 가능한 그대로 실었습니다. 수치는 이미 하나의 혁명이다. 수치는 일종의 분노, 자기 자신을 향한 분노이다. 민족 전체가 실제로 수치심을 느낀다고 한다면, 그 민족은 도약을 위해 몸을 움츠리는 사자가 될 것(맑스, 루게에게 보낸 편지, 1843. 3.)이라는 말처럼, 이러한 분노는 부당한 현실에 대한 최초의 인식이고, 항의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현실에 대한 과학적인 인식과 그것에 기초한 조직적인 실천으로 이어져야만,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실제적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원고를 보내 준, 이 동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억압과 착취의 현실에 맞서,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함께 싸워 나갔으면 합니다.

다음으로, 천연옥 부산지회장의 ≪페미니즘인가 여성해방인가―사회주의에서 답을 찾다≫와 ≪여성론≫을 읽고를 실었는데, 이 글은 <노동전선>이 발행하는 ≪전선≫ 제112호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이 글에서 천 지회장은, 위 2권의 책을 평하며, 페미니즘이 아니라 여성 해방이고, 그 답은 사회주의에서 찾아야 한다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그러나 어떤 사회주의인가?라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끝으로 <자료>로, 연구소도 연명한 현대-기아차 불법 파견 관련 성명서와 연구소가 발표한 관련 성명서를 실었습니다. 그리고 국정원의 프락치 공작 및 민간인 사찰을 규탄하는 성명서와 북 해외식당 종업원 납치 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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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3일 47일 동안 단식을 이어가던 김수억 동지가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식 투쟁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공 농성과 단식 투쟁도, 서울 톨게이트 캐노피와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의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도, 영남대의료원의 고공 농성도, 삼성해고자 김용희 동지의 투쟁도,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의 본사 상경 투쟁도, KTXㆍSRT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도,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투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일일이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전국의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는 23일(월), 하반기 투쟁 결의의 건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될, 민주노총 제69차 임시 대의원대회가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 앞에서 소집됩니다. 민주노총이, 정권과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투쟁 현장에서 대의원대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은 크게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제출된 2019 하반기 사업(총파업ㆍ총력투쟁) 계획에는, 수많은 투쟁 사업장들을 어떻게 묶어서, 어떻게 공동으로 투쟁하고, 승리를 쟁취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대신 매번 동일하게 제출되는 투쟁 의제들을 나열하고, 이에 기초한 총투본 운영과 총파업ㆍ총력투쟁이라는 관성적인 계획들만 보입니다. 이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투쟁들이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모순이 심화되며 전개되고 있는 것이라는 인식 없이, 즉자적 대응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위기는 더욱 격화될 것이고, 그에 따라 더 많은 투쟁들이 전개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우리 활동가들의 더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됩니다. 투쟁하는 주체들이 개별 투쟁들의 성격을 보다 근본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선전하고, 이러한 투쟁들을 공통의 성격에 맞게 단일한 계급 전선으로 조직해 내는 것이, 활동가들의 역할입니다. 동시에 우리 활동가들 앞에는, 이러한 활동으로 총연맹과 산별ㆍ연맹의 중앙을 더욱 압박하고, 민주노총을 위ㆍ아래로부터 혁신해 내야 하는 과제도 놓여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즉자적 대응의 수준을 넘어, 현재의 투쟁을 통해 계급 의식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우리는 현재의 투쟁들 속에서, 다가오는 미래의 대격돌을 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현재, 세계적 차원에서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는 심화되고 있고, 그에 따라 기존 질서에 균열이 나타나는 등 대전환의 시기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물려주겠다는 결의에 찬 전투적 투쟁 의지는, 거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노동자계급이 해방되는 새 세상을 만들겠다는 더 큰 의지로 상승해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투쟁에서의 승리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투쟁에서도 우리를 승리로 이끄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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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시위가 100일 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는 홍콩 시위를 바라보면서, 가장 먼저 너무나 슬픈 마음부터 들었습니다. 홍콩이 영국 제국주의에 할양(홍콩 섬, 까우룽 반도)ㆍ조차(산까이)되지 않았더라면, 중국 사회주의가 계속 발전했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에, 비통한 마음이 들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과거는 이미 지나간 것이고, 우리는 현재를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미래를 전망해야 합니다.

