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 한(조선)반도 평화의 길과 노동자계급의 대응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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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찬 | 연구위원장

 

 

* 이 글은 지난 5월 10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동전선 5월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된 글을 수정ㆍ보완한 것입니다.

 

 

1. 현재 세계정세를 규정하는 주요한 특징은 세계 경제가 공황의 재격화의 도정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경기 침체의 징후가 역력하며 이딸리아의 경우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일대일로 협정을 맺어 경기 침체를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경기가 하강 추세로 접어들고 있고 그로 인하여 금리 인상의 중단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의 경우도 생산, 투자, 소비, 수출 등에서 정체 혹은 하강의 추세를 보이고 있고 경기의 급격한 하강을 막기 위한 국가의 대책이 분주하다. 한국의 경우도 생산, 투자, 소비, 수출 등에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고 지난 1/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세계 경제가 침체 혹은 공황의 재격화의 도정에 놓여 있는 가운데 세계적 차원에서 국지적 분쟁의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이미 시리아의 경우 내전을 겪고 있고 이란, 베네수엘라 등에서는 미국의 압력에 대항하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석유 수출 봉쇄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경고하고 있고, 베네수엘라에서는 미국의 쿠데타(무장봉기) 계획에 맞서 부분적인 군사적 충돌이 있었다. 한(조선)반도 정세 또한 이러한 세계정세에 영향을 받으며 또 세계정세를 구성하는 요소이다.

 

2. 동아시아 정세를 구성하는 기본 축은 중국과 러시아의 동맹과 한-미-일-호주 동맹의 대립이다. 미국은 이 동맹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 혹은 봉쇄하는 전략을 펴고 있고 최근에는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에서 무력시위를 하고 있어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한(조선)반도 정세는 이러한 동아시아 전략 구도 속에 위치하며 이북의 경우 핵을 지렛대로 하여 나름의 독자적인 전략적 입지를 시도하고 있고 그러한 가운데 평화의 문제를 실현하려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세계의 패권을 둘러싼 대립이라는 점에서 과거 미국과 쏘련의 대립과 유사하지만 그럼에도 차이점이 있는데 그것은 미국과 중국이 모두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를 추구하면서 상호 의존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제한적 성격을 띠고 있다. 최근 무역 협상이 결렬되어 대립이 고조되고 있으나 그것은 상호 의존의 틀 내에서의 대립으로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3. 한(조선)반도 정세는 이북의 핵 무력 완성과 그에 대한 미국의 전쟁 위기 고조 그리고 이어지는 남-북, 북-미 정상 회담을 통한 한(조선)반도 평화 문제의 해결 과정으로 특징지어진다. 이러한 과정은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전쟁 위기와 평화의 무드가 교차되었는데 그만큼 한(조선)반도 정세가 불안정하며 또 정세의 변동성이 큰 시기를 경과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조선)반도 정세를 규정하는 쟁점은 현상적으로는 이북의 핵 문제이지만 본질적으로는 한(조선)반도를 둘러싼 각 세력, 즉 조선과 한국 그리고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등 각 세력의 한(조선)반도를 둘러싼 세력 관계의 재정립의 문제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한(조선)반도의 평화 체제의 수립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세력 관계의 재정립의 문제에서 이북의 경우 핵을 지렛대로 하여 세력 관계의 재정립(혹은 평화 체제의 수립)을 시도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 이북의 핵을 제거하여 한(조선)반도를 둘러싼 자신의 헤게모니를 유지, 강화하려 시도하고 있다.

 

4. 이북의 경우 비핵화를 천명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핵을 보유하게 된 이유는 리비아 등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리비아의 경우 핵을 포기하여 평화를 얻고자 했지만 그 결과는 정권의 전복과 나라의 내전 상태 그리고 사회적 와해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북의 경우 리비아의 전철을 밟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소위 빅딜을 논하며 이북의 핵 포기를 요구하는데 이는 사실상 협상을 하자는 태도가 아니라 이북을 힘으로 굴복시키겠다는 태도에 다름 아니다. 이북과 미국이 이러한 근본적인 입장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하노이의 북-미 정상 회담은 결렬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국의 경우 문재인 정권은 공공연하게 한-미 동맹에 기초한 평화를 주장한다. 그러면서 평화가 곧 경제다라는 언설로써 자신의 대북 노선에 대한 자본가계급 전체의 동의를 얻으려 하고 있다. 이러한 문재인 정권의 대북 노선, 혹은 평화관은 한국 자본가계급의 관점을 대표하는 것으로서 미국의 이익에 신식민지적으로 종속된 한국 자본가계급의 처지를 반영하며 자신의 독자적인 대북 정책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운전자론, 중재자론, 촉진자론 등 허망하고 기만적인 언설에 그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미-일 동맹에 기초하여 한(조선)반도에서 발언권을 강화하려 하고 있고 한(조선)반도가 평화의 길로, 남-북 간 화해의 길로 가는 것을 방해하고 분단 질서를 고착, 강화하는 것을 통해 이득을 얻으려 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도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하위 파트너로서 한(조선)반도 정책에 있어서 미국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중국의 경우 미국과 전략적 경쟁을 하면서도 동시에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모순적 입장인데 이러한 중국의 전략적 입장이 한(조선)반도에 대한 정책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그리하여 이북의 핵의 제거라는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면서도 이북의 입지가 보장되는 것을 바라고 있다. 이는 이북의 입지가 보장되어야만 중국 자신의 한(조선)반도에서의 입지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경우 전통적으로 유럽 중심의 전략 노선을 갖고 있지만 최근 중국과 동아시아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승함에 따라 아시아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북과의 연대를 통한 동아시아에서의 입지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또한 이북의 핵의 제거라는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5. 한(조선)반도 평화의 문제는 전략적 차원에서는 냉전적인 분단 질서를 극복하고 남-북 간의 화해를 이루고 평화 체제를 수립하는 문제이지만, 전술적ㆍ정세적 차원에서는 이북의 핵 무력 완성에서 비롯되는 세력 관계의 재정립의 문제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남-북 간의 화해를 논하면서도 한-미 동맹에 기초한 평화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기만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한-미 동맹은 결코 평화의 동맹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미 동맹은 기본적으로 이북의 사회주의 체제에 대항하고 중국-러시아 축에 대항하는 미 제국주의의 동아시아 전략에 종속된 제국주의 동맹이다. 또한 한-미 동맹은 끊임없이 이북의 민중과 남쪽의 민중에 대해 전쟁 위협을 가해 온 전쟁 동맹이기도 하다. 트럼프가 공공연하게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도 미국 사람이 죽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듯이, 한-미 동맹은 남-북의 민중들을 질식시키는, 한(조선)반도에서의 전쟁 위기를 발생시키는 근원이다. 따라서 한-미 동맹에 기초한 평화라는 것은 남-북 민중의 이마에 총구를 들이댄 평화에 지나지 않는다.

