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시

아타 트롤 6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   그러나 동물계의 상층에 자리잡고 있는 우리 인간도 그 하층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아는 것은 결코 무익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 그 하층에 있는 사회의 비참한 영역에서는 동물계의 처참한 영역에서는 곤궁과 오기와 증오가 자라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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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폭풍우

이. 아. 보이노프     민중의 폭풍우, 위대한 폭풍우, 그대의 순번은 곧 오는가? 우유부단한 한밤중, 야만적인 증오, 잔혹한 적의는 영혼을 압박한다. 수수께끼같고 영원히 기쁨없는 그대는 일어나라, 일어나라, 몸을 곧게 펴라, 러시아 지난 사건의 영웅이여. 음울한 노예신분, 역겨운 시대, 용감하게 털어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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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이산하 | 시인     30여년 만에 걸어보는 이 학살의 숲은 조금도 변한 것이 없었다 산등성이마다 뼛가루로 쌓여 있는 흰 눈이며 나뭇가지마다 암호를 주고 받는 새들의 울음소리며 멀리 사람 실은 배 한 척, 돌 실은 배 한 척, 떠나는 바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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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어느 백성 이야기

김남주 전쟁이 터지고 나는 쌈터로 끌려갔다 앞장 세워져 맨 앞 부자들의 총알받이가 되었고 사람들은 그런 나를 두고 나라 국경 지키는 용사라 했다     쌈질이 끝나고 고향은 쑥밭이 되고 나는 건설대로 끌려갔다 소나 말이 되어 게거품을 흘렸고 사람들은 그런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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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동지의 질문

폴커 폰 퇴르네       누가 기꺼이 하지 않겠는가 자유를 쟁취하는 일을 투표 용지와 연설로서!     그러나 어떻게 하나 만일 감옥이 우리 동지들의 아우성으로 메아리치면? 우리는 사형 집행부대를 저지해야 하나 삐라를 가지고?     누가 기꺼이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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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만 시 / 다 쓴 시

쓰다 만 시   김남주 | 시인       미군이 있으면 삼팔선이 든든하지요 삼팔선이 든든하면 부자들 배가 든든하고요         다 쓴 시     김남주 | 시인     미군이 없으면 삼팔선이 터지나요 삼팔선이 터지면 대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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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

    김남주 | 시인       지상의 모든 부(富) 쌀이며 옷이며 집이며 이 모든 것의 생산자   그대는 충분히 먹고 있는가 그대는 충분히 입고 있는가 그대는 충분히 쉬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결코 그대는 가장 많이 일하고 가장 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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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

고희림 | 시인1)   설날 전야에 종로를 걷는다 그 옛날, 해방을 꿈꾸었던 거리 젊었던 골목길 그 날들, 칙칙한 포도에 꽃비가 나렸던, 내리고 날며 군무하며, 일시 중력이 사라진 듯 비장과 분개, 환희와 해방은 대립되지 않고 주검은 삶의 옆에서 더욱 빛났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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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리1

고희림 | 시인 1)       국가는 계산적이었다 냉정하게 분류하고 머리 숫자를 중요시했다 명단에 오른 자와 체포된 자 체포된 자와 도라꾸에 실린 자 골에 도착한 자와 구뎅이에 엎드린 자 사살된 자와 사진에 찍혀 미군 보고서에 첨부된 자 <하나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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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가 모르는 것

베르톨트 브레히트 | 시인     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견해에 따르면 지도자는 모르고 계신다. 자신의 교육부 장관이 언제나 취해 있고 작업 일선의 지도자는 결코 맑은 정신이 아님을 그의 선전부 장관은 주둥이만 열면 거짓을 말하고 있음을 국방부 장관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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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외 인간들을 찬양함

송경동 | 시인       희한한 세상, 모두 기를 쓰고 법 내로 들어가겠다는데 국가가 나서서 모두를 법외에서 살라 한다 오늘도 시청광장, 불법선거를 바로잡자는 국정원 규탄촛불의 메아리가 법 밖으로 내몰리고 강정에서 밀양에서 질서유지선 밖으로 내몰리는 이들 신음소리가 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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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여 사찰하라! 인민 전체가 간첩이고 빨갱이다

제일호 | 회원       북한에도 사람이 살고 있고 잘 살기만 하더라 반공이 국시가 아니라 통일이 국시이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벌인다 이 모든 주장은 체제를 전복하려는 빨갱이들의 난동이다 국정원이여 사찰하라   지역에 얽매인 투표 하지 말고 계급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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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 오월*

하종오     그 곳에는 가 보지 않아도 구멍가게 옆에 쌀집 있고 그 건너 전봇대 끼고 돌아 꺾어 들어가면 사람들이 숨어 하늘 보던 낡은 집을 알 수 있다   주검이 넋을 떠나 보내면서 캄캄한 밤에 담벼락에 붙어 지내고 뜨거운 낮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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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의 노랫소리가

알렉산드르 이. 오도예프스끼       예언의 노랫소리가 쟁쟁하게 울려 퍼지고 있소. 칼을 거머쥐었던 우리들의 손이 허무하게도 쇠고랑을 찼다오.   그러나 시인이여, 걱정하지 마시오. 운명의 쇠고랑을 우리는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소. 감옥 문 뒤편에 서서 내 가슴에서 짜르를 조소하고 있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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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다고 말하지 말라

박종식 | 시인       흙냄새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비 내린 아침 남도땅 검붉은 능선 타고 넓은 벌 거쳐 전해지는 홍매화 내음에 봄이 왔다고 하지 말라 숨을 들이킬 때 살아 움트는 새순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만으로 솜털 같은 햇살이 곧이어 비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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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무도 그 새벽을 떠나오지 않았다

―용산참사 6주년을 맞아     송경동 | 시인       그때 우리의 눈에서도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볼 수 없었다 이를 어쩌나, 수많은 눈물샘들이 열렸지만 그 뜨거운 불을 끌 수는 없었다 검게 탄 시신에서 멀쩡한 라이터와 지갑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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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공장은 우리의 것 ― 스타 희망버스에 부쳐

송경동     목매 죽고 연탄불에 죽고 불타 죽고 떨어져 죽고 수장당하고 언제까지 죽어가는 사람들을 눈뜨고 지켜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언제까지 언제까지 우리는 다시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하고 신나통이나 커터칼을 만지작거리고 고공농성에 돌입하고 누군가는 또 끌려가야 하는가   반복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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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처

—씨감자 정세훈       토실토실한 감자알을 주렁주렁 매달고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씨감자가 되려면   상처를 입어야만 해 상처도 혈서를 쓰듯 새끼손가락 하나 깨물어 피만 조금 내는 그러한 조그마한 상처가 아니라   적어도 두서너 번은 성한 몸뚱이 온전히 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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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탁

제일호 | 회원 TV 광고 속 아나운서의 웃음 속엔 생탁 몇 병이 묻혀 있을까? 썩은 미소 속 사장의 행복 속엔 생탁 몇 병이 감추어져 있을까? 음흉한 악수 속 정치인의 미소 속엔 생탁 몇 병이 녹아내려 있을까? 쌉싸리하게 맴도는 시원함이 노동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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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탁2

제일호 | 회원 이제 주저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 일어나야 한다 눈물을 흘려서도 안 된다 오늘은 더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매의 발톱으로 수 년 전 아니 몇 개월 전만 해도 노예보다 비참하고 포로보다 억울하고 죄수보다 가혹하게 지하 암반수가 아닌 수돗물로 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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