 

먼저 중국의 현실을 살펴보겠습니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 이래, 중국의 자본주의화는 비약적으로 진행되었고, 이러한 현실은 중국의 헌법 개정에 뚜렷하게 반영되고 있습니다. 1988년 4월 12일 제7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차 회의에서 개정된 헌법은, 11조에 법률이 규정하는 범위 내의 도농 노동자의 개체 경제는 사회주의 공유제 경제의 보충이다. 국가는 개체 경제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보호한다. 국가는 행정 관리를 통해 개체 경제를 지도, 보조하고 감독한다. 국가는 사영 경제가 법률이 규정한 범위 내에서 존재하고 발전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조문을 추가했습니다.

1993년 3월 29일 제8기 전인대 1차 회의에서 개정된 헌법은, 15조에서 기존의 국가는 사회주의 공유제의 기초 위에서 계획 경제를 실행한다는 조문을 국가는 사회주의 시장 경제를 실행한다로 수정했습니다.

1999년 3월 15일 제9기 전인대 2차 회의에서 개정된 헌법은, 11조를 다음과 같이 개정했습니다. 법률이 규정하는 범위 내의 개체 경제, 사영 경제 등 비공유제 경제는 사회주의 시장 경제의 중요한 구성 부분이다. 국가는 개체 경제, 사영 경제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보호한다. 국가는 개체 경제와 사영 경제에 대하여 인도, 감독 및 관리를 실행한다. 즉, 공유제 경제의 보충으로 그것의 존재발전허용되었던 개체 경제사영 경제가, 이제는 중요한 구성 부분이 된 것입니다.

2004년 3월 14일 제10기 전인대 2차 회의에서 개정된 헌법 13조에는, 공민의 합법적인 사유재산은 침범할 수 없다. 국가는 법률의 규정에 따라 공민의 사유재산과 상속권을 보호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헌법 개정과 더불어, 사유재산의 실질적인 보호를 위한 법률, 즉 물권법의 제정도 지속적으로 추진되는데, 1993년 무렵부터 그것의 초안이 작성되기 시작했고, 1998년에는 제8기 전인대 상무위원회 법률공작위원회가 민법전 기초팀을 구성하여, 물권법 및 민법전 기타 부분의 기초 방안을 마련하였습니다. 이러한 작업은 2002년 말까지 이어져, 2002년 11월 중국 공산당 16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사유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 제도 완비라는 보고서가 제출되었고, 12월 제9기 전인대 상무위원회 31차 회의에서 물권법을 포함한 민법전 초안에 대하여 제1차 심의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때부터 중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단일 법률에 대한 8번에 걸친 심의가 시작됩니다.

2003년 10월, 중국 공산당 제16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 회의에, 모든 시장 주체의 평등한 법률 지위와 발전 권리 보장의 필요성이라는 보고가 제출되었고, 2004년 3월 개정된 헌법에서 최초로 사유재산 보호가 명시됨에 따라, 물권법 제정은 더욱 탄력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해 10월 말, 제10기 전인대 상무위원회 12차 회의에 물권법에 대한 2차 심의가 이루어지고, 2005년 두 차례의 심의를 더 거친 후, 그해 7월 10일 제10기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드디어 물권법 초안을 공포하기에 이릅니다.

물권법 초안이 공포되자, 반대파와 찬성파 간에 엄청난 논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신문, 잡지 등에서 관련 논쟁이 연일 계속되고, 수천 회가 넘는 관련 토론회가 개최되었으며, 물권법 제정에 반대하는 전인대 대표자와 지식인 3,700명의 탄원서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2006년 3월 제10기 전인대 4차 회의에서 물권법을 통과시키려는 지도부의 계획은 무산됩니다.

하지만 지도부는 물권법 제정을 계속해서 밀어붙였고, 2006년 10월, 10기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심의를 계속하여, 수차례의 수정을 거친 끝에, 12월 29일에 찬성 155표, 기권 1표로, 2007년 3월 개최 예정인 제10기 전인대 5차 회의에 상정할 물권법 초안을 가결시킵니다. 그리고 2007년 3월 16일 열린 전인대에서 총 3,000명 중 찬성 2,799표, 반대 52표, 기권 37표로, 사유재산(부동산 포함)의 권리를 인정하는 물권법은 통과되게 됩니다.