 

6. 최근 하노이 정상 회담의 결렬과 그에 이어지는 교착 상태는 한-미 동맹에 기초한 평화 노선의 실체를 잘 드러내고 있다. 소위 운전자론, 촉진자론 등을 내세우며 북-미 간에 있어서 평화의 중재자인 듯 문재인 정권은 행세해 왔지만, 실은 미 제국주의에 종속된 신식민지 정권으로서 독자적인 대북 정책, 평화 정책을 갖지 못하는 정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폭로되고 있다.

노동자계급은 문재인 정권의 이러한 기만적인 평화 노선, 한-미 동맹에 기초한 평화 노선을 분쇄하는 것을 자신의 한(조선)반도 평화에 대한 입장의 전제로 삼아야 한다. 제국주의 동맹, 전쟁 동맹으로서의 한-미 동맹을 분쇄할 때만 한(조선)반도의 진정한 평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명확히 하여야 한다.

노동자계급이 이러한 평화 노선, 한-미 동맹의 분쇄에 기초한 평화 노선을 전략적으로 채택할 때, 한국의 노동자계급은 한(조선)반도 평화에 있어서 자신의 발언권을 가지는 하나의 정치적 세력으로서 정립될 수 있을 것이며, 미 제국주의의 전쟁 책동을 억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7. 노동자계급은 분단 질서의 극복과 한(조선)반도의 평화 실현에 누구보다도 절실한 이해를 갖는 당사자이다. 미 제국주의로부터 비롯되는 끊임없는 전쟁 위협과 위기는 노동자계급이 계급의식을 형성하고 발전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장애물이다. 또한 노동자계급은 분단 질서로부터 비롯되는 냉전적 사고와 체제, 국가보안법에 의해 정치적 발전을 결정적으로 저지당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위한 사상을 질식시키는 파쇼적 악법인데 그 존재의 기반을 분단 질서에 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조선)반도 평화의 실현, 나아가 분단 질서의 극복은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위한 하나의 조건을 실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물론 분단의 극복 자체에 의해 노동자계급의 해방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위한 필요조건의 하나를 실현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노동자계급은 지금과 같은 세력 관계의 변동기에 있어서 한(조선)반도 평화의 문제에 대해 자신의 전략적 태도를 정립하는 것을 기초로 정세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들어가야 한다.

 

8. 노동 운동 내에서 주요한 세력인 NL 진영의 상당수는 이북이 핵을 가지게 되었으므로 한(조선)반도 평화는 당연히 실현되고 국가보안법도 조만간 폐지될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진정 환상에 지나지 않는데, 미 제국주의의 전쟁 위협이 바로 얼마 전에 있었다는 사실을 어린아이처럼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욱더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권이 한-미 동맹에 기초한 평화라는 기만적인 정책, 제국주의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을 완전히 무시하고 외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NL 진영이 이러한 입장을 갖는 것은 그들의 제국주의에 대한 입장이 노동자계급의 과학적인 입장이 아니라 소부르주아적 민족주의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한(조선)반도 평화의 문제는 전술적으로는 한(조선)반도를 둘러싼 세력 관계의 재정립의 문제이지만, 전략적으로는 분단 질서의 극복의 문제이며, 이는 한(조선)반도 평화의 문제가 냉정한 계급투쟁의 문제임을 의미한다. 이를 간과하게 될 때 한(조선)반도 평화는 결코 실현될 수 없으며 나아가 노동자계급의 전략적 태도를 정립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노동자계급은 문재인 정권의 한-미 동맹에 기초한 평화라는 노선을 분쇄하고, 제국주의적인 전쟁 동맹, 한-미 동맹을 분쇄하는 것을 기초로 한(조선)반도의 평화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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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6월 8th, 2019 | By | Category: 제152호(2019년 6월), 정세 | 조회수: 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