 

그러면 이러한 헌법과 법률이 보호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는 어떠합니까? 2019년 6월 현재, 각 유형별 공업기업 이윤 총액 비율을 보면, 국유지주 31.4%, 민영기업 44.5%, 사영기업 24.9%, 외국 자본 및 홍콩ㆍ마카오ㆍ대만 자본 투자 24.1%의 비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2019년 ≪정부 업무 보고≫에서, 전력ㆍ석유ㆍ가스ㆍ철도 등 기존 국유기업의 자연독점 업종 중 경쟁성 업무를 분할하여, 시장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하고, 민영 경제 발전 환경 개선에 대대적으로 힘쓰겠다, 재산권 보호는 반드시 확고부동하게 하고 재산권 침범을 처벌할 것이다라고 하는 등, 중국 정부는 소위 국유기업 민영화시장 경제 활성화에 더욱 힘을 싣고 있지 않습니까?

 

나아가 중국 공산당은, 2002년 16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당장(党章)에 3개 대표론을 명시하고, 중국 공산당은 중국 노동계급의 선봉대라는 구절 바로 다음에, 인 동시에 중국 인민과 중화 민족의 선봉대라는 구절을 삽입함으로써, 사영기업가(자본가)의 입당을 허용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수많은 자본가들이 공산당에 입당했고, 또 하고 있는데, 그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중국 공산당 중앙조직부가 2019년 6월 30일 발표한 ≪중국 공산당 당내 통계≫를 보면(매년 6월 30일 발표), 2018년 현재 중국 공산당원의 직업별 인원은, 노동자 651.4만 명, 농ㆍ축ㆍ수산 종사자 2544.3만 명, 기업ㆍ공공사업 단위ㆍ사회조직 전문기술인 1400.7만 명, 기업ㆍ공공사업 단위ㆍ사회조직 관리인 980만 명, 당ㆍ정 기관 공무원 756.4만 명, 학생 180.5만 명, 기타 직업 731.4만 명, 은퇴자 1814.8만 명이고, 이 중 980만 명의 기업ㆍ공공사업 단위ㆍ사회조직 관리인 속에 일정한 부분을 사영기업가(자본가)로 볼 수 있겠습니다.

더불어 중국 공산당 내에 만연한 부정부패는, 시진핑의 반부패 운동이 반증하고 있습니다. 또한 노동 운동을 지원한 북경대, 중국인민대, 북경과기대, 남경대 등 여러 대학의 맑스주의 써클이 탄압받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혹자는 현재 중국의 시장 경제를 1920년대 쏘련의 네쁘와 비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중국 사회는 양적으로, 질적으로 이미 그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중국의 시장 경제는 광범위한 사적 소유에 기초하여 완전히 제 발로 서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은 이미 자본주의 사회, 그것도 고도로 발전한 국가독점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물론 중국 사회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기 위해서는 앞서 자료들만으로는 당연히 부족하고, 보다 엄밀한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특히, 국독자에 대해서는 보다 더― 글의 성격상 이번에는 여기까지만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중국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는 무조건 정당한 것으로 봐야 하고, 무조건 지지해야 하는 것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난 2016-17년 박근혜 퇴진 촛불 시위의 한가운데에서도 그것의 한계와 문제점을 끊임없이 지적했던 것처럼, 지금의 홍콩 시위에 대해서도 그 한계와 문제점을 분명하게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홍콩 시위의 직접적인 발단이 된 것은, 2018년 2월 8일 타이완에서 있었던 홍콩인 커플의 살인 사건입니다. 남자 친구가 여자 친구를 살해한 것은 분명하였으나, 홍콩의 법률은 영미법을 따라,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어서, 홍콩에서는 살인자를 처벌할 수 없고, 따라서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살인이 일어났던 타이완으로 범죄자를 송환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1997년 제정된 범죄자 인도 조례(송환법)에는 중국(마카오, 타이완 포함)과 부속 지역을 제외한다라고 되어 있어서, 홍콩 정부는 이 부분을 개정하려 했고(4월 3일 초안 상정), 이것에 홍콩 시민들이 반대하며 시위가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6월 12일)을 앞두고, 6월 4일 천안문 30주년 집회에 18만이 모인 것을 시작으로, 6월 9일부터 본격적으로 100만 이상이 모이는 송환법 반대(반송중) 시위가 시작됩니다.

 

법이 개정되면, 언제든 중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는 홍콩 시민들의 두려움이 공감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송환법 개정은, 이번 시위를 촉발한 직접적인 계기이고, 그것의 근저에는 첫째, 계속 쌓여 온 반중 감정이 있습니다. 홍콩에서는 2003년 홍콩 기본법 23조 개정(국가안전법) 문제로 50만의 시위가 있었고, 그 뒤로도 2012년 도덕 및 국민교육 반대, 2014년에는 행정장관 직선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소위 우산 혁명 등 수차례 대규모 반중 시위가 있었습니다. 이번 시위는 이런 이전 시위들의 연장선으로 봐야 합니다.

홍콩 시민들의 반중 정서와 홍콩인으로서의 정체성은 동전의 양면을 이룹니다. 과거 영국 제국주의 식민지 시절에 홍콩 시민들은, 영국인도 중국인도 홍콩인도 아닌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홍콩대에서 매년 실시하고 있는 홍콩인의 정체성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대답한 숫자는 1997년 46.6%에서 2016년 34%, 2017년 35%로 줄어들었고, 특히 18-29세의 젊은 층에서는, 2017년 3.1%, 2019년 0.3%만이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이러한 반중 정서에 더해, 둘째로, 이번 시위가 이전 시위들보다 더욱 폭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은, 살인적인 주택난과 현재의 경제 상황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석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전개되고 있는 홍콩의 시위는, 자신들의 의도야 어찌 되었든, 분명하게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먼저, 홍콩 시위는 제국주의의 반중 전략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과거 냉전 시대 때부터, 민주주의를 위한 국가원조자금(NED, 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이나 미국 국제개발처(USAID, United State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같은 기관을 설립하고 직접, 혹은 국제개발처 산하에 있는 국제민주연구소(NDI, National Democratic Institute for International Affairs)나 국가원조자금이 자금을 지원한 미국노동총연맹–산별노조협의회(AFL-CIO)의 산하 기관인 미국 자유노동개발연구소(American Institute for Free Labor Development), 아시아-아메리카 자유노동연구소(Asian-American Free Labor Institute), 아프리카-아메리카 노동연구소(African-American Labor Institute), 자유노조연구소(Free Trade Union Institute) 등을 통해서, 자유, 민주주의라는 이름하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수많은 공작 활동을 벌여 왔습니다.

이러한 자금들은 홍콩에도 사용되어, 이들이 지원하는 자금으로 성장한 단체들이 지금의 홍콩 시위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최근 폭로된 사실에 의하면,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민간인권전선(2006년 창립된 48개 단체의 연대체)에 참가하고 있는 몇몇 단체들이, 예의 국제민주연구소나 연대센터(Solidarity Center, AFL-CIO 산하 4개 연구소가 1996년 통합해서 설립)로부터 수백에서 수천 달러를 지원받아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8월 7일에는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조슈아 웡 등의 인물들이,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의 정치부 책임자 줄리 에아드를 만나는 사진이 폭로되기도 했습니다. 이 사진을 폭로한 신문은, 줄리 에아드가 미 국무부 대외심리전 부서에 일했으며, 아랍에서도 정권 전복 공작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미 제국주의가 이 시위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기획한 것은 아닐지 몰라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끊임없이 홍콩에서의 반중 운동을 조장하는 데 일조했고, 언제든 불씨가 떨어지면 움직일 수 있는 단체들을 육성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사태가 전개되고 있는 지금, 현재의 시위를 이용해 중국을 더욱 압박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변에 유증기가 깔려 있다면, 작은 불씨 하나로도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고, 그 폭발은 다시 연쇄적인 폭발로 이어집니다. 어떤 계기만 있다면, 거대한 대중도 언제든 움직일 수 있습니다. 미 제국주의는 이것을 준비해 왔고, 지금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또 실제로 어떤 의미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런 홍콩 시민들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제국주의는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지금의 시위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의로든 고의가 아니든 간에, 제국주의와 이해를 같이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도부와 시위대의 일부는 명확하게 이러한 방향으로 시위를 이끌고 있습니다.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조슈아 웡은 독일에서 외무장관을 만나고, 미국 의회에 출석해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시위대의 일부는 영국 총영사관과 미국 총영사관 앞에서 유니온잭과 성조기를 흔들며, 홍콩을 구해 달라고 애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비판이 없다면, 시위는 저들에게 이용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이 시위의 또 다른 한계와 문제점이 드러납니다. 홍콩은 한 번도 혁명을 경험하지 않은 채, 중국의 반혁명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먼저 홍콩 시민들은 한 번도 혁명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즉, 자본주의 체제에서만 살아 왔기 때문에, 자신들이사회주의라고 생각하는, 중국의 사회주의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조슈아 웡이 주도한 2012년 도덕 및 국민교육 반대 시위도 저변에는 이러한 의식이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홍콩 시민들이 중국으로부터의 완전한 자치를 외치는 것은, 사실 사회주의 중국의 간섭 없는, 완전한 자본주의를 외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홍콩의 시민들은, 국제 사회의 지지를 호소한다고 하면서, 내심은 자신들과 같은 자본주의 국가들이, 자신들을 중국 사회주의로부터 지켜 주리라 기대하며, 제국주의 국가들의 후원을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변에 깔린 이러한 대중적 정서를 바탕으로, 일부 지도부와 시위대는 그것을 보다 적극적인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역사가 증명하듯, 독점자본의 이해에 기초해 있는 제국주의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행동을 결코 하지 않습니다. 부디, 홍콩 시민들은 판다를 피하려다, 독수리에게 잡아먹히는 우를 범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다음으로 홍콩은 중국의 반혁명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지금 홍콩의 저변에 흐르고 있는 시위의 원인들은, 홍콩 자본주의 나아가 중국 자본주의의 폐해들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향은, 지금과 같이 중국의 간섭 없는, 완전한 자본주의를 외치는 것, 즉 더 오른쪽으로(more right)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더 왼쪽으로(more left)를 외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홍콩 사회주의자들의 역할은, 지금 전개되고 있는 시위의 문제점과 한계를 지속적으로 폭로하고, 이 투쟁 속에서 홍콩 인민들이 정치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홍콩 노동자들이 계급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시위가 지금처럼 전개된다면, 어떤 정치의식의 성장도, 계급 의식의 성장도 가져올 수 없습니다.

동시에 한국의 활동가들 역시, 홍콩 시위에 무비판적인 지지와 연대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이 시위의 문제점과 한계를 끊임없이 폭로해 내고, 우리 나름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입에 쓴 약은 병을 치료하지만, 당장에 입에 단 사탕은 결국에 이를 썩게 합니다.

 

그런데 현재의 상황에서, 인구 7백5십만의 홍콩의 경제는 자립적으로 운영되기 쉽지 않습니다. 홍콩 경제의 상당 부분은 이미 중국 본토와 결합되어 있습니다. ≪2018 중국 통계연감≫에 따르면, 2017년 현재 홍콩의 취업자는 총 382.3만 명인데, 분야별로 보면, 제조 11.1만 명, 건축 34.2만 명, 무역ㆍ도매 45만 명, 소매ㆍ숙박ㆍ식당 63.8만 명, 운수ㆍ창고ㆍ우정ㆍ택배ㆍ정보ㆍ통신 45.3만 명, 금융ㆍ보험ㆍ부동산ㆍ전문직ㆍ상업 77.9만 명, 공공행정ㆍ사회 및 개인 서비스 102.9만 명, 기타 2.1만 명입니다. 즉, 제조업의 비중은 매우 작고, 금융ㆍ상업ㆍ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산품은 대개 중국, 일본, 대만, 한국 등에서 수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홍콩 자본주의 체제에 저항하는 운동은, 필연적으로 중국의 사회주의 운동과 결합될 수밖에 없습니다. 최첨단 장비를 동원한 고도의 감시 체계를 운영하고 있는 중국이라 할지라도, 억압적인 체제는 반드시 균열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중국에서 자본주의 경제가 성장ㆍ발전할수록, 그 모순은 더욱더 심화될 것이고, 결국에는 폭발적인 양상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중국의 노동 운동, 사회주의 운동과 결합할 때, 홍콩 인민들에게는 새로운 전망이 열릴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식이, 바로 지금의 운동 속에 잉태되고 성장해야 하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것이 바로 홍콩 사회주의자들의 역할입니다.

홍콩의 해방은, 성조기, 유니온잭이 아니라, 다시 힘차게 나부끼는 홍기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 이것은 홍콩과 비슷하지만, 또 다른 상황인, 티벳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티벳 독립운동의 전망은, 제국주의의 후원을 받는 봉건 시대의 국왕 달라이 라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진짜 마오주의자들과 함께할 때, 열리는 것입니다. 그래야 지금의 민족적 억압과 환경 파괴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티벳 인민의 해방을 쟁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9년 9월 20일

김해인 편집출판위원장

1개의 댓글

  • 무엇보다 우리들에게도 역전의 서광도 보이는 듯 합니다. 파다려각/푸에르토리코가 이러하고 독일의 국유화와 집산화주장 그리고 포도아/포르투갈에서의 긴축정책에 대한 구축 등이 이러한 상황입니다. 이것들이야말로 ML(M)주의까지 연장할 소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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